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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닐로 [인터뷰]
작성 : 2020년 06월 19일(금) 15:00

닐로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저를 안 믿으시는 분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어요. 그래도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가수 닐로가 난생처음 인터뷰를 가졌다. 지독하게 그를 따라다닌 '사재기' 낙인 탓에 내심 부담이 컸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새 앨범을 들려주고 싶어 정면돌파를 택했다.

16일 발매된 닐로의 새 앨범 제목은 '어바웃 미(About Me)'다. 2017년 발매한 첫 미니앨범 '어바웃 유(About You)'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 '어바웃 유'에서 사랑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미숙하고 이별의 이유를 상대에게서 찾고자 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성숙해진 나의 입장에서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바웃 미'는 다섯 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닐로는 "새로운 건 한 곡 안에 기승전결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한 곡으로 생각하고 썼다. 그래서 내용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닐로는 첫 번째 트랙 '같았으면'에서 '권태기'를, '알면서'에서는 '후회', 타이틀곡 '비가 내린다'는 '체념', 피아노로 이뤄진 연주곡 '윤슬'은 '안정', 마지막 트랙 '곁'에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담으며 이야기를 연결시켰다.

'행복'이란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난해 8월에 낸 '벗' 영향이 컸다. 닐로는 "처음엔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고 마지막에 슬프다고 끝내려고 했다. 근데 '벗' 때가 생각났다. '벗'이 제가 처음 쓴 사랑 노랜데 그 노래로 좋은 기운을 많이 얻어서 이번에도 마지막을 사랑으로 아름답게 끝냈다. 곡의 순서로 보면 권태기를 느껴서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이 꽃 핀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제 곡은 요즘 나오는 노래에 비해 길거든요. 곡 안에 기승전결이 다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보통 4분 중반을 넘어가요. 사실 그것도 줄이고 줄인 거예요. 이번엔 한 곡이 아닌 전체로 하니까 편했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표현할 수 있어서. 다섯 트랙인데 실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 곡이에요. 늘어뜨려 놨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닐로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타이틀곡 '비가 내린다'는 지금까지 써왔던 추상적인 이별 노래가 아닌, 보이는 형체(비)를 모티브로 잡고 쓴 첫 번째 곡이다. 닐로는 "자극적인 것보다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를 쓰고 싶었다. 오래 들어도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듣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서 "계절송을 노린 건 아닌데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올 때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었다. 공감을 많이 해주실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닐로는 줄곧 이별을 노래해왔다. 비슷한 결의 노래가 반복되다 보니 자가복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닐로 역시 이 같은 반응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솔직히 이별 노래를 가장 공감을 많이 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서 주로 썼다. 또 저를 '지나오다' 한 곡으로 많이 아시지 않나. 제 색깔을 이별로 알고 계시는 분들 때문에 아직은 그 색깔을 더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 음악적인 가치가 확립된 다음에 제 얘기를 해도 늦지 않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닐로는 '어바웃 미'에 이어 다음 앨범으로 '어바웃 닐로'를 예고했다. 그 앨범에는 새로운 느낌의 곡들을 넣을 거라고. 닐로는 "이별하고 사랑하는 건 많이 썼으니까 그것보다는 제가 겪었던 상황 속에서 느꼈던 희망적인 메시지를 써보고 싶다. 평범한 일상 가사 이야기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진짜 닐로의 서사, '어바웃 닐로'도 궁금했다. 사실상 닐로의 이름 앞엔 '사재기 의혹'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실질적으로 '사재기 논란' 외에는 그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닐로는 이집트어로 파랑이라는 뜻을 가진 '나일(NIL)'과 본명 오대호의 성 '오(O)'를 합친 이름이다. 그는 "사실 이름을 짓고 나서 붙인 뜻이다. 두 글자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어떤 단어를 쳐봐도 다 있는 거다. 그러다가 닐로를 찾게 됐다. 나일을 치면 'NIL'이 나오는데 나일 유래를 찾아보다가 그런 뜻이 있는 걸 알게 됐다. 실제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닐로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닐로의 음악 인생 출발점은 중3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내한공연 영상이 시작이었다. 짙은 감명을 받은 그는 곧바로 밴드부 보컬을 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을 했다. 고등학교에서도 밴드를 이어가던 그는 스무 살 때 아카펠라 팀을 꾸렸고 군 제대 후까지 계속 아카펠라 활동을 했다.

그러나 생계가 문제였다. 소비 시장이 없다시피 하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그는 솔로로 홀로 섰다. 돈 때문에 곡도 스스로 썼다. 곡을 받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곡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소속사를 잠깐씩 거치던 그는 2018년 현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 좋은 일이나 힘든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생기니 음악 작업은 더 힘을 받았다. 다만 리메즈에 들어간 이후, 닐로는 '사재기 의혹'에 시달리게 됐다. 그 역시 논란이 터지고 나서 '혼자 할걸. 그랬으면 욕은 안 먹었을 텐데' 생각이 스쳤다고. 그럼에도 그는 "그것도 잠깐이었다. 진짜 사재기를 하지 않았으니까"라며 "같이 슬퍼해준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 믿어주실 분들은 안 믿어주실 걸 아는데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곡을 쓰는 사람이라서 음악만 하고 있다"며 닐로는 "색안경을 빼고 노래를 쭉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논란이 터지고 나서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바닐로(팬클럽명)' 분들 때문이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음악을 만들어서 돈을 벌게 되더라도 음악을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닐로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닐로는 스스로를 연예인이 아닌 음악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MBC '복면가왕'에서도 그는 "목소리는 많이 알아주시지만 얼굴은 잘 못 알아보신다"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여전히 그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얼굴이 알려져서 싫은 건 아닌데 알려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라이브를 불러드리면 대부분 다르게 생각하신다. 제 음악을 많은 분들께 들려드리려면 라이브를 해야 한다. 제 역량 안에서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꾸준히 음악을 하면서 라이브를 들려드릴 수 있는 무대가 있으면 거기서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음악을 한지 14년이 넘었지만 대중분들이 저를 아신 건 2년 남짓밖에 안 됐으니까 전 아직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아요. 방향성은 유행을 타는 자극적인 음악이 아니라 언제 들어도, 오래 들어도, 세월이 지나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어디선가 노래를 들으셨을 때 '이거 닐로 목소리 아냐?' 했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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