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가수, 그리고 배우. 두 개의 수식어가 모두 아깝지 않은 박진영이다. 또 한 번 주연 배우로서 저력을 입증한 박진영의 삶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고 있다.
15일 박진영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전날 종영한 tvN 드라마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하 '화양연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양연화'는 아름다운 첫사랑이 지나고 모든 것이 뒤바뀐 채 다시 만난 재현(유지태)과 지수(이보영)가 가장 빛나는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며 그리는 마지막 러브레터를 담은 작품이다.
박진영은 극중 과거 재현 역을 맡아 유지태의 대학생 시절을 연기했다. 과거 재현은 연희대학교 수석입학 법학과 91학번으로, 동아리 '철학연대', '영화혁명' 회장이자 총학생회 사회부장, 학생운동에 참여한 인물이다.
박진영은 '화양연화' 종영 소감에 대해 "'화양연화'와 한재현이라는 인물을 만나 많이 초라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내가 과연 저 상황에 놓이면 정의로운 결정과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저 시대를 살았다면 나는 어디로 흘러 갔을까?' 수 없는 질문 속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비록 드라마일지라도 현실과 정의 속에서 갈등하고, 자신의 신념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는 재현이의 모습 속에서 내가 바라는 이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나를 받아준 재현이가 정말 고마웠고 재현이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함께 해온 스태프분들도 고마웠다. 배우 선배님과 동료분들이 없었다면 재현이가 완성되지도 못했을 거다"라고 밝혔다.
유지태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야 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조인 만큼 세밀한 감정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박진영에게는 부담감이 컸을 터. 그는 "엄청 부담이었다"고 운을 뗐다.
박진영은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가진 선배님인데, 그분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는 건 바통을 주고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하면 캐릭터의 서사가 붕괴될 수 있어서, 그런 지점이 어렵게 다가왔다. 피지컬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드라마적 허용이라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갔다"고 웃었다.
촬영을 따로 진행했기 때문에 방송 전 유지태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고. 그는 "과거 재현의 분량을 찍을 때 말투 같은 것들은 톤을 맞추려 신경 썼다. 그런데 선배님의 동굴 목소리는 따라 하기 어려웠다. 연기를 하고 나면 항상 목이 힘들었다. 중저음 보이스를 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고충을 밝혔다.
이어 "첫 방송 전에 편집실에 갔더니 감독님께서 USB에 편집본을 담아 주셨다. 그때 유지태 선배님 연기를 처음 봤는데, 신기하게도 은근히 비슷한 지점이 있더라.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선배님이랑 비슷하구나' 이런 점을 느끼며 모니터링했다"고 말했다.
자신과 한재현의 싱크로율은 60% 정도라고 덧붙이기도. 그는 "말투나 지수를 대할 때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 난다는 점은 많이 비슷했다. 그리고 지수랑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런 점이 더 많이 부각됐다"고 했다.
이렇듯 박진영은 시위 당시 우연히 만난 후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지수(전소니)와 첫사랑에 빠지는 어린 재현 역을 맡아 전소니와 풋풋하고 아련한 로맨스 연기를 선보이며 극찬을 받았다.
그는 "전소니 배우님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겪어보니 굉장히 물 같은 사람이더라. 내가 기계적으로 뭔가를 할 때도 거기에 다 맞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덕분에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며 "나는 작은 것까지 다 준비해서 현장에 가는 사람이라, 이게 표현적 한계가 있기도 하다. 전소니 배우님은 표현적 한계가 없이, 현장에서 흐름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다 해보는 스타일 같았다. 그런 점을 참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박진영은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가득한 배우였다. 2012년 KBS2 드라마 '드림하이2'로 데뷔한 박진영은 2014년 그룹 갓세븐으로도 데뷔, 배우와 아이돌을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다.
'화양연화'에도 앨범 준비 때문에 출연하지 못할 뻔했다가 겨우 합류하게 됐다. 그는 "작품의 제목과 대본에 많이 끌렸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사실 앨범 준비 시기와 겹쳐서 스케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디션을 봤다.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뽑아주셨고 일정 조정도 잘 돼서 작품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박진영에게 연기와 음악은 모두 놓칠 수 없는 일이다. 지칠 만도 하지만 연기와 음악을 향한 책임감과 욕심은 그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박진영은 "내가 하고 싶은 걸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크고,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 팀으로 활동할 때는 그 안에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그래야 연기를 할 때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할 일들을 잘 해놓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과, 해야 할 일들을 제쳐 놓고 다른 일을 하는 건 만족도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에 대해서는 "연기를 하는 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어떤 일을 하든 중심이 생길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아직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와 비슷한 지점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몰랐는데 내가 이런 걸 좋아했구나' 하며 나를 찾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영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연기를 힘이 닿는 대로 해볼 계획이다. 그는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따지는 것도 가리는 것도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주어진 모든 배역과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가수로서는 7년 차이지만, 배우로서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말한다. 박진영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는 더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꼭 얘기해야 한다면 선배님들처럼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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