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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효, '침입자'로 해소한 연기적 갈망 [인터뷰]
작성 : 2020년 06월 07일(일) 21:57

송지효 침입자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송지효가 새로운 얼굴로 관객을 찾아왔다. 그간 선보였던 밝고 쾌활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17년 만의 스릴러 장르에 나선 송지효. 서늘한 표정이 낯설 법도 한데 보는 이들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송지효의의 얼굴이 반가운 이유다.

4일 개봉한 ‘침입자’(감독 손원평·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드라마 ‘응급남녀’,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예능 ‘런닝맨’ 등 그간 다채로운 활약을 선보였던 송지효는 극 중 25년 만에 집에 돌아온 미스터리한 인물 유진으로 분했다. 유진은 밝아 보이는 모습 뒤 25년간 쌓아온 서늘한 분위기를 내뿜는 인물이다. 송지효는 기구한 서사를 감추고 헤아릴 수 없는 캐릭터로 극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위태로운 가족들 사이 스며든 유진은 다정하면서도 차가운 성격으로 새로운 갈등을 예고한다.

송지효 침입자 / 사진=영화 침입자 스틸컷


먼저 송지효는 영화를 본 소감으로 “처음부터 김무열 연기가 너무 눈에 들어왔다. 워낙 연기를 잘 하는 친구지만 너무 잘한다는 생각에 제 연기보다 눈이 들어왔다. 아쉬웠던 것은 제가 조금 더 잘했으면 김무열과의 대립각이 더 살지 않았을까. 김무열 연기에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 반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연기력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조금 더 미스테리하게, 서늘한 느낌이 강했으면 좋았을까 싶었다.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많았다. 김무열에 대해 너무 감탄했다. 자꾸 제게 스릴러 장인 수식어를 넘긴다. 오히려 저는 현장에서 급급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김무열은 스릴러 장인이다. 정말 ‘엄지 척’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거듭 아쉬움을 토로하는 송지효지만 그는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준 활발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잊게 할 정도로 '침입자'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에 대해 “그간 밝은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새로운 스타일에 욕심이 났다. 미스테리한 캐릭터가 작품 출연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부담감 보단 탐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촬영을 시작하며 스스로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고. 유진으로 분하는 동안자신이 잘 하고 있는 건지 연기적 고민에 사로잡혔다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유진은 극 중 설정상 최소한의 설정으로 각기 다른 감정선을 선보여야 하는 어려운 인물이었다.

“감정선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작품을 찍을 때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다. 신념에 사로잡힌 인물을 이해해야 했다. 어려운 캐릭터다 보니 손원평 감독이 미리 레퍼런스 등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줬다. 그렇게 공부하며 유진을 습득 했다.”

앞서 송지효는 데뷔작 ‘여고괴담3-여우계단’으로 단숨에 스릴러 퀸으로 도약했다. 이후 17년 만에 다시 스릴러로 돌아온 송지효를 향한 관심이 클 수밖에. 이에 대해 “제 안에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연기했다. 조금은 더 아무렇지 않게, 어떻게 더 시너지를 낼지 고민을 했다. 없는 것을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더 극대화할지 생각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여고괴감3’ 이후 밝은 이미지로 더욱 사랑 받은 그이기에 이번 ‘침입자’는 평소 이미지와 상반된 캐릭터에 대한 갈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렵거나 무섭다기보다 하고 싶었고 잘 어울리고 싶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가족에게 스며드는 유진과 본모습의 유진, 그 중간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늘 고민을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하면 더 낯설게 느껴지고 궁금증을 갖게 될지 걱정이 됐다. 이 과정에서 김무열과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치열했던 고민을 전했다.

이야기 전반부 수수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유진은 극이 진행될수록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한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전하기 위해 송지효는 외적인 모습까지 특별히 신경써야 했다. 이에 “모직 소재의 의상 등으로 도톰하고 포근함을 주다가 나중에는 실크 소재로 정갈한 모습으로 변한다. 연출을 많이 신경 썼다. 초반에는 너무 좋았는데 날씨와 옷이 맞지 않아서 너무 추웠던 때도 있었고 너무 더워서 옷이 무거워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외적으로 캐릭터가 표현되는 게 좋았다”고 전했다.

치열했던 고민 때문일까. 손원평 감독의 체중 감량 지시와 함께 송지효는 이른바 ‘마음 고생 다이어트’를 겪어야 했다. 실제로 살이 너무 많이 빠져 옷을 수선하기도 했다는 송지효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살을 더 뺐다. 김무열과 함께 다이어트를 했는데 김무열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유진의 서늘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는 밤에 10km씩 뛰고 6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먹으려 했다. 이렇게 5kg를 뺐는데 촬영하면서 더 빠졌다. ‘마음 고생 다이어트’라고 스트레스로 인해 2kg 정도 더 빠졌다. 촬영은 행복이지만 유진을 표현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욕심도 있었지만 연기적 농도 차이가 제겐 늘 숙제처럼 무거운 짐이 됐다”며 유난히 고됐던 캐릭터를 떠올렸다.

앞서의 겸손한 모습과 달리 김무열의 극찬이 전해지기도 했다. 김무열은 ‘침입자’ 개봉 전 송지효의 액션과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아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를 두고 송지효는 “김무열의 과찬이다. 그저 리액션을 했다. 오히려 김무열의 역할이 제게 크게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무열과 액션을 한 게 큰 행운이었다”며 “제가 보태거나 끄집어내지 않았다. 김무열이 그렇게 함으로써 제가 할 수 있었다. 액션에 대해 힘 조절을 할 수 있는 친구다. 그 장면 자체가 격한 씬이었기 때문에 잘 나왔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송지효는 “이제 비 오면 무릎이 아프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송지효는 새로운 얼굴을 완성하기 위해 꾸준히 고민했고 캐릭터를 마주했다.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던 그는 점점 더 욕심을 내며 세 보이고 싶었다고.이에 손원평 감독의 연출을 따라가며 열린 마음으로 디렉션을 따라갔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졌다.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속 송지효의 고민은 온전히 담겨졌다. 잿빛 같은 이야기 속에서 불투명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비결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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