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굴러들어온 기회를 제발로 차버렸다. KBO의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순항하는 듯 보였던 KBO 리그가 예상치 못한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외부의 영향이 아닌, 스스로 초래한 위기라 더욱 문제다.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는 지난 5일 막을 올린 뒤, 정규시즌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아 무관중 경기가 진행 중이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고, 팬들도 중계 방송과 랜선 응원전을 통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예상치 못한 호재도 있었다. 전 세계 스포츠가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KBO 리그가 개막하자 미국 ESPN, 일본 SPOZONE 등 해외 매체들이 KBO 리그 중계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KBO 리그 중계가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느새 KBO 리그 중계는 130개국까지 확대됐다. KBO 리그의 매력과 상품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굴러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KBO는 굴러들어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KBO 리그를 둘러싼 악재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첫 번째는 심판 판정 논란이다. 이용규(한화 이글스)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촉발됐던 심판 논란은 KBO가 해당 심판조를 퓨처스리그로 강등시키기로 하면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석연치 않은 판정은 계속해서 나왔다. 심판이 포수에게 판정에 대해 물어보거나, 퓨처스리그로 강등됐다가 다시 복귀한 심판이 어처구니 없는 오심을 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외에 KBO 리그가 중계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니, KBO 리그는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강정호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논란도 마찬가지다. KBO는 지난 25일 개최한 상벌위원회에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에게 1년 유기실격과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부과했다.
언뜻 보기에는 중징계처럼 보이지만, 강정호의 죄질과 현 야구규약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가벼운 징계였다. 클린 베이스볼을 외친 KBO의 모습과 야구팬들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았다. 강정호에 대한 비난만큼이나 KBO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특히 정운찬 총재 취임 이후 줄곧 클린 베이스볼을 외쳐왔던 KBO의 행보와 상반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이 큰 상황이다.
결국어느 때보다 KBO 리그의 상품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었던 기회가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선수들과 야구팬들은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KBO는 기회가 곧 위기가 될 수 있음을 지나치게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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