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팀이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kt wiz 이강철 감독의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아픈 손가락' 이대은 때문이다.
요즘 KT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있다. '불방망이'를 뽐내며 5연승 신바람을 불고 있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3승을 싹쓸이한 데 이어 19, 20일 한화 이글스까지 완벽 제압했다. 이강철 감독도 "타선이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다. 초반에 빨리 올라왔다"며 팀 상승세를 인정했다.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KT의 고민은 없어 보인다. 승리를 쌓기도 했고, 특히 최근 5경기에서 타선이 54득점을 폭발했기 때문이다. 점수를 내는 것이 승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에 KT는 들뜰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게 완벽할 순 없는 것일까. 이강철 감독은 팀이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도 마냥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바로 최근 부진에 허덕이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이대은 때문이다. 지난해 44경기에 나서 4승2패 17세이브(평균자책점 4.08)의 호성적을 거뒀던 이대은은 올 시즌 뜻밖의 추락을 하고 있다. 19일 한화와의 1차전 맞대결에 오르기 전까지 6경기에 나서 단 하나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다. 블론세이브만 두 번을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6.43에 달했다.
기록이 이대은의 부진을 말해주고 있지만, 이강철 감독은 여전히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한화와의 1차전 경기 직전 "이대은이 자신만의 느낌을 알아채야 한다. 거의 다 왔다. 1%로 남았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대은의 부진이) 마음 아프긴 하다"고 털어놨다.
이대은을 신뢰하면서도 조금은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강철 감독. 선수들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응당 그럴 수 있다. 한화와의 1차전 대결에서 이대은을 마운드에 올려보낼 때 이강철 감독은 애써 포커페이스를 했지만, 사실 속은 타들어 갔다.
9회말 팀이 13-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로 발걸음을 옮긴 이대은. 이때 이강철 감독은 '제발 세이브 올려라'며 속으로 몇 번이고 곱씹었다. 결과적으로 이대은은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지만, 과정은 찝찝했다. 선두타자 이성열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고, 최승준에게는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다행히 후속 타자들은 라인드라이브아웃, 뜬공,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경기 후 이대은은 1이닝 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이라는 기록으로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대은의 투구를 지켜본 이강철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감독은 20일 한화와의 2차전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첫 세이브를 올렸으니, 이대은의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을까. 심리적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 "믿을 수 있을 때까지 믿겠다"며 여전히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현시점에서 이대은은 이강철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다. 마음이 쓰이고 또 쓰인다. 언젠가는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오는 측은함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가차 없는 프로무대지만 이강철 감독의 '강철 같은' 믿음이라면, 이대은은 곧 '부족한 1%'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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