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이 이를 악물었다.
최혜진은 12일 제주시 애월읍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 / 6,33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2600만 원) 1라운드에서 보기 1개, 버디 9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경기 후 최혜진이 떨림 없는 목소리로 건넨 말이 있다.
"타이틀 방어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다"
최혜진이 첫날부터 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해 정상이 올랐던 이 대회에서 다시 진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혜진은 이날 미국프로여자골프(LPGA)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김세영, 김효주와 한 조를 이뤄 플레이했지만 기죽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 센(?)' 언니들을 상대로 매운맛을 내뿜었다.
'2연패'를 가슴에 새기고 골프채를 잡은 최혜진은 첫 홀인 10번 홀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이후 13번 홀을 시작으로 3연속 버디를 더 낚아챘고, 17번 홀에서도 버디를 기록하며 전반에만 무려 5타를 줄였다. 이어진 후반 첫 홀에서는 보기를 범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4번 홀을 시작으로 다시 한번 3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공동 선두였던 이소미·이제영(7언더파)을 끌어내리고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다.
최혜진이 이 대회에 유달리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2연패'를 향한 불타오르는 승부욕도 있지만, 지난해 2승을 추가한 후 3개 대회 연속 톱 15위에 안에 들지 못할 때 '우승의 빛'을 선물해 줬기 때문이다. 당시 최혜진은 크리스 F&C 제41회 KLPGA 챔피언십,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2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E1 채리티 오픈,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는 17위, 24위, 26위에 그쳤다. 고개를 떨궜던 최혜진이지만 S-OIL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 이후 2개의 우승을 더 추가하며 KLPGA 투어 6관왕까지 쾌속 질주했다.
최혜진은 그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앞을 가릴지라도 말이다. 2라운드가 펼쳐질 13일 제주도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예고를 들은 최혜진은 "바람이 많이 불면 코스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많이 불 때를 대비해 연습을 많이 했다. 경험이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는 보기를 범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최혜진은 앞서 4경기를 치른 것이 타이틀 방어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드러냈다. "샷감이 많이 올라와 지난주보다 버디 기회가 많았다. 퍼트까지 잘 떨어져 좋은 타수를 기록했다"면서 "4경기를 치르면서 대회감을 잡아가고 있고, 잘 적응하며 이날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장소가 제주도라는 것도 최혜진을 웃게 만든다. 최혜진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경기를 치를 때는 나와 제주도가 잘 맞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5번의 우승 중 2번을 제주도에서 했다. 나와 (제주도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웃음) 이 대회 코스도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2년 연속 이 대회 제패를 목표로 둔 최혜진이 1라운드 단독선두로 스타트를 잘 끊은 가운데, 남은 라운드에서 그 기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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