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김연경이 국내 무대를 복귀한 가운데 그녀의 연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6일 1년 3억50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며 국내무대 복귀를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배구 여제'의 화려한 귀환이다.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연경은 2009년까지 국내 무대에서 뛰었다. 이후 해외 무대로 옮겨 JT 마블러스, 페네르바체, 상하이, 엑자시바시를 거치며 세계 최고의 배구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김연경은 올해 1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해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 소속팀 엑자시바시에 합류해 재활을 펼치며 복귀에 속도를 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잔여 시즌을 치르지 못하고 귀국했고 이후 엑자시바시와 상호 합의 하에 이별했다.
FA가 된 김연경은 새로운 팀을 물색하며 한국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3일 친정팀인 흥국생명을 만났고 5일 확실한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6일 1년 3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연경의 복귀까지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연봉 문제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김연경은 터키, 중국에서 150만 달러(18억 원)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V리그 여자부에서는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이 4억5000만 원이다. 여기에 흥국생명에게 남아 있는 옵션금 2억 원을 더해 6억5000만 원까지 수령할 수 있었다. 6억5000만 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18억 수준의 연봉을 받던 김연경에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김연경이 6억5000만 원을 받을 경우 흥국생명은 이재영, 이다영, 김연경에게만 16억5000만 원을 지불해 팀 샐러리캡 최대치인 23억 원의 6억5000만 원이 남는 상황에 놓였다. 한마디로 흥국생명으로서는 이재영, 이다영, 김연경을 제외한 선수들을 6억5000만 원 안에서 계약하는 상황에 처할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연경은 3억5000만 원을 수령하며 흥국생명에서 활약 중인 후배들을 배려했다. 후배들을 생각하는 '배구여제'의 통 큰 결단이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은 6일 "그동안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양보하고 싶다는 김연경 선수의 결심에 따라 3억5000만 원(1년)으로 결정됐다"며 "해당 계약은 김연경 선수가 국내 선수들을 배려한 마음이자 한국 복귀에 대한 의지가 담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흥국생명 외 타팀들로 하여금 샐러리캡 제도의 목적을 떠올리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샐러리캡 제도를 실행하는 여러 가지 목적 중 하나는 한 구단의 독주를 막고자 팀 연봉을 제한하는 것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구단이 돈을 앞세워 최고수준의 선수를 독점함으로써 팀간 실력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이 3억5000만 원을 받으면서 샐러리캡 제도를 실행하는 목적이 깨져버렸다. 미국프로농구(NBA) 등 샐러리캡 제도를 채택한 리그에서 종종 정상급 선수가 페이컷을 시도해 우승을 노리는 경우가 있지만 수십억 원의 몸값을 지닌 선수가 3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을만큼 자신의 몸값을 대폭 인하하는 경우는 없었다.
김연경의 3억5000만 원 계약은 후배들을 위한 대승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샐러리캡 제도의 목적을 벗어난 계약이기도 했다. 이번 계약이 V리그 역사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게될 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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