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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 낯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무비뷰]
작성 : 2020년 06월 16일(화) 14:00

사라진 시간 / 사진=영화 사라진 시간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사이의 괴리감은 누구나 느낄 법하다. 이러한 차이를 자신이 느낄 때 스스로가 낯설어진다. 작품은 내면의 갈등과 현실, 그리고 인간 내면의 아픔에 대해 다룬다. 낯선 '나'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사라진 시간'이다.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한적한 소도시의 시골마을에서 외지인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형구(조진웅)가 사건 수사에 나선다. 그러던 중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상황에 빠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내가 기억하는 나와 타인들이 생각하는 내가 다르다. 분명 내가 알던 장소와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내가 다르다. 또 내가 기억한 장소 속의 나와 그들이 기억하는 장소 속의 내가 다르다. 마치 평행세계를 타고 넘어와 나 혼자 뚝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나의 커리어와 가족,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이다. 처음에 형구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꿈에서 깨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해보지만 깨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혹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나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영화는 이 간극 속에서 고뇌하는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사라진 시간 / 사진=영화 사라진 시간 스틸컷


이처럼 작품은 실존주의 철학에 입각해 현존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준다. 자세히 보고, 오래 곱씹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또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넘어갈 때 배치된 인물의 성격이 달라지며 타인의 고통이 내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결국 고통과 슬픔, 그리고 행복이 뒤엉켜 하나의 세계가 탄생한다는 의미다.

장르적 특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은 호러로 시작해 드라마로 끝나는 등 여러 가지 장르가 융합된다. 호러와 스릴러가 엉켜있을 때는 긴장감을, 형사가 사건을 추적할 때는 호기심을, 드라마와 코믹이 나왔을 때는 편안함과 웃음을 준다. 마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처럼, 넘실대는 파도를 타는 것처럼 장르와 형식을 파괴하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곳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이는 감독으로 데뷔한 정진영의 시나리오와 연출에서 탄생됐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진영의 오랜 고뇌가 담긴 작품은 그가 인생에 대해 던진 깊은 고뇌를 짐작게 한다. 특히 세련된 카메라 워킹은 형식과 장르를 파괴하는 작품과 맞물려 돌아간다. 익숙한 카메라 워킹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화면은 새로운 시선에서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심에는 배우 조진웅이 있다. 그는 묵직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형구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폭발적으로 표현한 것. 시시각각 변하는 형구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 몰입감을 높인다. 이외에도 배수빈, 차수연은 극 초반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연극 톤의 연기를 보여준다. 또 정해균, 이선빈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표한다.

결말 역시 '사라진 시간' 다웠다. 충분히 생각할 거리는 던진 영화지만, 다소 어려워 일부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라진 시간'은 낯선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생의 철학을 논한다. 신작이 귀한 요즘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18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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