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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논란 무죄' 조영남, "재판 길어져 도움"→엇갈린 여론 [ST이슈]
작성 : 2020년 06월 25일(목) 14:06

대작 논란 조영남 무죄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팔아 이른바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휘말렸던 가수 조영남(75)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을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영남의 매니저 장모 씨도 무죄가 확정됐다.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 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천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니저 장 씨는 조영남의 작품 제작 및 판매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송 씨 등이 거의 완성된 그림을 넘기면 조영남이 덧칠 뒤 자신의 서명을 남긴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조영남은 송 씨 등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밑그림을 그려준 조수에 불과할 뿐이라며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상 창작활동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조영남에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작업에 참여한 송 씨를 조영남의 조수로 보기 어렵고,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조영남이 직접 그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조영남에 무죄를 선고했다. 작품의 주요 콘셉트나 소재를 조영남이 결정했고, 송 씨는 의뢰에 따라 그린 만큼 기술 보조에 불과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으로까지 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조영남과 검찰 양측의 주장을 직접 듣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검찰은 송 씨가 그림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보면 조수가 아닌 대작 작가로 봐야 한다며 그 존재를 숨기고 그림을 판매한 행위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조영남은 검찰 측 견해가 미술계의 일반적 견해와 다르다고 맞섰다. 조수 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조영남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지 않은 한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미술작품의 저작권이 대작 화가 송 씨에게 귀속되며 조영남은 저작권자로 볼 수 없다'는 검찰의 상고 이유에 대해서는 공소사실 외에 심판하지 않는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이 사건이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 제기를 했는데 미술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문제 된 것은 아니"라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종 무죄 판결 후 조영남은 한 매체를 통해 "감옥 갈 준비를 했다. 어떤 조치를 취할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죄를 안 지었으니까 안심해라' 이런 연락이 왔다. 내가 죄를 안 지었구나 참 다행이구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죄를 지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검사님, 판사님이 미술을 잘 모른다는 걸 느끼고 암담했다. 그래서 미술책을 썼다. 오늘 바로 출판될 거다. 이 사건으로 내가 미술한다는 게 세상에 많이 알려졌고, 한국에도 현대 미술이 있구나 하는 게 알려졌다. 큰 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영남은 '그림에 조수를 썼다는 걸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과 관련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없던 판례다. 내가 1심에서 유죄를 받는 바람에 재판이 길어졌고, 대법원까지 갔는데 그게 결국 나한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조영남은 전시 제안이 있다며 그동안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이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며 "바빠지면 조수를 쓸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여전히 여론은 엇갈린다. "당연한 판결"이라는 의견과 "미술계 관행이라니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 대립 중인 상황이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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