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바야흐로 '애프터 코로나19' 시대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기원전(B.C.)과 기원후(A.D.)는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D. After Disease)로 재정의되고 있다.
가요계 역시 코로나19발(發) 암흑기에 시달리는 중이다. 공연, 팬미팅 등 일정이 전면 취소되며 2020년은 소위 '잃어버린 해'가 돼 버렸다. 그에 맞춰 다양한 변화도 일었다. 오프라인 행사는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음원차트는 온라인 기반으로 새 바람을 맞았다. 이렇듯 코로나19로 바뀐 가요계 풍경들을 짚어봤다.
사진=신승훈 화상 인터뷰, 슈퍼주니어 비욘드 라이브
◆ 온라인 콘서트까지, '언택트' 활성화
코로나19는 '언택트(Untact, 비대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통을 만들어냈다. 쇼케이스는 온라인으로, 인터뷰는 화상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공연 역시 새 국면을 맞았다. 콘서트 일정이 줄취소되면서 소위 '방구석 콘서트' 열풍이 일었다. 많은 스타들이 이른바 '#투게더앳홈(#TogetherAtHome)' 캠페인으로 비대면 공연을 열며 팬들이 안방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무관중이라 현장감이 없다는 악재는 SNS 채팅 댓글을 주고 받는 활발한 쌍방향 소통으로 보완했다.
심지어 이 온라인 콘서트는 유료로까지 진화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세계 최초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론칭했다. 특히 '비욘드 라이브'는 AR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접목되며 웅장한 장관을 연출해냈고,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까지 덧대며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는 전세계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14일, 방탄소년단과 팬덤 아미(ARMY)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감하는 온택트(On-Contact)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를 열었다. 방탄소년단의 방으로 팬들을 초대하는 콘셉트로 진행된 '방방콘 더 라이브'는 유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 75만6600여 명의 팬들을 불러모으며 약 250억 원(티켓값 추정) 가량을 벌어들였다. 오프라인 콘서트가 불가한 상황 속 온라인 유료 콘서트가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된 것이다.
◆ 트로트, 안방극장 점령
TV조선 '미스터트롯' 흥행 이후 가요계가 급변했다. 오랜 시간 저속한 음악으로 치부되며 저평가됐던 비운의 장르 트로트가 '메인 스트림'에 합류할 정도로 급부상한 것. 트로트는 전세대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행사는 줄취소됐고, 공연 역시 미뤄지며 설 무대가 줄어들었다. 물 들어올 때 노젓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
이 같은 갈증은 다행히 안방극장이 해갈시키고 있다. 트로트의 인기를 타고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등 '미스터트롯' 파생 프로그램이 수 개 만들어졌고, MBN '보이스퀸' '트로트퀸', MBC 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SBS '트롯신이 떴다' 등 다양한 형식의 트로트 프로그램이 론칭됐다.
트로트와 관련 없는 예능들도 '트로트맨'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미스터트롯'이 탄생시킨 걸출한 스타들은 MBC '라디오스타'부터 JTBC '아는 형님'까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률, 화제성을 입증하며 안방극장을 트로트로 꽃 피우고 있다.
◆ '벚꽃엔딩'은 지고 '깡'은 역주행하고, 차트 대변혁
사회적 거리 두기로 나들이가 어려워지고 관련 축제들이 줄취소되면서 차트에도 대변혁이 찾아왔다.
매년 봄마다 차트에 등장하던 봄 캐럴이 올해는 주춤했다. 실제 '벚꽃연금'으로 불리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 방탄소년단의 '봄날' 등은 전년보다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봄 캐럴이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예년에 비해 차트 재진입 시기와 순위가 늦춰지거나 대폭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집콕' 생활이 일상화됨에 따라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문화는 훨씬 더 활발해졌고, 이에 발맞춰 비의 '깡'은 조롱조의 여론을 뚫고 역주행하는 기적을 맛보게 됐다.
지난 2017년 발매된 '깡'은 시대에 맞지 않는 안무와 자아도취 가사로 혹평 세례를 받았고, '밈'으로 진화되며 놀림거리로 소비됐다. 그러다 비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대중에게 "더 즐겨달라" "1일 3깡 해야한다"고 독려하며 '깡'은 열풍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하이어뮤직 수장 박재범을 비롯해 김하온(HAON), pH-1(피에이치원), 식케이(Sik-K)가 참여한 '깡' 리믹스 버전은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꿰뚫었다. 원조 '깡'과 '깡' 리믹스 버전이 차트에서 함께 대결하는 새 역사가 쓰여진 격이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