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kt wiz '괴물투수' 소형준의 가치는 등판하지 않는 날 더욱 높아진다. 최근 4경기에서 소형준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이 대량 실점으로 고개를 떨궜기 때문이다.
KT는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14로 패했다. 이날 초반 대량실점으로 경기 내내 끌려가던 KT는 후반 뒷심을 발휘했지만, 큰 점수 차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패배의 원인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 민의 부진이었다. 시즌 5번째 경기에 나선 김 민은 2.1이닝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2탈삼진 8실점 경기를 하며 올 시즌 최다 실점을 떠안았다. 2020시즌 처음 마운드에 올라 4이닝 7실점(5/10일 두산전)으로 무너졌던 순간마저 까마득하게 만든 김 민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김 민은 1회부터 홈런으로 얻어터졌다. 페르난데스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곧바로 김재환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내줬다. 2회는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안정을 찾는 듯 보였지만 제구력 난조로 3회를 넘기지 못했다. 1사 후 박건우와 페르난데스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오재일에게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이후 김 민은 더 크게 흔들렸고, 두산의 김재환과 최주환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란히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민은 오재원이 큼지막한 스리런포를 뽑아내는 것을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결국 3회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류희운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결과만으로 전날(3일) 두산을 7이닝 무실점으로 잠재운 '신예 투수' 소형준을 소환하긴 이르다. 그러나 4경기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소형준의 이름이 눈에 띄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는 5이닝 동안 무려 10실점했다. 2개의 홈런을 포함해 15피안타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키움과의 경기에 나선 배제성도 5이닝 동안 7실점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타선 지원 덕분에 승수는 쌓았지만, 선발투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맞다. 하루를 더 거슬러 올라가 30일 키움전 경기를 살펴보면 더욱 참담하다. 선발투수로 나선 쿠에바스가 4.1이닝 5실점으로 붕괴된 후 불펜마저 9점을 더 실점하며 팀이 3-14 패배의 결과를 떠안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소형준의 이름을 한 번 더 찾게 될 수밖에 없다. 소형준은 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4번의 삼자범퇴 이닝을 포함,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 과정에서 위기 탈출 능력도 뽐냈다. 3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오재일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4번타자' 김재환을 삼진으로 묶으며 무사히 이닝을 마쳤다. 만루 상황에서 베테랑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고졸 투수' 소형준은 대담하게 이를 해냈다. 이날 경기 후 소형준은 "신인의 패기로 임했다"고 직접 그 당시 공을 뿌리던 마음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선발진 중 한 명이 두드러진 활약을 뽐내고 있는 것은 KT 이강철 감독을 웃게 만드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허나 이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줄 자원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지만, 팀 전력의 불균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44경기 '마라톤' 같은 리그를 치러야 하는 KT는 선발진의 고른 활약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창구다. 시즌 극초반 선발진의 덕을 본 KT는 최근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소형준이 더그아웃을 지키는 날에도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어찌보면 KT 입장에선 쓰라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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