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김무열의 궤적을 돌아보면 늘 탄탄했고 모자람이 없었다.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자연스럽게 연기력을 인정 받아왔다. 그런 김무열이 영화 ‘침입자’로 새로운 연기 챕터의 장을 열었다.
4일 개봉한 ‘침입자’(감독 손원평·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앞서 ‘침입자’는 2월 개봉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속 집단감염 여파로 6월이 되고 나서야 극장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를 두고 김무열은 오랜 시간 끝에 관객을 만나게 된 소감으로 “오래 준비했는데 안타깝다. 사실 안타까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은 모두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개봉일이 밀린 것보다는 빨리 안정되길 바라는 기대와 걱정이 컸다. 저도 사회의 일원으로써 그걸 먼저 생각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보면 너무 좋겠지만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다. 빨리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해결돼 관객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소망을 드러냈다.
밀폐된 공간인 만큼 극장가는 방역 지침을 철저히 신경 쓰며 관객 유치에 힘을 쓰고 있다. 이에 김무열은 “영화 보러 오라고 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려의 마음을 전했다. 또 감염을 우려한 관객 간 거리 두기 지침에 대해 낯설다고 표현하기도. 그는 “정말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인간과 인간이 멀어지지 않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짐짓 각오를 전했다.
영화 침입자 김무열 송지효 / 사진=영화 침입자 스틸컷
극 중 김무열은 가족을 지키려는 남자 서진을 맡아 송지효와 갈등을 빚으며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인다. 특히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무열이 자아내는 서스펜스적 긴장감은 묵직하다. 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흔들리는 서진의 연기는 한층 더 깊어지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자아낸다. 이처럼 온 힘을 다한 김무열의 연기에 관객들은 호평을 던지며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작품은 2월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이후 107일 만에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의 시작을 알렸다.
이에 대해 김무열은 “캐릭터가 캐릭터다 보니 신경 쓸 것이 많았다. 다이어트가 절로 됐다. 제 본연의 모습이 뭐였는지 잊게 됐다. 작품 속 제 모습이 너무 말라서 깜짝 놀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 출신인 손원평 감독에 대해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는 김무열은 손 감독의 저서와 연출작을 직접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손 감독의 책 ‘아몬드’ 속 세계관에 흥미를 느끼고 ‘침입자’에 합류하게 됐다고. 그는 “‘침입자’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족의 위기보다는 무드나 톤에 집중하며 읽었다. 무거우면서 캐릭터 감정들이 히스테릭하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분위기를 잘 살린다면 독특한 영화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무열은 손 감독과의 작업을 떠올리며 “점점 고조되는 연기의 여러 버전에 대한 디렉션을 받았다. 여러 버전을 만들며 전과 다른 연기를 보여야 했다. 반복된 연기를 최대한 피하려 했다. 그 작업이 재미있었다”면서 “극 중 서진은 사고 이후 정체된 삶을 산다. 겉으로 봤을 때는 화목하고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지만 정상적이지 못한 인물이기 때문에 처절하게, 더 격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극 중 서진이 겪는 신경불안증에 대해 “배우를 하게 되며 심리학 공부가 도움이 많이 된다. 트라우마를 겪는 인물을 연기하며 많이 찾아본 게 도움이 됐다. 같은 트라우마지만 인간마다 다르기 때문에 증상의 발현, 치료 등을 자연스럽게 공부했다. 또 이번 캐릭터로 아버지 역할, 딸을 가진 부성애를 처음 연기했다. 주변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며 유심히 관찰했다. 실제로 아역 배우 민하가 굉장히 활발하고 너무 귀여웠다. 내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감정이 노력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저절로 나왔다. 자식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사실 내 자녀 계획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인랑’, ‘악인전’, ‘기억의 밤’, ‘정직한 후보’ 등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김무열.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새롭게 아버지의 역할을 선보인다. 39세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분한 아버지 역할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배우는 작품으로 새로운 연기를 만드는 게 숙제다. 또다른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다. 아버지 역할 제의를 보고 심적으로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새로운 챕터의 장이 열리는 만큼 기분 좋게 연기했다. 선배 연기자들의 행보가 있다. 어느 순간 아버지 역을 하게 되고 할아버지 역할을 하게 된다. 내가 다음 계단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느꼈다. 부담, 책임감도 있지만 재밌었다.”
또 극 중 함께 호흡을 맞춘 송지효에 대해 굳건한 신뢰감이 엿보이기도 했다. 특히 후반부 두 사람의 격한 몸싸움은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할 만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이에 김무열은 “액션신을 찍으며 조심스러웠다. 오히려 송지효가 더 격하게 하라고,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하더라. 송지효가 몸치로 유명하지만 액션을 굉장히 잘 한다. 제가 공격을 하고 송지효가 힘을 받아야 했다. 사실 때리는 연기보다 받아내는 리액션이 더 힘들다. 정말 너무 잘하더라. 힘을 덜 써도 격하게 받아낸다. 목을 세게 안 조르는데 핏줄이 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김무열의 필모그래피는 유난히 액션신이 잦은 편이다. ‘인랑’부터 ‘악인전’, ‘대립군’까지. 무엇하나 쉬운 캐릭터가 없다. 이에 대해 김무열은 “장르적 도전”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사실 몸을 안 쓰고 새로운 얼굴을 보일 수만 있다면 너무 좋은 기회다. 전문 용어로 ‘꿀 빤다’고 하지 않냐”며 다채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다른 배우들도 충분히 하는 지점이며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고생스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개봉 예정작인 ‘대외비’를 준비하며 10kg 이상을 찌웠다. 주변에서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고 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의 일부기에 하고 있다. 연기라는 게 점점 제 업으로 되고 있다”며 굳건한 작품관을 전했다.
“스릴러의 달인이 된다면 너무 좋다. 당연히 배우가 해야 하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대중이 생각하고 바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있다. 저는 항상 깨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과 작품을 만나고 싶다.”
김무열의 행보는 쉬이 예상할 수 없다. 그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보인 만큼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놀라게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배우로서의 약속인 것처럼 그는계속 움직이고 계단을 밟아나가는 중이다. 김무열의 무한한 새 얼굴들이 더욱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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