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미혼의 여성 스태프를 중고차 가격에 비유해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인 가수 양준일이 9일 만에 직접 사과했다.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딛고 돌아선 여론을 회복할 수 있을까.
양준일은 11일 오후 자신의 SNS에 "라이브 방송 중 내 행동 때문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내 발언뿐만 아니라, 내 발언이 성 편견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스태프에게 내 발언에 대한 사과를 했고, 이번 기회에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나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했을 나의 퀸즈&킹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팬들에게도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앞서 양준일은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재부팅 양준일' 라이브 방송 중 남자친구가 없다는 여성 스태프를 두고 "마음에 드는 사람, 성격 급한 남자분들 얼른 채팅 달라.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한다. 새 차를 중고차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후 양준일의 발언을 두고 "여성을 중고차에 비유한 시대착오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으나 양준일 측은 오랜 기간 침묵을 택했고, 9일에서야 입장문이 올라왔다. 이마저도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맞는지 의문이 남는 반쪽짜리 해명문이었다. 더군다나 발언의 주인공인 양준일이 아닌 제작진의 입장문이었다.
제작진은 "방송 이후 양준일 선배님은 특정 성별에 의미를 두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을 인지했으며, 곧바로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또 제작진 사무실을 방문해 재차 사과의 말씀과 위로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입장일 뿐, 이를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무엇보다 입장문 말미 팬들을 향한 경고 문구도 문제였다. 사과를 위해 입장문을 작성했다는 제작진은 자신들의 해명을 끝낸 뒤 비연예인인 제작진을 겨냥한 악의적인 댓글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수의 누리꾼은 이를 두고 사과와 경고가 뒤섞인 정체성 없는 입장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허점투성이인 사과문은 양준일의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일을 더 키우는 셈이 됐다. 같은 시각 양준일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하철 광고를 인증했다. 제작진이 말하는 '양준일이 전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비판은 거세졌다. 그러자 양준일이 직접 나서 입을 열었다. 논란 후 약 열흘 만의 입장이었으며, 이미 '늑장 대응'이라는 이미지를 입은 후였다. 일각에서는 논란 후 가장 먼저 나왔어야 할 본인의 사과문이 제작진의 간접 사과, 법적 대응 으름장으로도 통하지 않자 내놓은 '최후의 보루'냐고 지적했다.
어찌 됐든 양준일은 공개 사과를 통해 들끓던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관건은 실망에서 비롯해 돌아선 여론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다. 양준일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독이 됐던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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