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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극장'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무비뷰]
작성 : 2020년 05월 27일(수) 10:01

국도극장 / 사진=영화 국도극장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자신의 삶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삶이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가족, 친구, 그리고 소소한 행복 때문이다. 영화 '국도극장'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한 남자의 성장을 통해 삶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생의 가치를 잔잔하게 그리는 영화다.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제작 명필름랩)은 만년 고시생 기태(이동휘)가 유배지로 향하듯 고향 벌교로 돌아와 가족, 친구들과 마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기태가 벌교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자식들을 위해 몸 아픈 것도 돌보지 않는 엄마(신신애), 정해진 인생을 살지 않는다고 잔소리하는 형(김서하),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동창 상진(서현우)까지 싫은 것 투성이다. 여기에 취업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대출 상환 문자는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담배 살 돈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돈, 사회적 지위, 가족, 인간관계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기태는 스스로의 인생을 비관했고, 심지어 가족들을 향해 날카로운 말을 뱉기도 했다.

상처 입은 기태를 치유해 준 건 '사람'이다. 기태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낡은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의 매표원으로 일하게 된다. 국도극장의 관리인 오 씨(이한위)는 늘 술에 취해 있지만 기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를 건넨다. 또 우연히 만나게 된 동창생 영은(이상희) 역시 기태 삶의 활기와 설렘을 불어넣어준다.

기태의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여전히 대출 상환 문자는 압박하고, 취업은 안 됐으며 심지어 형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며 어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가게 됐다. 그러나 기태의 표정은 극이 흐를수록 점점 온화해진다. 결국 내가 가장 익숙한 고향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치유받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품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였을지라도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국도극장 / 사진=영화 국도극장 스틸컷


또 작품은 완벽한 삶은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행복과 상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기태의 형은 완벽한 장남이다. 좋은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땄으며 좋은 직장에 다니고 가정도 꾸렸다. 그러나 그에게는 때론 짐처럼 느껴지는 아픈 아들과 자신만을 바라보는 노모가 있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진 그는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다"고 울부짖을 정도다.

성공한 사업가인 상진은 자신의 부를 기태에게 과시한다. 상진은 대학에는 가지 못했으나 성공한 자신과, 기껏 상경해 공부했으나 백수인 기태의 삶을 비교한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아내를 기태에게 자랑한다. 그러나 상진의 아내는 불륜을 저질렀고, 상진은 이를 슬프고 허망하게 바라본다.

국도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국도극장은 8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신작이 아닌 재개봉되는 옛날 영화를 상영한다. 오 씨의 직업은 옛날 영화의 간판장을 그리는 일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거의 사라진 직업이다. 국도극장은 옛 것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마을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완벽하지 않은 낡은 극장이 마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된 것이다. 감독은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국도극장을 통해 보여준다.

전지희 감독은 이 모든 것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다. 대사들은 담백했고, 장면은 간결했다.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고 툭툭 던지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불행을 너무 불쌍하지 않게, 또 행복을 너무 즐겁지 않게 표현한 연출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기태의 어머니가 요양원에 간 부분은 과감히 생략되고, 서울에 간 영은이 어떻게 됐는지도 관객들의 상상에 맡긴다.

극을 이끈 이동휘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그간 이동휘는 영화 '패션왕' '극한직업',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 코믹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가 잔잔하고 공감 가는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밑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공허한 눈빛은 낯선 이동휘의 얼굴이었다. 또 어머니를 향한 걱정과 불만이 공존하는 표정, 영은에 대한 설렘 등을 섬세하게 표현해 잔잔한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처럼 '국도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요즘 청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다. 기태가 고향에서 상처를 치유받은 것처럼 아픔을 가진 이들을 어루만지는 영화로 다가가길 기대한다. 29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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