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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오승환, 그의 끝내줬던 발자취 [ST스페셜]
작성 : 2020년 06월 17일(수) 07:07

오승환 / 사진=DB

[잠실구장=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대장' 오승환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다.

오승환은 1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말 등판해 1이닝 2볼넷 무실점으로 올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이로써 KBO리그에서 통산 278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에서 80세이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42세이브를 거둔 것을 더해 4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40세이브를 10년간 기록해야 얻을 수 있는 수치인만큼 400세이브 기록의 의미는 어마어마하다. 또한 이 기록 속의 '끝판대장' 오승환의 야구인생이 녹아있다. 그렇다면 오승환의 400세이브 과정은 어땠을까. 오승환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 2005년 '돌부처' 신인 오승환의 탄생

2005년 삼성의 신인 투수였던 오승환은 불펜투수로 시작했다. 당시 선동열 감독의 지휘 아래 무표정한 얼굴로 돌직구를 꽂아 넣으며 불펜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점차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오승환은 불펜 에이스로 떠오르며 중요한 승부처에서 등판했다. 그 결과 10승과 11홀드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리고 시즌 중,후반기부터는 아예 마무리투수로 낙점돼 16세이브를 챙기며 두 자릿수 승수, 홀드,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러한 활약으로 오승환은 2005년 생애 단 한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오승환은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으로 삼성의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KBO리그를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끝판대장' 오승환은 2년 차에 접어들자 더욱 끝내주는 활약을 펼쳤다. 4승 3패 47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서 리그를 지배했다. 47세이브는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이었다. 오승환의 활약에 삼성은 불펜야구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 부상으로 주춤했던 2009, 2010년을 이겨내고 삼성 왕조를 열다

오승환은 2006년 47세이브를 기록한 뒤 2007년과 2008년 평균자책점 1.40을 마크하며 79세이브를 수확했다. 이렇듯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나타내던 오승환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찾아왔다.

오승환은 2009년과 2010년 부상 여파로 도합 45.2이닝 만을 던지며 25세이브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4.83과 4.50으로 치솟았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어느새 타자들에게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오승환은 2011년 화려하게 부활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이후 자신의 구위를 되찾은 오승환은 2011시즌 1승 47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47세이브 시즌을 만들어냈고 평균자책점은 0점대인 0.63을 마크했다. 리그를 호령하는 '끝판대장' 오승환이 돌아온 것이다.

오승환이 위력을 되찾자 '사자 군단' 삼성은 안지만, 정현욱, 권혁 등 뛰어난 불펜진을 포진시켜 리그 최강의 뒷문을 구축했다. 이어 선발진과 타선도 조화를 이루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이후 5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삼성은 이후 2014년까지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삼성 왕조'를 열었다. 오승환은 2012년 2승1패 37세이브, 2013년 4승1패 28세이브를 기록하며 '삼성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신 타이거즈 시절 오승환 / 사진=Gettyimages 제공


▲ 일본과 미국에서도 오승환은 '끝판대장'

'사자 군단'의 영광을 이끌었던 오승환은 2014년 일본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겨 해외 무대 도전에 나섰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기대를 모았지만 한편으로는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높고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어 커트에 능한 일본 타자들에게 고전할 것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러한 평가를 비웃듯이 입단 첫 해부터 한신 타이거즈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적응기간 없이 2014시즌 2승 4패 5홀드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오승환의 39세이브는 한국인 역대 일본프로야구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이기도 했다. 스승이자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나고야의 태양'으로 활약했던 선동열 전 감독이 기록한 38세이브를 1세이브 차로 제쳤다. 청출어람이었던 셈이다.

오승환은 또한 2014시즌 '가을야구' 클라이맥스 시리즈(CS)에서도 4세이브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CS MVP에 올라 팀의 일본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그러나 일본시리즈에서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오승환은 2년 차였던 2015시즌에도 2승 3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으로 맹활약했다. 점차 일본 타자들이 오승환에 대해 분석해오자 고속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지는 등 변화를 가져가며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서의 지위를 지켰다. 2년 연속 구원왕은 그 상징물이었다.

오승환은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2016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오승환의 '돌직구'가 세계 최고의 무대이자 150km 중,후반대의 패스트볼 혹은 16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이 존재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오승환의 '돌직구'는 '괴물'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통했다. 시즌 초반 중간계투로 맹활약을 펼치더니 팀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한 틈을 타 클로저 자리를 꿰차며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마크했다. KBO리그산 '끝판대장'이 MLB에서도 9회를 책임진 셈이다.

오승환은 2017시즌에도 초반 마무리투수로 낙점받으며 세이브를 챙겼다. 그러나 점차 피홈런 비율이 높아졌고 좌타자에게도 약점을 드러내며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결국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주고 불펜투수로 내려왔다. 최종 성적은 1승 6패 7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16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아쉬움을 삼킨 오승환은 2018시즌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캐나다 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팀 필승조로 맹활약을 펼치며 시즌 중반까지 4승 3패 13홀드 2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어 오승환은 2018년 7월 당시 와일드카드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치던 콜로라도 로키스에 트레이드됐다. 콜로라도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팀이라 오승환에 성적이 급변하는 것이 아닐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오승환은 쿠어스필드에서도 2승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며 특급 활약을 이어갔다. 이 1세이브는 한·미·일 통산 399세이브였다.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 오승환 / 사진=Gettyimages 제공


▲ 돌아온 KBO리그, 그리고 400세이브

2018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시즌을 마친 오승환은 2019시즌 3승1패 3홀드 평균자책점 9.33으로 부진에 빠졌다. 세이브도 더 이상 기록하지 못했다.

오승환은 결국 시즌 중반 KBO리그 복귀를 결정했다. 이후 2016년 해외 도박으로 내려진 국내리그 72경기 출장 징계를 받은 오승환은 2020년 6월9일 KBO리그 복귀 경기를 펼쳤다. 1이닝 무실점으로 복귀전을 치른 뒤 10일과 13일에는 홀드까지 신고했다.

8회에 등판하며 예열을 끝마친 오승환은 끝내 16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원정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2457일 만에 세이브이자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기록한 순간이었다.

오승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를 통해 오랜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새삼 세이브 하나 올리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팀도 최근 좋아지는 중이고 그런 와중에 내 대기록이 나와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무리 투수는 구위도 뛰어나야 하지만 승패와 직결된 보직이다 보니 강인한 멘털을 가져야한다. 뛰어난 구위와 강인한 멘털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또한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오승환의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는 그런 점에서 엄청난 대기록이다. 또한 KBO리그 뿐만 아니라 낯선 일본과 미국 무대에 도전해 얻어낸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대기록과 함께 '끝판대장'으로 돌아온 오승환이 앞으로 500세이브까지 달성해낼 수 있을까.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오승환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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