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2020년 상반기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그 자리를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가 채우며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향후 디즈니 플러스(Disney+)와 애플TV 플러스 등 미국 시장에서 각광받는 OTT 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인 가운데 영화계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과거 TV 수상기만 있으면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고 전파가 안테나를 수신했다. 이후 위성, 광케이블을 통한 전파를 송수신하는 방식이 도입되며 TV 위에 셋톱박스를 두게 됐다. 이제는 셋톱박스를 넘어선 오버 더 톱, OTT 시대가 도래했다.
◆ 적수 없는 OTT 강자, 넷플릭스
OTT 서비스의 최초이자 강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1997년 미국에서 비디오와 DVD를 우편, 택배 등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됐다. 10년 뒤인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사업을 확정했으며 국내에는 2016년 발을 디뎠다. 현재 넷플릭스는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해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등의 판권을 구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사업을 확장한 넷플릭스는 무서운 속도로 구독자를 모았다. 넷플릭스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1~3월 약 1580만 명이 새로 가입했다. 당초 넷플릭스는 1분기 신규 가입자를 약 700만 명으로 전망했다. 실제 전망치의 2배가 넘는 사람들이 새로 가입한 상황이다. 총 유료 가입자 수는 약 1억83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넷플릭스가 OTT의 최강자로 우뚝 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오리지널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다는 점이다. '킹덤' 시리즈를 비롯해 '좋아하면 울리는' '나 홀로 그대' '인간수업'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신선한 소재와 작품성으로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스포츠투데이에 "넷플릭스는 창작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관객의 마음을 이끄는 진정성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예술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국내 기업들과 특수효과(VFX), 촬영, 대본 집필, 및 작품 유통 등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창작자 커뮤니티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도 지속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완성도는 자본력에서 나온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약 1억8300만 명이며 멤버십 요금 중 가장 저렴한 건 요금제는 9500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월 약 1조7385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붙는 투자 비용 등을 합산하면 막강한 자본력이 완성된다. 국내 OTT 업체와 분명한 자본력의 차이를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스포츠투데이에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는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넷플릭스가 OTT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건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덕이다. 그래서 지금도 콘텐츠 계발에 사력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에 비해 국내 OTT인 웨이브, 티빙 등은 아직 배급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성격이 달라서 아직은 확장이 어렵다고 본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자본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광고가 없고, 구독자들이 약정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끈 요인이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짧은 동영상을 시청할 때도 광고를 봐야 한다. 광고 수익이 곧 창작자와 업체의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보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그만큼 광고는 OTT 업체 수익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광고 수익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청자들의 편리성에 중점을 맞췄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1020세대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 사진=각 홈페이지
◆ 디즈니 플러스+애플TV 뛰어든 OTT 시장
넷플릭스가 점령한 OTT 시장에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개시한 OTT 서비스다. 디즈니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 픽사, 마블 등의 콘텐츠와 캐릭터가 주력이다. 국내에도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와 마블의 단독 콘텐츠가 올라가면 그 경쟁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수 년간 사랑받은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게 넷플릭스와의 차별점이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는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월 가입자 수인 2650만 명의 2배를 웃도는 수치로 빠르게 이용자가 유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6월 일본 시장에 상륙했으며 국내에는 내년 초에 들어올 전망이다. 애플TV 플러스 역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 안에 가입자 1억 명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국내 상륙한다면 국내 OTT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까. 전문가는 판이 흔들린다기 보다 다양한 색깔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정덕현 평론가는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색깔이 다르다. 디즈니 캐릭터에 익숙한 마니아들은 디즈니를 보고, 넷플릭스의 자극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들은 넷플릭스를 선택할 것이다. 각자 성격에 맞게 서비스를 찾아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OTT 시장 경쟁 속 한국 영화계의 미래
새로운 시장과 다양성이 다가올 미래 한국 영화의 가치는 바뀔까. 현재는 멀티플렉스와 OTT 업체의 대결구도가 형성돼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객들 뺏고 빼앗는 관계처럼 보이는 것. 그러나 평론가는 이 시기가 지나면 멀티플렉스와 OTT의 공존이 가능해지고 나아가 한국 영화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 평론가는 "OTT 업계가 활발해지면 극장용 영화와 OTT 영화로 나누어 질 것이다. 극장용 영화는 말 그대로 극장에 가서 보면 재밌는 영화다. 예컨대 블록버스터, 음악 영화 등이 그렇다. OTT 영화는 넷플릭스의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를 예로 들 수 있다. 러닝타임이 길어서 집에서 잠깐씩 쉬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두 개로 나누어질 때 한국 영화는 양쪽에 설 것이다. 여름에 나올 블록버스터 영화는 극장에서 흥행을 가져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은 OTT를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관심을 갖는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작품만 괜찮으면 해외에서 충분히 흥행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다. OTT 시장이 커지는 걸 마냥 위기로만 볼 게 아니라 기회로 보고 잘 적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비가 적은 영화에게 더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 영화 산업 구조 상 극장용 상업 영화에 집중돼 있다. 제작비가 적은 영화가 극장가 관객들의 발걸음을 잡긴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OTT와 손을 잡는다면 성공이 가능해지고, 더 다양한 영화가 관객을 찾을 수 있다. 선순환적인 구조가 강조된 것. 평론가는 "상업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면 OTT 속 글로벌 릴리스가 작은 영화들에겐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영화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다. 영화가 블록버스터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다양성 영화가 함께 맞물려야 된다. 블록버스터가 멀티플렉스로 진화했다면 다양성 영화가 새로운 플랫폼에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OTT와 멀티플렉스의 공존
끝으로 코로나19가 상반기 극장가를 덮치지 않았다면 멀티플렉스와 OTT의 성향이 분명히 보일 수 있었다고 평론가는 설명했다. 블록버스터와 멀티플렉스가 결합된 테마파크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 멀티플렉스가 OTT로 인해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 거라고 예측했다. 공존과 상생이 가능하다 걸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멀티플렉스가 지금 힘든 건 (OTT가 아닌)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아마 블록버스터 용 테마파크 영화관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아마 현재 상황에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19가 상반기 극장가를 덮치지 않았다면 이런 성격이 분명해질 거였다는 게 평론가의 설명이다. 정 평론가는 "멀티플렉스가 지금 힘든 건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아마 블록버스터 용 테마파크 영화관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아마 현재 상황에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이 어우러진 OTT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시청자들은 각자의 입맛에 맞춰 콘텐츠를 선택하면 된다. 영화계는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위기를 기회로 맞아야 한다. 결국은 콘텐츠 싸움이다. 더욱 수준이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누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