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이쯤되면 불륜극의 재발견이다. 예상치 못한 전개, 화려한 연출 등 다양한 볼거리로 불륜극에 새로운 맛을 더했다.
16일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방송사 BBC의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는 여다경(한소희)과 이혼 후 나락으로 떨어진 이태오(박해준)의 모습이 그려졌다. 뒤늦게 지선우(김희애)를 향한 진심을 깨달은 그는 지선우와 아들 이준영(전진서)을 스토킹했다.
결국 폭주한 이태오가 이준영을 데리고 사라졌다. 급히 이태오에게 전화를 건 지선우는 마지막 식사를 요청하며 그를 달랬다. 무사히 이준영과 이태오를 데리고 식당을 찾은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마음의 정리를 할 기회를 줬지만 정작 그는 재결합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당한 이태오는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는 길에서 달려오는 차량 앞으로 뛰어들었다.
충격에 빠진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달려나갔고, 차에 치이지 않은 이태오를 품에 안고 오열했다. 여전히 서로를 놓지 못하는 부모를 눈앞에서 목격한 이준영은 그 자리에서 가출을 했다.
이후 몇 년이 흘렀지만 이준영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태오와 지선우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매년 가출 청소년을 후원하며 아들을 기다리던 지선우는 집에서 식사를 하다 도어록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부의 세계'의 마지막 장면은 돌아온 이준영을 품에 안는 지선우가 장식했다.
박해준 김희애 이학주 전진서 / 사진=JTBC 부부의 세계
◆ 뻔한 불륜, 그러나 뻔하지 않은 전개
1화부터 신선한 전개였다. 첫화부터 발각된 이태오의 불륜, 주변 인물 모두가 그의 외도를 도왔던 설정은 충격적이었으며 시청자들의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또한 흉기를 쥐고 이태오에게 다가가는 지선우의 모습이 담긴 엔딩 장면은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여느 불륜 드라마와 달리 다채로웠고 색달랐다. 보통 외도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다.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아내가 복수를 다짐하고, 결국 남편이 패가망신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박인규(이학주), 이준영(전진서) 등을 투입시키며 복수 외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박인규라는 인물로 '부부의 세계'에 위태로움을 더했다. 서로에게 증오만 남은 줄 알았으나 사실상 지선우, 이태오의 관계는 '애증'이었다. 박인규의 사망 사건 이후 애증의 감정을 직시한 두 사람은 서로를 놓지 못했고 결국 하룻밤까지 보내게 됐다. 불안한 관계는 최종회까지 이어졌다. '사이다' 같은 복수 대신 답답한 관계를 이어가지만 현실 고증에 충실했다는 평을 모으는 대목이다.
아이의 감정을 다루는 것 역시 독특하다. '부부의 세계'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아들 이준영의 감정을 집중 조명한다. 충동적인 하룻밤을 보내고, 서로를 놓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을 목격한 그는 날이 갈수록 망가졌다. 부부의 갈등으로 인한 또 하나의 피해자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공감을 모았다.
바람 피운 남편, 복수하는 아내 이야기 외 풍부한 서사를 더하니 새로운 불륜극이 탄생했다. 살인 사건, 부모의 불륜 목격 등 설정이 추가되며 긴장감도 더해졌다.
김희애 전진서 한소희 박해준 / 사진=JTBC 부부의 세계
◆ 연출마저 '맛집'
연출마저 '맛집'이었다. 박인규에게 폭행을 당하는 지선우는 VR 형식으로 편집돼 공포감을 자아냈다. 폭력성 논란이 있었지만, 세밀한 심리 묘사로 호평받던 김희애의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지선우 어린 시절에 이준영의 모습을 투영한 장면도 눈에 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모로 인해 장례식장에 홀로 남겨졌던 어린 지선우, 그의 얼굴 위로 이준영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이는 바다로 몸을 던졌던 지선우가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떠올린 장면이었다. 김윤기(이무생)의 도움으로 무사히 목숨을 구한 그는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전진서를 향한 모성애를 강조한 장면이었다.
콩깍지가 벗겨진 여다경의 모습이 담긴 장면도 돋보인다. 이태오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여다경이 차린 밥을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과하게 쩝쩝거리고 후루룩거리는 소리를 내는 이태오로부터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여다경 역시 인상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봤다. 그를 사랑하던 여다경마저 정 떨어지게 한 식사 장면이다.
이렇듯 '부부의 세계'는 뻔한 '불륜' 소재를 다루는 대신 뻔하지 않은 전개과 연출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비지상파 역대 드라마 1위를 거머쥐었다. '부부의 세계' 최종회는 28.4%(닐슨코리아, 이하 유료가구기준)를 기록, 기존 비지상파 드라마 1위 JTBC 드라마 'SKY 캐슬' 시청률 23.8%를 뛰어넘으며 새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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