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2020년 상반기, 희비 갈린 작품들의 성적표, 어떤 작품은 달콤한 성적에 웃고 어떤 작품은 쓰고도 쓴 실패의 맛에 눈물 지엇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속 방송가 역시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각 방송사는 다양한 작품들로 시청자들을 찾아 때로는 웃음을, 감동을 그리고 위로를 전했다. 특히 최근 진행된 대종상영화제에서 언급됐듯 상반기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SBS '스토브리그' 등 어느 때보다도 쟁쟁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한때였다. 하지만 뭐든 흥하는 게 있으면 '망'하는 작품들도 있는바, 아쉬움을 남긴 작품들도 더러 있다. 특히 KBS의 경우 꾀나 많은 작품들이 1%를 웃도는 부진한 시청률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가운데 스포츠투데이 기자들이 2020년 상반기 흥의 기운을 띈 'UP' 작품과 '망'의 기운을 띈 'Down' 작품을 꼽아 봤다.
백지연 기자
◆ UP: '인간수업', 이보다 더 리얼할 수 없다. 필터링 없는 잔혹 현실 그 자체
'인간수업'은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의 비행 실태를 파격적으로 담아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최근 'N번방 사태'(텔레그램을 통해 반인륜적 성착취 영상을 녹화해 유포 및 배포한 사건)가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언급된 상황, 이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현실이지만 많은 깨달음을 안겼다.
특히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 속 물질적인 가치가 무엇보다도 우위에 놓여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치관이 완벽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성매매, 강도, 갈취 등을 서슴지 않고 행하며 붕괴되는 모습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행을 일삼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이 밖에 '인간수업'은 공개 일주일 만에 '오늘의 한국 톱 10 콘텐츠' 1위에 오르며 이슈몰이를 했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고 상반기 'N번방' 사태 논란과 맞물리며 화제의 중심이 된 작품임이 확실하다.
◆ Down: '어서와' 국내 최초 동물 변신 드라마, '최초'말곤 남은 게 없다
지난 3월 첫 방송돼 4월 12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어서와', 국내 최초로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해 극이 진행된다는 특이점으로 꾀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첫 방송 시청률 3.6%(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무난하게 시작을 하는가 했지만 시청률을 수직 하락해 0%대까지 떨어지는 불명예를 안았다.
KBS2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천사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명수였기에 고양이로 변하는 홍조 역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어서와' 속 그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연이어 판타지 드라마에 출연해서였을까, 그의 모습은 식상함을 전하기까지 했다. 이 밖에 어색한 CG 효과 역시 극의 몰입을 방해해 설상가상이었다.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반려동물에 대한 시각뿐 아니라, 반려동물 입장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는 시도는 좋았으나 '어서와'는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뚜렷한 감동도, 재미도, 힐링도 주지 못한 듯하다.
김나연 기자
◆ UP: '사랑의 불시착', 현빈·손예진이 다 했다
우선 시청률부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마지막 회 최고 시청률 21.7%를 기록하며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 tvN의 역사를 바꿨다.
현빈과 손예진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장교와 남한 재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큰 줄기로 흘러간다. 쉽게 공감이 어려운 판타지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현빈과 손예진이라는 두 배우를 만나 설득력을 얻었다. 코믹, 액션, 멜로까지 '사랑의 불시착' 속 모든 장르를 자신들만의 연기와 '케미'로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이에 힘입어 '사랑의 불시착' 현빈, 손예진은 다시 부는 한류 바람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 공개 직후 일본 넷플릭스 톱10에 10주 동안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랑의 불시착'으로 인해 현빈과 손예진은 한류 스타의 입지를 다시금 공고히 하게 됐다.
◆ Down: 오래도록 기억될 '하이바이,마마!', 물론 안 좋은 의미로
시작과 끝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이바이,마마!'는 초반까지만 해도 교통사고로 죽은 차유리(김태희)의 환생이라는 판타지 요소와 사별의 아픔을 겪었던 남편 조강화(이규형)와의 애틋한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차유리는 뒷전, 조강화와 재혼한 오민정(고보결)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극 전개와 캐릭터 붕괴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시청자들이 걱정한 대로 '하이바이,마마!'는 차유리는 딸 서우(서우진)을 위해 환생을 포기하고 승천했고, 조강화와 오민정은 서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결말을 맺었다.
공감하기 어려운 극 전개와 산으로 가는 아쉬운 스토리에 결혼과 출산 후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태희의 안정적인 연기력은 빛이 바랬다.
현혜선 기자
◆ UP: '스토브리그', 스포츠 드라마의 지평을 열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남궁민)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다.
5.5%의 시청률로 시작한 '스토브리그'가 19.1%라는 약 4배 높은 시청률로 종영됐다. '스토브리그'가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선함이었다. 스포츠물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야구팬과 드라마 팬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평이다.
또 각자의 자리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호연도 인기를 끈 요인이다. 남궁민을 필두로 박은빈, 오정세, 조병규 등은 실제 프런트처럼 움직였다. 또 야구선수 역을 맡은 조한선, 차엽, 채종협, 하도권 등은 실제 선수처럼 폼을 잡아 몰입도를 높였다.
기존 시청자를 사로잡던 소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 Down: '더 킹: 영원의 군주', 총체적 난국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는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이민호)와 누군가의 삶·사람·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김고은)의 공조를 통해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앞서 스타 작가 김은숙과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해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연 작품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우선 평행세계라는 어려운 소재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크다.
같은 배우들이 다른 역할로 등장하는 평행세계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점을 화면에 제대로 담아야 한다. 색감으로 차이를 주든 카메라 워킹으로 차이를 줘야 한다. 하지만 자막조차 넣어주지 않은 불친절한 드라마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시청자는 헷갈리는 상황에서 집중하기 못한 채 드라마를 봐야 했고, 이 와중에 PPL은 쏟아졌다. 총체적 난국이다.
최혜진 기자
◆ UP: '부부의 세계', 불륜 드라마의 한 획을 긋다
어디에도 없던 화제성과 반전 전개였다. 첫 화부터 이태오(박해준)의 외도가 발각되는 것은 물론 주변 인물 모두가 그의 외도를 도왔던 충격 전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전개가 다소 진부하거나 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매회 예상치 못한 엔딩으로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또한 신인 배우 한소희, 심은우, 이학주 등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며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여기에 김희애, 박해준의 심리 표현 등 프로 배우다운 모습도 더해져 볼거리가 많았다.
◆ Down: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그저 로맨스 장르일 뿐
원작 동명 소설 존재로 기대감을 상승시켰지만 다양한 장르가 넘쳐나는 안방극장에서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실제 시청률은 1~2%대만을 오가는 수준이었다. 배우 서강준, 박민영의 출연이 아쉬울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첫방부터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는 최종회까지 이어졌다. 물론 과거에 얽힌 사연이나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며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미 고정 시청자 수가 떨어지는 추세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해 인기를 모은 드라마들을 보면 로맨스를 다루지 않아도, 새로운 요소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상황. 그러나 날찾아는 단순한 로맨스 장르일 뿐, 그 외의 매력을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