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낯선 얼굴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더분한 성격. 의사 장겨울 그 자체로 변신한 배우 신현빈의 이야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신현빈이라는 배우를 처음 안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데뷔 10년 차 배우다. 2010년 영화 '방가? 방가!'로 데뷔해 드라마 '추리의 여왕', '아르곤', '미스트리스', '자백'부터 영화 '변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던 신현빈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켰다.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외과 레지던트 3년차 장겨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외과의 유일무이한 레지던트로, 교수들과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캐릭터다.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자신이 연기한 장겨울을 좋아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장겨울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졌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신현빈이 장겨울이고, 장겨울이 곧 신현빈인 '싱크로율'이 나올 수 있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람들이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물들이 가진 개성이나 매력이 뚜렷하게 느껴졌고, 이야기가 가진 따뜻함이 크게 다가와서 이 이야기 속의 한 사람이 되는 건 재밌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신현빈은 "특히 장겨울은 처음 봤을 때는 오해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꽤 괜찮은 사람이다. 현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인데, 극 중에서는 많이 안 다뤄진 것 같은 사람이라서 흥미로웠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징들도 재밌게 다가와서 대본에 그려진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겨울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무뚝뚝한 사람 같지만 성실하고, 무덤덤한 사람 같지만 순수하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의사로서,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재미었다. 대본에서 균형감 있게 그려져서 대본대로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장겨울의 모습이 자신에게 60% 정도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별로 안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이 나가고 주변해서 '그냥 너다'라고 얘기하더라. 생각해 보니까 비슷한 면들이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면에는 몰두하는 편이고 관심 없는 일에는 무신경한 스타일이다. 궁금하지도 않고 편견도 없다"고 밝혔다.
신현빈의 장겨울은 안경과 노메이크업, 단벌 의상과 막 묶은 머리 등으로 표현됐다. 극중 쉴 새 없는 장겨울의 바쁜 상황은 튼 입술로 설명되기도 했다. 신현빈은 "안경을 쓰고, 머리를 묶고 단벌에 가까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설정이 이미 존재했다. 기본적인 설정에서 머리를 어떤 식으로 묶을지 옷은 어떤 옷을 입을지에 대해 잡아간 것 같다.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는 약하게 메이크업을 했었는데 입에 색감이 있는 게 거슬렸다. 캐릭터랑 안 맞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며 "후반부에는 더 바빠지기도 했고, 장겨울이 심적으로도 힘들 거라는 생각에 입술도 안 발랐다. 그래도 립밤은 발랐는데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장겨울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은 것은 캐릭터의 자체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안정원(유연석)과의 애틋한 러브라인의 영향도 컸다. 장겨울과 안정원은 '윈터가든'이라는 커플 명도 붙으면서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신현빈은 "'윈터가든'이라는 애칭이 너무 예쁘다. 애칭까지 붙이면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다"며 "일반적인 러브라인과 다른 형태고, 두 사람이 함께 나와서 뭔가를 한다기보다는 장겨울 혼자만의 감정이 그려지는 게 더 많았는데 이렇게 많이 관심을 가져주신 게 신기했다. '감정선이 현실적이라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시즌1 내내 장겨울이 안정원을 짝사랑 하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에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짝사랑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회 키스신을 통해 '윈터가든'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현빈은 "마지막 장면이 예쁘고 풋풋하고 애틋하게 잘 그려졌다. 대본에서 표현된 감정은 '울먹이며 고백한다' 정도여서 표현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며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유) 연석 선배와 얘기도 많이 하면서 준비를 했다. 걱정도 많이 했는데 연석 선배가 저를 바라보는 감정이 워낙 좋아서 잘 찍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이 워낙 중요한 장면이라서 그런 것들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그려진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다"며 "키스신을 찍을 때는 마주 보거나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방송을 보면서 '저렇게 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완성한 장겨울로 신현빈에게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대표작과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은 배우에게는 큰 '전환점'일 것. 신현빈은 '인생 캐릭터'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현빈은 "장겨울이라는 캐릭터 덕분에 제가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직하고 덤덤하고 흔들림 없는 사람을 연기하다 보니 순간순간 예민해지거나 불안한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빨리 놓아버릴 수 있었다. 캐릭터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릭터로서도 그렇지만, 작품 그 자체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현빈에게 큰 의미가 됐다. 특히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간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감사해했다. 그는 "이 팀이 재밌는 게 분량을 떠나서 다들 사이가 좋다.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사이좋은 팀을 많이 겪은 편인데, '이런 팀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출연하는 배우들이 많은데도 그렇다. 선배들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구나'라는 얘기도 하더라"라며 "워낙 즐겁고 편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한다. 배우들이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하니까 그게 연기나 극의 분위기로 이어지는 힘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현빈은 이러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해 "즐겁고 행복했던, 그리고 같이 만들어간 사람들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작품"이라며 "시즌2가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시즌2의 장겨울에 대해서는 궁금한 마음보다 모르고 있다가 알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본으로는 시청자들보다 먼저 보게 되겠지만 모르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시청자의 입장으로 기다리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이야기든 겨울이 다운 이야기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