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26년 차 배우 김지영이 '굿캐스팅'을 통해 통쾌한 액션과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더불어 워킹맘이라는 꼭 맞는 캐릭터를 입고 공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남녀 간의 사랑만이 로맨스가 아닌, 자식에 대한 사랑이 로맨스라고 말하는 김지영이다.
1995년 KBS '드라마게임-가장 행복하게 깨는 남자'로 데뷔한 김지영은 드라마 '전원일기' '토마토' '올드미스 다이어리' 내 사랑 못난이' '두 아내' '결혼해 주세요' '위대한 조강지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무서운 이야기' '엑시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김지영이 이번에는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극본 박지하·연출 최영훈)을 통해 꼭 맞는 캐릭터를 입고 시청자들을 찾았다. '굿캐스팅'은 현장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우연히 현장으로 차출되며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다. 김지영은 극 중 국정원인 정체를 숨기고 있는 워킹맘 황미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굿캐스팅'은 사전제작 드라마로 올 초 모든 촬영이 끝났다. 이에 김지영은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었다. 사실 '굿캐스팅' 자체가 그렇다. 큰 의미가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편하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게 목표였다. 만드는 사람들과 한마음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해 자체로 선물이었다. 방송은 편하게 시청자 입장에서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김지영은 '굿캐스팅'을 통해 사전제작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그는 "두려웠다. 지금은 재밌게 찍었는데 나중에 방송되면 어떨지 걱정이 됐다. 옛날 느낌이 나면 어쩌지 싶었는데 다행히 드라마가 약간 복고 콘셉트다. 옛날 감성이 들어가니 걱정했던 것보다 재밌게 나왔다"며 사전제작은 내가 걱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내려놓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이어 "주변 반응도 좋았다. 친한 지인들은 내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고 하더라. 가서 놀다 온 거냐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되겠지만, 잘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영은 '굿캐스팅'을 통해 체중 증량, 액션 등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특히 액션은 처음 접하는 장르로 액션스쿨을 다니며 열정을 불태울 정도였다. 그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핸드볼 선수 역할을 맡으며 훈련을 한 적은 있어도 액션은 처음이었다. 유도, 격투기, 칼, 총 등 다양한 액션을 배웠다. 막상 연습을 하니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무릎이 아프더라. 그래도 유도 꿈나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제일 맏언니다 보니 동생들에게 약간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내가 지쳐서 다 같이 훈련을 못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많았다. 거기 맞추려고 건강 기능 식품도 많이 챙겨 먹었다. 원래 내가 업계의 미친 체력이었는데 이제는 관리가 필요한 시기란 걸 느꼈다. 물건도 오래 쓰면 관리해야 되듯이 나도 슬슬 그럴 때가 된 게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또 체중 증량에 대해서는 "12kg을 찌웠다"며 "무게감을 주고 싶었는데 그 정도로 티가 안 나는 것 같다. 확실하게 8~90kg까지 찌울 게 아니면 비주얼 적으로 크게 티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7kg를 감량한 상태다. 마지막 5kg이 안 빠지고 요지부동이다. 어릴 때처럼 생으로 굶어서 뺄 순 없고, 피부도 지켜야 되니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되는데 난관이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첫 사전제작, 액션, 몸무게 증량 등의 부담감을 감수하고 김지영이 '굿캐스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이야기라고 하면 전문성이 있을 것 같고 액션도 나와서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일상을 담았다. 화려해 보이는 사람도 아픔이 있고, 그럼에도 이들이 서로를 보듬어 주며 함께 헤쳐간다는 게 좋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을 살고 또 더불어 사는 소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포인트였다.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 출연하는 배우들이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지영은 황미순 캐릭터가 세 요원 중 가정이 있고, 워킹맘이라는 사실에 끌렸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배우들이 남녀 간의 로맨스라면, 나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로맨스를 한다. 이는 그 어떤 로맨스보다 치열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라고 전했다.
김지영은 육아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를 키워서 사회에 내보내는 건 부모 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도 함께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해야 될지가 고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그들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공동의 책임의식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지영과 자녀의 관계는 어떨까. 그는 얼굴이 알려진 부모를 둔 자녀를 걱정했으나 오히려 배우는 점도 많다고 했다. 그는 "배우 부모를 둬서 아이가 불편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우리 가족은 휴가 시기에 여행을 다니지 못한다. 아이가 학교를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이 없을 때 여행을 간다. 장점은 오롯이 우리끼리 논다는 것이지만 아이가 더 겪을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걸 뺏는 게 아닌가 싶다"며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하면 오히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해 준다. 아이에게 배우는 것도 많고 위안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이런 김지영의 생각은 작품에 녹아들었다. 그는 "대부분 상황에 공감이 갔다. 사회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나이가 있는 역할이다. 이제는 찬밥 신세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내 자리가 작아지는 것처럼 느끼는 장면이 있다. 배우는 그런 부분이 덜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룰이 바뀐 건 맞다. 이제 어떻게 어우러져야 되는지 고민해야 된다"며 "집에서 아이는 자라고 부모님은 연세를 드시고 딱 중간의 위치다. 내가 건사해야 될 사람들이 많아지는 부분이 비슷하다"고 했다.
끝으로 김지영은 화기애애한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시즌2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좀 더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작품에서 각자의 아픔 등은 보여줬지만 국정원답고 전문가적인 모습은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액션도 더 많았으면 하는 욕심도 든다. 액션물답게 스펙터클한 장면을 보여주면 재밌지 않을까. 이런 걸 종합해 다음 여름을 겨냥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이처럼 김지영은 '굿캐스팅'을 통해 다양한 도전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더 강력한 액션과 웃음으로 그와 함께 돌아올 '굿캐스팅' 시즌2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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