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대한민국 셀러브리티 부부들이 식탁에서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라이프를 찾겠다는 것, '아내의 맛'의 기획의도였다. 그러나 프로그램 초기의 취지와 방향성을 잃은 듯한 현재의 '아내의 맛'이 씁쓸한 뒷끝을 남긴다.
16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는 어김없이 임도형, 정동원부터 미스터트롯T(강태관 김경민 이대원 황윤성)까지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심지어 '트롯의 맛'이라는 부제를 걸고 프로그램 속 또 다른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아내의 맛'에 '미스터트롯'이 얹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5개월째 '미스터트롯'을 등에 업고 방향성을 무시하고 있는 '아내의 맛'이다.
'아내의 맛'은 앞서 지난해 종영한 '내일은 미스트롯'이 끝나자 송가인을 섭외해 시청률 상승이라는 재미를 봤다. 그때의 기억이 강렬해서였을까. '아내의 맛'은 '미스터트롯' 방송과 동시에 그 흥행을 등에 업기 시작했다.
'미스터트롯'이 첫 방송된 건 지난 1월이다. 그리고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내의 맛'에서는 '미스터트롯'에서 탈락한 홍잠언과 임도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에도 시청자들은 의아해했다. 프로그램 성격상 11세 임도형과 9세 홍잠언의 출연은 다소 동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두 어린 친구의 출연을 잠깐의 '특집' 정도로 이해했다. '미스터트롯'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같은 방송사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연장선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홍잠언과 임도형 이후에는 노지훈이 출연하며 각각 시청률도 올리고 탈락의 아쉬움을 삼키는 윈윈 효과를 얻었다. 더군다나 노지훈은 아내 이은혜와의 일상을 공개하며 프로그램 취지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내의 맛'에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미스터트롯' 종영 후인 4월부터였다. '미스터트롯' TOP6를 차지한 정동원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남승민이 배턴을 이어받아 출연을 시작했다. 홍잠언 임도형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미성년자인 이들의 출연은 부부 예능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출연은 계속됐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미스터트롯' 출신 트로트가수들이 매 에피소드에 특별 게스트 형식으로 등장했다. 지난달 19일 방송된 98회에는 나태주가 합류해 일상을 공개했다. 부부의 일상이라는 프로그램 취지도 '아내의 맛'이라는 제목도 찾아볼 수 없는 혼자 사는 남자의 일상이었다.
'아내의 맛' 100회 특집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출연진들의 스페셜 모습으로만 꾸며져도 모자를 100회 특집이었지만 제작진은 정동원과 임도형의 촬영분을 끼워 넣었다. 심지어 두 사람의 모습은 100회 특집과는 무방한 보컬 레슨 에피소드였다.
이쯤 되니 부부 관찰 예능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본래의 취지와 방향성을 다시 찾아볼 재정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프로그램이 장기간 방송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본래의 기획의도와 초심을 잃는 건 분명한 문제다.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아내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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