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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 이태원 골목 같은 이야기 [무비뷰]
작성 : 2020년 05월 27일(수) 17:42

초미의 관심사 김은영 조민수 / 사진=영화 초미의 관심사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산만한 모녀의 하루를 담은 영화가 있다. 딱 24시간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버디물 장르 못지 않은 의리와 긴장감이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와 딸을 쫓아가다 보면 삼천포로 빠지는 듯 싶다가도 결국 무사히 결승선에 와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향연이 다채롭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다.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제작 레진스튜디오)는 가겟세와 비상금을 들고 도망친 막내를 찾기 위해 이태원을 수색하는 엄마 초미(조민수)와 장녀 순덕(김은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사라진 동생을 쫓는 두 모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서로에 대해 깊은 오해로 오랜 시간 만나지 않았던 엄마와 딸의 갈등 해소가 서사의 주축이다.

초미의 관심사 / 사진=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초미의 관심사'는 마치 오래된 이태원 골목 같은 이야기다. 모녀의 연결고리는 이태원 골목처럼 길고 얇다. 보수 공사하는 길처럼 걷기조차 아슬아슬한데 용케 끊기지는 않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가파른 계단들이 짓누르지만, 걷다 보면 목적지에 당도하는 것이 두 사람의 화해 과정과 닮아 있다.

자신을 떠난 딸이 야속한 초미와 가족 없이 홀로 살아야 했던 순덕은 서로에게 깊은 오해를 품고 있다. 영화는 오해를 직접 해결하기 보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앙금을 풀어내는 과정을 전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억지로 만든 감동이 아닌 은근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엄마 초미의 '관심사'는 무궁무진하다. 길 잃은 외국인 관광객을 선뜻 돕고, 타투샵 싱글맘에게 지갑 속 현금을 모두 꺼내준다. 진한 화장을 고깝게 바라보던 택시 기사에게도 잔돈을 받지 않고 대뜸 욕설을 퍼부었던 게이 커플에게도 다정한 말을 건넨다. 이와 같이 초미는 쉴새 없이 움직이고 떠들지만 정작 순덕의 마음이 어떤지 헤아리진 않는다. 이처럼 이야기는 '전형적인 모녀상'에서 탈피한다. 전통적인 한국사회와 가족구성원에 대한 편견에 대한 귀여운 도발이다. 가족이 가족을 제일 잘 이해할 것이라는 틀을 깨고 모녀는 당당하게 서로를 비난하고 흠집을 낸다. 딸 같은 엄마와 엄마 같은 딸, 미워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두 사람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예정이다.

또 '초미의 관심사'는 다양한 형태의 소외된 이들을 담백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성실한 타투리스트 싱글맘, 외국어를 할 줄 모르는 한국 혼혈 흑인, 우락부락한 외모지만 순수한 매력을 가진 게이 등 보편적인 인물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를 바라보는 초미와 순덕은 '이태원에 오래 살았다'는 설정상 낯선 이들을 쉽게 포용한다. 기성세대인 초미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사실상 이치에 맞다는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영화가 갖고 있는 시선의 힘은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흘러간다. 화려한 가발, 진한 화장의 남성들을 보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불쾌함을 자아내는 건 이들을 배척하는 평범함을 가장한 '호모포비아'들이다. 자본주의 사회 피라미드와 달리 성 소수자들과 모녀는 위에서 이들을 내려다 본다. 반면 사회의 보편적인 편견을 대표하는 이 남성들은 아래에서 이들을 올려다 본다. 이는 남연우 감독의 키치한 연출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과도한 의미 부여 없이 프레임 하나로 영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강한 무기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바로 '초미의 관심사'를 통해 스크린 데뷔에 도전하는 김은영이다. 그간 숏컷과 진한 아이라인 등으로 센 캐릭터를 구현했던 래퍼 치타의 배우 도전은 색다르면서도 흥미롭다. 극 중 순덕이 여림과 강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인 만큼 김은영은 연기 톤 강약 조절까지 순조롭게 해낸다.

이처럼 엄마와 딸을 비롯, 다양한 인물의 군상을 가볍지만 뻔하지 않게 다룬 '초미의 관심사'는 27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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