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신원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이우정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만나 또 하나의 히트작이 탄생했다. 신원호 감독 특유의 '공감 스토리'를 내세운 사람 사는 이야기에 이번에도 시청자들은 웃고 울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 친구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4연속 히트작을 만들어낸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신원호 감독은 이러한 관심을 '완벽한 작품'으로 부응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최고 시청률 14.1%(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그는 "홀가분하다. 전작까지는 '끝났다'라는 느낌과 함께 긴장이 풀어졌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제라서 그런지 아직 안 끝났다는 생각이 있어서 긴장감이 온전히 풀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시즌 2가 끝나면 이 여파가 몰려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시즌 1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심지어 주 1회 방송, 시즌제라는 익숙하지 않은 시도로 만들어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주 2회 방송이 익숙한 국내 시청 패턴 사이에서 주 1회 방송도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면서 근로시간 준수 및 제작 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신원호 감독은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들의 결과보다도 안도하게 되는 지점이고, 주 1회 방송을 버티면서 따라와 준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물론 모든 제작사나 방송사가 주 1회 방송이나 시즌제, 사전제작 등의 풍토가 자리 잡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5분물, 30분물, 120분물 등 런닝 타임의 변화나 3부작, 6부작 등 제작 편수의 변화같이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되고,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확장되면서 정말 수많은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으로 신원호 감독은 이우정 작가와 함께 5연타석 흥행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공적인' 결과와 성적이다. 신원호 감독은 이러한 성공을 배우들과 음악, 그리고 대본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먼저 "시청자분들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사랑해 주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환자로서, 보호자로서, 혹은 의료진으로서 공감된다고 언급해 주신 지점도 여러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99즈'(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의 '케미'를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그 지점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배우들 모두 신인이나 무명도 아니고 각자의 위치와 나이가 있음에도 서로를 좋아하며 잘 지내줬다. 사전에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 '케미'가 화면 밖으로 이어진 덕분인 것 같다. 아울러 작품의 밑을 다 함께 받쳐주고 있는 모든 배우들 덕분이기도 하다. 한 명 한 명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모두 다 잘해줬다. 특히 단역분들께 감사드린다. 1회성으로 출연해 주신 건데도, 진심으로 연기해 주셨다. 환자나 보호자 에피소드들의 힘은 그분들의 연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고마워했다.
특히 대중에게 미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원석들을 발굴해 온 바 있다. 그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서는 브라운관에서는 아직 어색한 전미도를 새롭게 발탁했고, 이는 완벽한 성공으로 돌아갔다. 전미도는 주인공 5인방 '99즈' 중 홍일점 채송화 역으로 출연해 기대 이상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신원호 감독은 "전미도는 현장에서도 초반에 캐릭터에 대한 밸런스를 잡아준 것 말고는 특별히 디렉션 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미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아온 연기자에게 연기하는 공간이 바뀌는 것쯤은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놀라운 건 이미 잘하면서도 노력한다. 전미도는 정말 모범생 같다. 이를테면 베이스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캐논'을 해낸 것도 놀랍지만,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그 어려운 슬랩을 해내는 순간, '너는 정말 모범생 같다'라고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며 "베이스 선생님도 초보가 할 수 있는 진도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해냈다"고 칭찬했다.
또한 신 감독은 "모범생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게 틀에 박혀있지도 않아 늘 예상치 못한 연기를 던져준다. 깜짝깜짝 놀랄 만큼 영리하다. 정말 든든하면서도 똑똑한 큰딸 같은 느낌이다"라며 "좋은 작품을 만나면 더 큰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지 않은 시기에 다시 공연계로 돌아가 공연을 하는 마음마저 너무 예쁜 배우다. 마음먹은 대로 잘 될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우정 작가의 '대본의 힘'은 신원호 감독의 '믿을 구석'이었다. 그는 "이우정 작가는 이번 작품을 하며 반열에 올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드라마의 성공에는 대본이 힘이 크다. 늘 그렇지만 좋은 드라마는 좋은 대본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라며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을 인터뷰하고 회의할 때마다 '너무 좋은 이야기지만, 이걸 어떻게 각색할까? 어떻게 드라마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새로운 대본을 받을 때면 늘 놀라곤 한다"고 칭찬했다.
또한 신원호 감독의 작품을 완성 시켜주는 퍼즐 중 하나는 '음악'이다. '응답하라 1997'부터 신원호 감독은 '음악'이 주는 힘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조정석의 '아로하',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잇따라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등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OST 전략도 통했다.
신원호 감독은 "과거를 고증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음악"이라며 "늘 감사한 부분이지만 음악이 없었다면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의 정서가 온전히 전달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음악에 늘 빚진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인물들의 캐릭터, 관계성, 사람과 공감의 이야기까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극의 중심이 되는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러브라인을 이끄는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
신원호 감독은 "사실 감정선을 다 깔아두긴 했다. 99즈 다섯 명의 첫 만남 사진에서 익준(조정석)이 송화(전미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송화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깔렸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멜로만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알아차리시면 좋지만,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멜로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고 시간을 배분하는 순간 작품 전체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정원(유연석)과 장겨울(신현빈)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마흔살의 사랑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한다. 스무살 시절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사이 수많은 사람과 인연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그 기억들로 매일 뜨겁고 절절하게 살아가진 않는 나이다. 더 이상 첫눈에 뜨겁게 반할 나이도 아니고 사랑의 감정만으로 일상을 어그러뜨릴 수 있는 어린 나이도 아니다. 기존의 멜로의 작법이나 속도가 달랐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신원호 감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소소한 내용들을 계속 던지면서 담백하고 웃음과 감동 등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편안하게 병원을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되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신원호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스피드'였다. 그는 "속도도, 현장도, 편집도 보시는 분들이 지루할 틈 없이 숨 가빠할 만큼 스피드 있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불필요한 호흡들을 없애고 대사와 대사가 바로바로 이어질 수 있게 타이트하게 줄여나갔다. 그런 방향이 주 1회, 총 12회, 시즌제 드라마와 맞는 호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반부부터 어쩔 수 없이 처음의 속도보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시즌 2에는 다시금 속도를 올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신원호 감독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에게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건 공감이다. 이번 온, 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해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라는 후한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정말 생전 드라마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 오는 감동의 반응들도 많았다. 그런 리액션들이 피디라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가 공유됐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신원호 감독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뒤에 다시 시즌 2로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할 계획이다. 그는 "시즌 2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말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방송 시기는 미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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