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외유내강의 정석. 다정해 보이지만 내면은 단단하고 카리스마 넘쳤다. 다양한 매력이 돋보였던 '부부의 세계' 속 이무생은 더욱 짙어진 배우의 향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무생은 2006년 영화 '방과후 옥상'으로 데뷔해 영화 '거북이 달린다' '조작된 도시' '명당' 등 스크린을 종횡무진했다. 이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맹활약했다. 그는 '하연거탑' '아내가 돌아왔다'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예쁜 누나' '봄밤'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러한 이무생이 '부부의 세계'를 통해 더욱 짙어진 배우의 향기를 풍겼다. 지난 16일 종영한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는 영국 방송사 BBC의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이무생은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동료인 신경정신과 의사 김윤기 역을 맡았다.
'부부의 세계'는 휘몰아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방송 당시 6.3%(닐슨코리아, 이하 유료가구기준)로 출발한 이후,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다 최종회에서 28.4%라는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지상파 포함 2020년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정작 이무생은 이러한 역대급 인기를 예상치 못했다. 그는 "대본 6부 정도를 먼저 받아 봤는데 한 시간도 안 돼서 다 읽었다. 그 정도로 잘 읽혀서 작품이 잘 되란 예상은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잘 될 거란 예상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인기의 공을 제작진에게 돌리는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인기 비결에 대해 "작가와 대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대본 때문에 저 역시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봤다"고 밝혔다.
또한 감독과 현장 스태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좋은 연기를 끌어내 주시고 많은 정성을 쏟아주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언급한 그는 "현장 스태프분들 덕에 아무 사고 없이 방송을 끝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무생이 맡은 김윤기는 작품 중반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무생은 이러한 설정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 했다. 그는 "지선우(김희애)와 첫 대면을 하며 등장하는데 오히려 편안했다. 부담감을 가져 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편안하게 들어갔다"고 전했다.
편안하게 극으로 스며든 이무생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게다가 뒤편에 서서 지선우를 묵묵히 바라보는 김윤기 역에 공감하며 이를 극의 묘미로 살리려 했다. 그는 "저 역시 김윤기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인성이 좋고 기다림의 제왕이다. 지선우를 향한 마음 역시 일편단심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윤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이성적으로 대하는 캐릭터다. 워낙 지선우라는 캐릭터가 모진 풍파를 겪는데 나도 짐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묵묵했지만 지선우를 향한 깊은 사랑을 보여주려 했다. 김윤기는 지선우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나타나 그를 보호하고 지켜냈다. 이에 대해 이무생은 "그만큼 김윤기가 지선으룰 생각하고 마음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연도 있겠지만 지선우가 보고 싶어서 그 옆을 지나가다 위험한 상황을 목격한 걸 수도 있다"며 "그만큼 김윤기는 지선우와 텔레파시가 잘 통하고 지선우를 향한 마음이 컸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간 이무생은 똑같은 상황에서 지선우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갔을까. 그는 "제 실제 성격은 이성적이려고 노력하지만 김윤기에 비해 그런 부분이 한없이 모자르다"며 "그래서 저는 시원하게 고백을 해 보고 차였을 것 같다"는 솔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독 배우 김희애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던 그다. 평소 김희애의 오랜 팬이라 밝힌 그는 김희애에 대해 "현장에서 지선우 그 자체였다"고 호평했다.
이어 "'내가 김윤기로만 잘 다가가면 되겠구나'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작품을 같이 하게 돼서 정말 설렜다. 현장에서 김희애 선배가 대배우라는 생각이 매번 들었다"고 존경을 표했다.
감사한 촬영 현장, 대선배와의 호흡 속에서 이무생은 자신의 매력을 과감하게 방출했다. 덕분에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맞게 된 그에게 이번 작품은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그는 '부부의 세계'에 대해 "양파 같은 작품이다. 뭔가 한 단어로 규정짓고 싶지만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형용할 수가 없다"며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인기에 힘입어 '이무생로랑(이무생+입생로랑)'이라는 귀여운 애칭도 얻게 됐다. 이에 대해 "팬분들이 좋게 바라봐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게다가 이름을 따서 만들어 주신 거라 더욱 뜻깊다. 다음엔 어떤 별명으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도 들고,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열일'을 예고한 이무생이다. 그는 "제가 추구하는 배우상은 삶을 이야기하는 배우다. 제가 하는 연기, 작품을 보시고 시청자들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 작품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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