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2020년 상반기, 예능프로그램들은 트로트와 부캐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코로나 19로 혼란 속 지나간 시간, 어느덧 한 해의 상반기가 지나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느 업계나 예기치 못한 돌풍을 맞았고 방송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관중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장기적으로 방송 휴식기에 돌입하기도 또는 무관중 방송으로 위태롭게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2020년 상반기 예능프로그램들은 꾀나 큰 지각 변동을 겪었다.
사랑의콜센타, 트롯신이떴다, 뽕숭아학당/ 사진=포스터
◆2020년 예능 트렌드? 당연지사 '트로트'
구수하고 흥겨운 자락, 멜로디를 듣자면 누구나 몸을 흔들 수 있는 장르는 트로트다. 하지만 트로트는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K-POP이 음악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시기, 트로트는 음악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올해 39세의 나이에도 "트로트 계에서 막내만 15년 차"라고 말했던 박현빈의 표현을 빌려도 트로트계에 몸 담고 있는 아티스트들 역시 대부분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이었다. 머리에 떠올렸을 때 젊은 트로트 아티스트들은 장윤정, 홍진영 등을 비롯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TV조선 '미스트롯'이 예기치 못한 돌풍을 일으켰다. '미스트롯'은 제2의 트롯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트롯 스타들을 탄생시킬 신개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진선미'인 가수 송가인, 홍자, 정미애를 배출했다. 이들은 각종 예능프로그램, 행사 등 섭외 1순위로 떠오르며 너도나도 이들을 잡기에 열을 올렸다. 이런 기세 TV조선은 지난 1월 불모지라 여겨졌던 남자 트로트 가수들의 대거 발굴과 함께 대세 송가인의 뒤를 이을 '트롯맨'을 찾는 '미서터트롯'으로 시청자들과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미스터트롯'은 마지막 회에서 '미스트롯'의 최고 시청률이자 마지막 회 시청률인 18.11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2배에 육박하는 35.711%(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를 기록했고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인기스타들을 배출했다.
'미스터트롯'의 7인방 배출과 함께 방송가는 이들을 잡기에 열을 올렸고 트로트를 콘텐츠로 한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랑의 콜센타 / 사진=TV조선 사랑의 콜센타
'사랑의 콜센타'가 그 대표적 예다. '미스터트롯' 7인 방이 특정 시간 동안 전국 각지에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신청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은 후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신청곡을 불러 주는 실시간 전화 노래방 형식의 프로그램을 내놨고 이는 평균 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 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상황, 시청자들은 직접 신청곡을 청할 수 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트롯 스타들과 통화를 할 수 있고 또 자신들의 사연을 전해준다는 획기적인 포맷에 열광했다. 또 프로그램 역시 때로는 감동, 재미를 자아내는 사연으로 트로트 예능계의 1순위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시작된 TV조선 '뽕숭아 학당'은 지난해 송가인이 출연했던 '뽕 따러 가세'의 후속으로 지난달 첫 방송됐다. 레전드와 함께 노래를 배우는 노래 교실 스타일이 가미된 이 예능프로그램에는 '미스터트롯' 출신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뽕숭아 학당'은 사실 시작되기 전, 트로트 예능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 심지어는 출연진도 '사랑의 콜센타'와도 겹친다는 지적 속에 막을 올렸다. 그러나 '뽕숭아학당'은 가수 김연자부터 코미디언 김신영의 '부캐' 김다비까지 게스트로 출연시키는가 하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토크쇼 형식을 더해 '미스터트롯' F4들의 진솔한 얘기를 담아 '사랑의 콜센터'와는 또 다른 유쾌한 매력으로 우려를 단 번에 잠재웠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회 시청률 13.246%(전국기준)을 기록했고 꾸준히 13%대의 시청률을 나타내며 4주 연속 수요 예능 전 채널 1위라는 영예를 안고 여전히 순항 중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는 전 세계에 K-POP 열풍이 한창인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계의 '신' 설운도, 남진, 김연자, 주현미, 진성, 장윤정이 해외 한복판에서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공연과 버스킹으로 K-트로트의 가능성을 증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트로트가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띌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트롯신이 떴다'의 흥행은 트로트가 국내에서만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것이 아닌 '롱런' 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해 의미를 얻었다. 최근 시청률 하락세로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나 혼자 산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우다사/ 사진=포스터
◆ 관찰 예능프로그램의 하락세
사실 트로트 예능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기 전, 근 몇 년간 관찰 예능프로그램은 예능계 주류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경우 7년이란 시간 동안 다양한 스타들의 일상을 공개하며 매 회 화제를 모아 왔다.
