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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이학주, 시작은 미약 끝은 창대 [인터뷰]
작성 : 2020년 05월 23일(토) 11:09

부부의 세계 이학주 / 사진=SM C&C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소박한 꿈을 꾸던 한 청년이 브라운관에 당당히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켰다. '부부의 세계' 속 신스틸러로 활약한 배우 이학주의 이야기다.

이학주의 꿈은 막연하고 수수했다. 그는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지만 그저 방송가에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연기는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연기에 흥미를 느낀 건 대학교 수업에서부터다. 그는 "평소 내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인데, 수업에서 내 감정을 뱉어내는 게 너무 좋았다"며 "군대에 가서도 그 기억만 생각이 났다.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하고 싶었다. 이후 단편 영화를 찍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생긴 그는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열연했다. 2012년 영화 '밥덩이'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멜로와 체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이학주의 강점은 악역 연기에서 도드라졌다. 실제 많은 작품에서 악역으로 활약한 그는 이 과정을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고 여겼다. 그는 "악역 이미지의 고착화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저 많이 배우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작품과 실제의 제가 분리가 안 돼 혼란을 겪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촬영하며 작품 속 역할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깨달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역할에 대한 안 좋은 반응을 보여도, 캐릭터에 대한 평이라는 걸 알아 휘둘리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반응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부부의 세계 이학주 / 사진=SM C&C 제공


혼란의 성장통을 겪은 그는 더욱 단단해졌고, JTBC '부부의 세계' 속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지난 16일 종영한 '부부의 세계'는 영국 방송사 BBC의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이학주는 명목상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지만 인터넷 도박에 빠져 여러 차례 낙방한 후 집착과 의존을 사랑이라 착각하게 된 박인규 역을 맡았다.

박인규는 난폭하고, 공감성이 결여된 인물이었다. 이해의 범주를 넘어버린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 이학주는 많은 감정 소모를 겪기도 했다고. 그는 "박인규의 행동은 A부터 Z까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해의 측면에서 공감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촬영 전이 두려웠다"며 "밤에도 잘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촬영장에 가기 전까지 너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연기에 임하는 프로 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기하면서도 무서워 보일까 걱정도 됐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잡히지 않으면 박인규의 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신을 열심히 찍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학주의 연기력은 배우 심은우, 김희애의 도움으로 더욱 물이 올랐다. 그는 민현서 역을 맡았던 심은우와 연기를 하며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감정들을 접했다고 고백했다. "촬영에 들어가서 심은우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 미묘한 감정들이 올라왔다"고 말한 그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상대역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고, 작품 속 인물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희애와의 촬영에서는 선배의 열연에 감탄했다. 그는 김희애에 대해 "지문까지 정확하게 연기하는 배우"라며 "보통 대본을 보면 대사와 지문이 있는데 선배님은 그걸 정확하게 연기하셨다. 그걸 보면서 '이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감탄했다. 너무 신기하고 존경스러웠다"고 전했다.

내적 성장과 배우들의 배려로 '불나방' 박인규가 탄생했다. 많은 노력을 들인 캐릭터였던 만큼, 죽음으로 마무리된 박인규의 결말에 아쉬움도 느꼈을 터. 그러나 정작 이학주는 박인규의 죽음을 당연하게 바라봤다. 그는 "박인규는 불나방 같은 캐릭터다. 불나방의 끝은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살아서 속죄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게) 좋아 보일 리 없다고 생각했고, 죽음이라는 결론이 맞았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아쉬움 대신 민현서(심은우)를 향한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그런 결말이 나니까 오히려 민현서가 안타까웠다. 민현서가 그 상처를 어떻게 떨쳐 보낼지 걱정부터 됐다"며 "그 친구에겐 최악의 선택이었고, 마지막까지 박인규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 거다. 민현서가 훌훌 털고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 이학주 / 사진=SM C&C 제공


이렇듯 이학주는 박인규와 달리 배려가 넘쳤다. 그는 실제 성격에 대해 "낯을 많이 가리지만 낯이 풀리면 장난기도 많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20대 청년 같은 취미도 가졌다. 그는 "쉴 땐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다. 요즘에는 헬스도 많이 한다. 배우가 규칙적인 생활과 먼 직업이라고 생각해 성실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성실한 이학주는 '부부의 세계' 이후 바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오는 25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월화드라마 '야식남녀'에 출연한다. 그는 '야식남녀'에 대해 "'부부의 세계'와 달리 긴장감이 조금 덜한 장르다. 소소하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야식남녀'는 말 그대로 이학주의 변주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 역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작품 선택을 결정했다. 그는 "제가 해 보지 않은 역할이어서 더 하고 싶었다. 또 디자이너 강태완 역으로 출연해 새로운 것들을 배워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부부의 세계'를 통해 이미 이학주의 연기력은 입증됐다. 그러나 여전히 목마른 이학주다. 그는 "대중들에게 여러가지 모습이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 저에 대해 '이것도 잘 어울리네' '다양한 모습이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자그마한 꿈을 꾸던 그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일념 하에 오랜 시간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이학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히 차기작을 홍보할 수 있는 대배우가 됐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한 이학주의 일대기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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