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대중에게 치타는 '래퍼'이자 '프로듀서'로 익숙한 인물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던 치타는 어느 순간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 그가 래퍼 치타를 잠시 내려두고 배우 김은영으로서 도약에 나선다.
치타 김은영 초미의 관심사 / 사진=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연인 남연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제작 레진스튜디오)를 통해 스크린 데뷔에 도전하는 김은영은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작품은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손 잡은 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은영은 극 중 비상금을 들고 튄 동생을 쫓는 가수 순덕이자 블루 역을 맡았다. 순덕은 갑자기 들이닥친 엄마 초미(조민수)에게 독설을 날리면서도 결국 부탁을 들어주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다. 특유의 분위기로 신인답지 않게 천천히, 또 담백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래퍼 치타는 잠시 잊혀지기 마련이다.
첫 스크린 데뷔작 개봉 앞둔 소감을 두고 김은영은 "영화를 볼 때마다 운다. 처음에는 감격스러워 울었는데 볼 때마다 감정이 달라진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나더라"면서 "최근 진행된 시사회에서도 개인적인 생각들 때문에 추억에 젖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은영을 연기로 이끈 것은 무엇일까. 김은영에게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계획이 따로 없었다. 실제 그가 연기 수업을 받은 건 7년 전, 화법을 고치기 위해 다닌 3개월 남짓이 고작이라고. 그런 그에게 제의가 오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치타의 음악 작업이었다. 치타의 노래를 접한 영화 제작사에서 연기 제의를 건넸고 김은영은 당시를 두고 '놓치고 후회하는 것보단 못 하더라도 하고 해보는 게 낫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도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개인적인 사람 김은영, 아티스트 치타로 봤을 때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힘들어 하면서도 좋아한다. 양면적인 면이 있는 편이다. 치타로서도 새 프로그램에서 실험적인 무대와 도전을 계속 해왔다. 또 다른 도전이 결과적으로 재밌었다."
이처럼 김은영은 과감하게 연기에 발을 내딛었으나 현장은 처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이를 두고 그는 "큰 걱정 없이 '시켜만 달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을 시작해야 됐을 때 걱정이 생기더라. 남연우 감독이 배우 출신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와달라고 했다. '헬프'를 보냈는데 그저 '책 많이 읽고 대본을 많이 읽고 순덕에 대해 생각하라'더라. 연기를 연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따라갈 게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혼자 너무 불안해했다"고 회상했다. 또 함께 호흡을 맞춘 조민수 역시 김은영에게 하던 대로 하라는 응원을 보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사실 인종, 성 정체성, 가족 구성, 직업의 다름으로 사회적 차별에 쉽게 노출됐던 이들을 다룬 '초미의 관심사'는 김은영에게 기성복처럼 딱 맞는 이야기였다. 평소 노래, 방송 등을 통해 '편견'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던 그다. 이를 두고 김은영은 "편견 속에서 가장 특별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을 대하는 것 자체가 작품의 메시지다. 그런 영화를 찍은 나는 더 조심하고 배우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 불편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센 마이웨이'처럼 해왔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을 때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말하고픈 나름의 목표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나가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불편하지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밝혔다.
김은영이 이렇게 스스로의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 이유는 17살 때 겪었던 교통사고 영향이 컸다. 죽음 직전까지 간 이후 정신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됐다고. 이에 대해 그는 "17살 때 겪은 교통사고 이후 '갑자기 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너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삶에 감사하고 더 바쁘게 살고 싶다. 또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 깨달음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창작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욕구를 해소하고 싶다"며 "시간이 없다. 우리 모두가 언제 갈지 모른다. 후회 없이 사는 것이 제 모토다.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가고 싶다"며 인생관을 드러냈다.
또 김은영은 치타로서의 이미지를 두고 "제겐 치타를 비롯해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우리 모두가 다양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제 안의 것을 꺼내 이걸 해도 치타, 저걸 해도 치타, 이런 식으로 다른 활동을 하는 치타도 익숙해져서 사람들에게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 이런 게 다 '김은영'으로 남고 싶다"며 아티스트의 면모를 전했다.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는 김은영을 두고 어린 팬들은 롤모델이라 칭한다. 롤모델이라는 수식어는 치타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김은영은 삶의 고찰 속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발전시키고 성장시킨다. 래퍼에서 프로듀서로, 또 배우로, 김은영의 끝 없는 행보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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