이런 인기에 여러 방송사에서도 다양한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내놨고 시청자들 역시 이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스타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던 관찰 예능은 최근 연애와 사랑이 가미된 다양한 리얼리티 관찰 예능프로그램으로 진화하며 한 층 업그레이드된 흥밋거리로 시청자들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더 이상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관찰 예능들은 하나, 둘 시청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상반기, 관찰 프로그램은 '추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저조한 결과를 냈다.
지난 2013년 시작돼 7년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348회가 된 '나 혼자 산다', 관찰 예능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연예인부터 스포츠 스타까지 수많은 '혼남, 혼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대사회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사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의 인기는 전만큼 열렬하지 않다. 특히 4월 시작돼 5월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동시간대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의 약세는 너무나 뚜렷이 나타났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41회부터 345회 시청률은 10% 미만대를 기록했고 특히 345회는 1, 2부 각각 6.7%, 5.7%, 올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시청률 약세는 사실 경쟁 프로그램의 등장 때문 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가족의 품을 떠나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그리며 공감대를 형성하던 프로그램에 특색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과도한 설정으로 자연스러움과 소소함이 사라져 보는 재미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 밖에 크고 작은 구설에 휩싸이는 멤버들 역시 프로그램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줬다. 최근 여러 장수 예능프로그램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나 혼자 산다'도 롱런을 해 나갈 수 있을지에 우려 섞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실제 연예인 커플들의 리얼한 러브 스토리와 일상을 담으며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한 생각과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평소 사생활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스타들이 열애 사실을 공개함은 물론, 리얼한 연애 일상을 공개한다는 파격적인 콘텐츠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월 9일 첫 방송 시청률은 3.1%를 기록하며 막을 올렸다. 다소 늦은 시청률이었으나 화제성이 없지는 않았다. 방송이 끝나면 커플들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되면서 시청자들은 비슷한 그림이 반복되는 것 같다는 지적과 함께 커플들의 일상에 더 이상의 흥미를 느끼진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시청률은 2%, 1%대까지 수직 하락했다. 더불어 '부러우면 지는 거다'의 출연진이었던 셰프 이원일의 여자 친구인 PD 김유진이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이며 하차했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학폭 논란의 꼬리표까지 달게 됐다.
지난해 방송된 MBN 예능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이혼의 아픔을 겪은 스타들이 출연해 사랑과 삶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밝히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혼'이라는 아픔을 대중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만큼 스타들의 솔직한 고백은 화제가 됐다. 시즌1에서 방송인 박영선, 김경란, 배우 박은혜, 박연수, 가수 호란의 활약으로 지난 3월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시즌2를 내놨다.
시즌2에는 방송인 유혜정, 이지안, 가수 정수연 등이 출연해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고충을 털어놓는가 하면 새로운 소개팅남들과의 데이트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2'는 1%를 웃도는 저조한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큰 화제를 모으며 시작돼 시즌2로 이어진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였지만 시즌1과 비슷한 포맷과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큰 흥미를 주지 못한 듯싶다.
◆ '부캐' 열풍, 대표 유산슬&둘째이모 김다비
2020년 상반기,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는 '부캐'(부캐릭터의 준말)의 등장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재석을 트로트 가수, 밴드 드러머, 하프 연주가 등으로 변신시키며 유산슬, 유스 페우스 등 '부캐'로 활동하게 했다.
실제로 유재석은 '부캐'로 변신할 때,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완벽하게 변신함으로써 여러 자아를 완벽하게 표현해냈고 대중들을 은 이에 열광했다. 이미 방송가에서 정상의 위치에 있는 그가 부캐'로 새롭게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딛는 신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대개 연예계의 정상에 다 달았을 때는 그 자리에서 잘 내려오는 것이 수순이지만 '부캐'라는 개념의 등장으로 유재석을 비롯한 많은 스타들이 롱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듯하다.
특히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 사회적으로도 하나의 자아로만 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부캐'라는 개념은 어쩌면 요즘 미디어에서 가장 필요했던 콘텐츠였던 듯하다. 최근 코미디언 김신영도 '둘째 이모 김다비'라는 부캐로 활약 중이다. 그는 흥겨운 트로트 곡 '주라 주라'를 발매하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수 예능프로그램에 김신영이 아닌 부캐 '둘째 이모 김다비'로 등장,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이 밖에 최근 소속사 에스팀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효리 역시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비, 유재석과의 혼성그룹을 결성했고 그룹 내에서 '린다G'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기로 확정 지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내 정체가 뭔지 나도 모르겠다. 제주도에 있을 때는 잔디를 깎아야 하고 서울에 오면 린다G고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 유재석은 "부캐를 린다G로하고 활동하면 되지"라는 말로 이효리를 다독였다. 이 같은 그의 말은 또 다른 부캐의 등장을 암시케 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