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첫 주연, 첫 멜로. 첫사랑. '화양연화'는 전소니에게 '처음'이라는 애틋하고 특별한 감정을 안겨준 작품이다.
전소니는 최근 종영된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하 '화양연화)'에서 윤지수(이보영)의 대학생 시절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아직 '화양연화' 속 지수를 떠나보내지 못한 듯 보였다. 전소니는 "꽤 오래 같이 했고, 하는 동안 너무 좋았던 작품이다. 진짜 다시 이런 현장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시간들이었고, 너무 좋았던 기억들이 많다"며 "많이 서운하고 허전하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지수를 연기하는 동안 설레고 행복했다. 끝났다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화양연화'는 전소니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이었다. 혼자 있는 기차 안에서 '화양연화'의 대본을 처음 접했다는 전소니는 눈물을 참을 정도로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 그는 "대본을 읽고 꼭 하고 싶다고 했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제가 드라마 '남자친구' 할 때 함께 했었던 어떤 분이 저를 추천하셨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감독님이 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셨던 것 같다. 또 감독님, 작가님과 지수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제가 지수를 많이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걸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그러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과는 별개로, 이보영의 아역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전소니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터. 그러나 이보영의 격려와 조언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전소니는 "이보영 선배님과 만났는데 '부담을 안 느꼈으면 좋겠다. 과거 지수를 잘 만들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이보영 선배님이 비슷해야 한다거나 같아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각자의 지수를 잘 만들자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대본 속에서 작가님이 만들어 주신 지수의 습관 등으로 일치감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소니는 과거 한재현(박진영)과의 풋풋한 러브라인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는 박진영에 대해 "뭘 보여줘야 할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깨끗하고 분명하게 표현한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항상 진심으로 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어떤 면에서는 한계가 있고, 어떤 면에서는 열려 있다. 진영 배우도 비슷했다. 서로 아이디어나 욕심이 많아서 의견도 많이 물어보고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하면서 연기를 했다. 욕심이 많다는 걸 알고 나니까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에 있어서 부담감이 없었다. 막 던져볼 수 있고, 또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잘 잡혔다. 그렇게 서로 도움을 많이 주고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전소니는 1990년대의 새내기 대학생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그는 "고소영 선배님, 김희선 선배님 등이 나오는 옛날 드라마도 참고했고, 작가님이 시작 전에 추천한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희곡을 읽기도 했다. 운동을 하게 되는 마음을 알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수가 느끼는 낯설음과 공포를 동반한 호기심을 공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 끝에 전소니만의 지수가 완성됐다.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후회되는 점도 있지만 전소니는 지수를 좋은 기억 속에서만 남겨두고 싶다. 그는 "매번 제가 하는 역할에 애정을 많이 주지만, 특히 지수는 여러 계절을 함께 했고, 이 인물 덕분에 행복하고 설레고 또 기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 고맙고 애틋한 마음이 크다"라며 "정말 잘하고 싶었다. 멜로 연기가 처음이기도 하고, 선배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아쉬운 게 많을 수밖에 없다. 매체 경험도 많지 않고, 시작부터 욕심이 크기도 해서 제 기준에서는 아쉬운 것들 투성이지만, 마지막 회까지 지켜봐 주신 시청자들, 함께 노력해 주신 스태프분들도 있는데 아쉬워하고 싶지는 않다.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내 손을 떠난 건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지수도 그렇다. 이제 끝났으니까 후회보다는 수고했다고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소니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지수를 연기한 배우라고 남는 건 참 낭만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어떤 분의 기억 속에 제가 지수로 남는다는 게 참 좋다. 지수는 제가 봐도 참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저런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지나간 역할들이 좀 거친 면이 많아서 이번에 보여드린 얼굴이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지수가 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렇게 전소니는 '화양연화'를, 그리고 지수를 만나 한 걸음 더 성장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첫 주연작, 그리고 멜로 연기는 큰 자양분이 됐다.
2014년 단편영화 '사진'으로 데뷔한 전소니는 영화 '촉법소년', '여자들', '찌르다', '죄 많은 소녀', '악질경찰', '밤의 문이 열린다', 드라마 '남자친구' 등에 나오며 얼굴을 알렸다. 그렇게 서른이 된 전소니는 지금을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소니는 "30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제가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이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며 "20대를 돌아보면 독립 영화를 할 때는 역할 하나를 붙들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 역할과 한 사람이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너무 소중하고 잘 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작점'에 도달한 만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틀 안에 갇히고 싶지 않은 전소니다. 단지 지금 배우 일을 하는 게 좋고, 행복하기 때문에 역할에 한계를 두지 않고 부딪혀 보고자 한다. 그는 "어떤 역할이든 제 마음에 완벽하게 들 수 없고, 저와 딱 맞을 수 없다. 가장 끌리는 한두 가지로 부족한 걸 눈 감고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지키고 싶은 것은 계속 철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 삶에서 경험치가 쌓이면서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결과를 예상하거나 소극적이게 된다. 다칠 걸 알아도 기꺼이 할 수 있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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