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장비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KBS는 CCTV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9일 KBS 직원 A씨가 연구동 4층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용 카메라가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동은 국회 앞 KBS 본사 인근에 있다. 각종 방송 연구기관과 개그콘서트 연습실 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발견 당시 같은 층에선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팀이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을 했다.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된 건물은 연구동 중 '개그콘서트' 출연진들의 연습실이다. 현재 준비 중인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PD와 작가들도 이용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불법 촬영 기기를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건물 입구 등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복잡한 내부 구조상 화장실 위치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부인 소행 혹은 내부 사정에 밝은 외부인 침입 가능성을 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특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증거물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KBS 불법 촬영 기기 발견 / 사진=TV조선
KBS 측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불법 촬영 기기 발견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5월 31일 저녁부터 자정까지 본관, 신관, 연구동, 별관 여 자화장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동이 방송 관련 보안시설은 아니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한 시설이므로 조만간 본관, 신관과 연계된 연구동 CCTV 설치를 검토하겠다"며 "향후 연구동의 여자 화장실에 대해 매월 한 번 이상 불법 촬영기기 설치 여부에 대한 점검 및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KBS 관계자는 "수사에 적극 협조를 하고 있다.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과가 나와봐야 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계를 강타한 불법 촬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7월 배우 신세경과 그룹 에이핑크 멤버 윤보미의 숙소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비 업체 직원 A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A씨는 2018년 9월 tvN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 해외 촬영 당시 신세경, 윤보미의 숙소에 휴대용 보조배터리로 위장한 불법 촬영 장비를 설치했다. 이를 신세경이 발견했으며, 제작진은 관련 장비를 압수했다. 이후 A씨는 즉각 귀국해 자진 출두하며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방송국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기기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불안감과 충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속히 범인이 검거되고, 더 이상 불법 촬영 기기에 고통받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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