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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에 포커스" KT 배정대가 이리도 단단했던가[ST스페셜]
작성 : 2020년 05월 28일(목) 08:30

배정대 / 사진=팽현준 기자

[수원=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kt wiz 외야수 배정대의 속이 이리도 단단했던가.

배정대는 2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5-0 승리로 이끌었다. 배정대가 7회말 KIA 백용환 포스의 태그를 피하고자 몸을 최대한 휜 상태로 슬라이딩해 득점을 올린 장면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로 남았다.

배정대는 2회말 첫 타석에 나서 내야안타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4회말에는 3루에 있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회말 2루타를 때려낸 뒤 득점까지 올렸다. 이날 배정대는 팀 안타의 1/3을 책임지며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반짝' 활약이 아니다. 배정대는 올 시즌 17경기에 나서 타율 0.362 10득점 21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동료 멜 로하스 주니어(타율 0.423)에 이어 팀 내 타율 2위를 내달리고 있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도 할지라도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 3할대 타율은 결코 쉽게 세울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하위 타선에 주로 나서는 배정대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니 앞으로 터져 나올 그의 숨겨진 능력이 궁금해질 정도다.

배정대가 전성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먼저 눈치챈 사람은 이강철 감독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지켜봤다. 이 감독은 지난 20일 "배정대가 하위 타선에서 잘해주고 있다. 상위 타선으로 가면 자리가 자리인 만큼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감독은 불과 3일 후인 24일 LG전을 앞두고 배정대에게 '2번' 내줬다. 유한준과 강백호의 부상 여파로 준 자리라고 하지만, 믿음이 바탕이 된 타순 배정이었다. 부담을 느낄 거라는 우려와 달리 배정대는 2회초 만루 기회에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3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배정대 / 사진=팽현준 기자


눈에 불을 켤 수밖에 없는 배정대다. KT 창단 당시 전력보강 지명으로 LG에서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배정대는 줄곧 백업 외야수 활동했다. 수비력은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이 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6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3에 그쳤고, 개인 통산 최고 타율은 2016년에 기록한 0.260이다.

그러나 올 시즌 배정대는 팀을 먹여 살리는 '타격꾼'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긴 어둠을 뚫고 빛을 찾은 배정대는 다시는 터널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27일 KIA와의 경기 후 그는 "감독님이 중견수로 저를 쓴다고 하시면서 마음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며 감독님께 먼저 감사함을 전했다.

이내 속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알 수 있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는 이상 기회가 왔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최고다'라고 곱씹으며 타석에 임한다. 어떤 투수가 올라와도 잘 칠 수 있다"며 당차게 말했다. 자신감이 결여되면 될 일도 안 된다. 하지만 넘쳐도 문제다. 배정대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무조건 잘 할 수 있다고만 생각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잘 컨트롤 하려고 한다. 평정심에 포커스를 둔다"고 말했다.

배정대는 모든 경우의 수까지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는 "활약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안타를 못 칠 수 있는 날도 앞으로 있을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내다본 뒤 "그렇기에 평소에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루틴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진에 빠져도)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정대 / 사진=노진주 기자


강렬함이 묻어나는 인터뷰 답변에 비해 배정대의 표정은 그리 비장하지 않았다. 올시즌 처음 수훈 선수 인터뷰에 임했기에 긴장하는 모습이 더 보였다. 그는 "(저의 활약에) 부모님이 좋아해 주신다. 보답하는 것 같아 좋다. 야구로 효도하는 느낌이랄까"라며 웃어 보였다.

배정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간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때론 독이 될 수 있지만, 배정대는 이마저도 집어삼킨 듯하다.

[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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