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박주현은 연예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자신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그는 데뷔한 지 1년 만에 맡은 첫 주연작부터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것이다. 앞으로 보여줄 무궁무진한 매력이 기대되는 배우다.
박주현은 어릴 적부터 예체능에 꿈이 많은 소녀였다. 운동도 좋아했고 악기와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노래를 좋아하던 시기에 어떤 분이 연기를 배우면 노래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해 주시더라. 그래서 처음으로 연기 취미반에 갔다. 가서 연기를 배웠는데 너무 재밌었다. 마치 나를 이끄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뮤지컬 '캣츠'를 영국 오리지널 캐스트로 봤는데, 자막을 한 번도 보지 않을 만큼 작품 자체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연기에 대해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박주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 무대에도 발을 디디게 됐다. 그는 "학교 안에서는 단편 영화나 독립 영화 쪽으로 할 수 있는 한 하려고 노력했다. 아직 영화나 드라마가 뭔지 잘 모르지만 호기심이 많아서 다 해보고 싶었다. 연극으로는 2016년에 먼저 데뷔했다. 연극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데서 큰 매력이 있다. 이때 접한 연기에 대한 추억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후 박주현은 2019년 tvN '드라마 스테이지-아내의 침대'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2020년 tvN '반의반'에서 정해인의 첫사랑으로 얼굴을 알린 그가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극본 진한새·연출 김진민)으로 '괴물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데뷔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렸다. 박주현은 극 중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지만 자신을 억압하는 부모에게 반항하고 싶은 마음에 오지수(김동희)의 범죄에 가담하는 배규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인간수업'의 오디션은 3개월이었다. 박주현은 차근차근 오디션을 준비해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됐다. 그는 "영상으론 자율 연기를 준비했다. 그건 내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말을 하는 듯한 연기였다. 이후 규리 대본으로 미팅을 진행했다. 작품과 캐릭터를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내 성격 대로 해석해 연기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주연으로 발탁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아직 신인이기도 하고 작품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내가 꼭 이 오디션에 붙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감독님을 비롯해 이 오디션으로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에게 내가 누군지 보여주자는 마인드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수업'은 미성년자 성범죄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대본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박주현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현실적이고 솔직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다듬어지지 않고 날 것 같은, 대본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난 꼭 사실적으로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제가 무거운 만큼 부담감도 컸다. 박주현은 "극 중 규리는 범죄자고 큰 잘못을 한 죄인이지만, 나는 배우 입장에서 규리를 이해하고 연기해야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처음 접근할 때 극에서 다루는 소재와 사회 문제를 내가 확실하게 알고 연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이 모두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이 작품을 맡은 이상 이 분야에 대해 잘 이해해야겠다는 마음이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사회 문제는 성 노동자분들의 권리와 미성년자 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공부했다. 그들의 권리가 어떤 식으로 해결되고 있는지를 배웠다. 직접 쓴 편지와 심경을 엮은 책들을 읽고, 청소년 심리상담가 선생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다. 선생님이 실제로 만난 청소년들의 심리와 아픔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과정을 거치니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처음에는 나에게 그저 낯선 사건이라 멀게만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더라. 최근 이슈가 된 사건도 있었지만, 그전부터 이런 일이 진행됐다는 걸 인간적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했다.
규리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박주현이 사회 문제를 공부한 것은 오롯이 작품에 대한 이해 때문이었다. 그는 "규리를 연기하기 위해서 사회 문제를 공부한 게 아니다. 오히려 규리는 반대 입장이지 않냐. 다만 배우가 소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공감을 못 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는 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주현이 작품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마쳤다면,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조절했다. 그는 "나는 굉장히 사교적인 사람이다. 현장에 가도 스태프 한 분 한 분과 인사를 나누고 웃으면서 활발하게 있는 편이다. 그런데 규리는 겉보기엔 활발하지만 속으로는 우울한, 정반대의 모습이 있다. 내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니 규리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고립이 필요했다. 실제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친화력이 없으면 불편할 줄 알았는데 스스로 많이 돌아 보게 되더라. 더 편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내가 생각한 규리는 '감정은 많지만 표현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규리의 내면까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얼핏 보면 표정의 변화가 크지 않고, 지수가 뭐라고 해도 꼿꼿하게 버티는 것 같지만 내적인 요동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규리는 고등학교 2학년이지 않냐. 얼마나 감정적으로 변화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또 표현은 못 하니 생각해낸 게 표정을 디테일하게 바꾸는 거다. 그래서 표정을 많이 아껴 썼다. 확 나타나지 않도록, 정말 조금씩 비칠 정도로 바꾸었다. 시청자분들이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박주현의 노력이 통했는지 그는 '인간수업'을 통해 '괴물 신인'으로 우뚝 섰다.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이다. 박주현은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잘 다니지 않고 학교만 갔다. 그런데 선후배 분들이 '잘 봤다'고 해주시고 학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모르는 분들도 와서 사진 찍자고 요청한다. 그럴 때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에 대해선 "너무 감사드린다. 이 별명의 타이틀에 맞게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제 막 배우의 길에 들어선 박주현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하고 싶은 장르도 많다. 그는 "아직 차기작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외향적이라 액션이나 장르물을 하고 싶다. '걸크러쉬' 있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며 "연극은 나에겐 고향 같아서 좋은 작품과 인연이 닿는다면 연극도 계속하고 싶다. 뮤지컬은 아직 시도를 안 해봤지만 좋은 도전일 것 같다"고 전했다.
박주현은 "여태까지 나의 강점이 뭔지도 모르고 열정만 앞섰다. 조금씩 작품을 하면서 업계 분들과 감독님이 해주시는 말씀을 들으니 내 강점이 눈이라고 하시더라. 눈이 예쁘다는 뜻이 아니라 내 눈에는 선과 악이 다 있고, 눈이 주는 힘이 크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마냥 맑지 않은 목소리도 내 매력이라고 해주셨다"고 배우로서 경쟁력을 꼽기도 했다.
끝으로 박주현은 "어떤 역할을 맡든 어떤 작품을 하든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매력적이었으면 좋겠다. 봐주시는 분들이 매력 있다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악역이든 선역이든 캐릭터의 매력을 찾아서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처럼 박주현은 '인간수업'에 임하며 사회 문제부터 시작해 스스로를 고립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매력까지 많은 것을 얻었다. 무엇보다 시작하는 입장에서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연기 욕심이 많은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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