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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질립니다" 누가 트로트를 '또로트'로 전락시키나 [ST포커스]
작성 : 2020년 05월 27일(수) 18:38

사진=미스터트롯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도 정도껏이거늘, 방송가의 트로트 우려먹기가 도를 넘은 모양새다. '트로트 특수'에 기댄 과도한 트로트 뿌리기가 트로트를 '또로트(또 트로트)'로 전락시키고 있다.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흥행 이후 방송가의 포커스는 트로트에 맞춰졌다.

시쳇말로 TV만 틀면 트로트다. MBC '라디오스타' '전지적 참견 시점',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불후의 명곡', SBS '미운 우리 새끼', JTBC '아는 형님' '뭉쳐야 찬다' '유랑 마켓' '77억의 사랑', 올리브 '밥블레스 유2',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불문하고 트로트 가수 모시기에 열중했다.

심지어 '아는 형님'은 '미스터트롯' TOP7 편을 무려 3주에 걸쳐 편성했다. '뭉쳐야 찬다'는 축구와 전혀 관련 없는 '오늘도 어쩌다 트롯' 코너를 배치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트로트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트로트는 현재 방송가에서 '돈이 되는' 효자 아이템이다. 끝없이 치솟은 트로트의 인기는 프로그램 성적과 직결되고 있다. 트로트 가수들의 출연만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 '동시간대 1위' 등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는 중이다. 시청률 기근에 시달리던 방송가 입장에선 떨쳐내기 어려운, 달콤한 먹잇감인 셈이다.

관련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MBN '보이스퀸' '트로트퀸', MBC 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SBS '트롯신이 떴다' 등 다양한 형식의 트로트 프로그램이 범람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도 잇따르고 있다. '미스터트롯' 출연자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이 발굴해낸 트로트맨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KBS '트롯전국체전', MBN '보이스트롯' 등이 트로트 오디션이란 포맷으로 론칭을 앞두고 있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에 이어 트로트 그룹을 만드는 '최애엔터테인먼트'까지 예고했다.

이쯤 되니 시청자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동시다발로 쏟아지면서 대중의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앞선 사례들로 볼 때 특정 포맷의 대성공으로 출하된 후발주자들은 대부분 실패의 쓴맛을 봤다. Mnet '슈퍼스타K' 이후 쏟아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랬고, '쇼미더머니' 이후 잇따른 힙합 프로그램들이 그랬다. 원조보다 나은 속편은 거의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단시간내 소비도가 심한 만큼 트로트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 역시 가중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트로트 프로그램 지겹다"며 반감까지 드러내고 있다. 고민 없이 성공모델에만 기댄 방송가의 안일주의가 낸 역효과다.

오랜 시간 저속한 음악 장르로 치부되며 저평가됐던 트로트는 '미스터트롯'이란 전환점을 만나며 전세대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트로트는 비주류'란 꼬리표를 떼버린 다시 없을 저변 확대였다. 그러나 이 절체절명의 기회가 방송사들의 고민 없는 욕심과 맞물리며 재차 고립될 위기에 놓였다. 방송가의 장기적 혜안이 필요할 때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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