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여론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키움 히어로즈도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강정호는 23일 오후 서울 상암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와 그 이전에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에 대해 뒤늦은 사과를 했다.
강정호는 류현진과 함께 KBO 리그에서 빅리그로 진출한 선수들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혔다. 그만큼 강정호에 대한 야구팬들의 애정도 컸다. 때문에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고 사실이 알려졌을 때 팬들이 느낀 배신감은 매우 컸다.
음주운전 사고 이후 강정호의 대처도 실망스러웠다. 강정호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사과도 없었다.
강정호는 뒤늦게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음주운전 사고 이후 무려 3년6개월 만에야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하지만 타격에서 타이밍이 중요하듯, 사과와 반성에도 타이밍이 있다. 강정호가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이 고인 모습을 보이며, KBO 리그로 돌아올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지만 여전히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오히려 강정호가 KBO 리그로 돌아오지 못해야, 다른 선수들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칼자루는 키움에게 넘어갔다. 키움은 강정호에게 이번 기자회견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을 지켜본 뒤, 팬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누그러든다면 강정호를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키움 구단의 생각이 정말로 위와 같다면, 이는 자충수일 뿐이다. 강정호의 임의탈퇴가 해제되는 순간, 강정호에게 향하는 비난의 화살은 키움 구단에게도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키움 구단이 KBO 징계와 별도로 추가적인 자체 징계를 내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강정호를 마음 속에서 떠나보낸 팬들에게는 어떤 자체 징계가 부과된다고 해도 강정호의 죗값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KBO 상벌위원회의 징계 때처럼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강정호가 음주운전을 한 3번 가운데 2번은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고 있었을 때 저지른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구단의 선수관리 소홀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때의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키움 구단도 강정호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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