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결백'은 이야기가 배우들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가족 혹은 가까운 누군가의 무죄를 입증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는 사실상 법정물로 많이 접한 소재다. 그럼에도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변주로 만든 것은 주연들의 활약이다.
10일 개봉하는 '결백'(감독 박상현·제작 이디오플랜)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먼저 작품은 무죄 입증을 위한 추적을 표방, 전반적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범인을 잡아냈을 때, 혹은 화자의 무죄를 증명할 때가 아니다. 모녀가 서로 오랫동안 외면한 감정을 풀고 얼굴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주제 의식이 윤곽을 드러낸다.
결백 허준호 신혜선 / 사진=영화 결백 스틸컷
극중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내리막길 포장도로처럼 순탄히 지나간다. 전개가 느리지 않아 추적극이 주는 특유의 긴장감도 흥미롭다. 정인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안개 속 보이지 않는 돌파구를 찾는 것처럼 미스테리하다. 악인과의 대립이 명확하기 때문에 결말이 주는 쾌감은 더욱 고조된다.
그러나 후반부 인물들의 서사를 풀어가는 과정은 힘겨운 오르막길 같다. 극 중 나오는 모든 인물의 이야기를 풀려니 더디고 오르는 다리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추적극의 모양새 속 드라마적 흐름은 관객들의 호불호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서스펜스를 기대한 이들은 신파 가득한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법 하다. 또 시제 변화가 많은 만큼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금방 놓치기 십상이다.
또 필요 이상으로 설명이 많다. 영화적 장치를 곳곳에 배치한 듯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세세하게 전달하려 하니 후반부 몰입감은 와해된다. 은유적이지 않은 만큼 신파가 짙은 편이다.
그럼에도 '결백'의 관전 포인트는 배우들의 호연이다. 먼저 화자의 아들, 정수의 존재감이 올곧다. 자폐 장애성 인물이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홍경이라는 신예가 반갑다. 또 극중 서스펜스를 도맡은 허준호의 악역 연기가 인상 깊다. 그의 연기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킨다.
모녀를 연기한 신혜선과 배종옥은 자신의 맡은 바 이상을 해내고, 특히 서사를 홀로 이끄는 신혜선은 그의 진가를 다시금 입증한다.
연출진은 이 영리한 배우인 신혜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아야 하는지 안다. 화려한 카메라 워킹 없이 정면으로 표정을 담아냈을 뿐인데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애증하는 엄마를 변호해야 하는 정인의 고민과 서글픔, 또 억울함 등이 관객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극의 톤과 텐션, 무드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신혜선은 이미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까지 장악해냈다. 10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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