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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스타 작가 김은숙의 오만 [ST포커스]
작성 : 2020년 05월 15일(금) 11:14

더킹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스타 작가 김은숙과 한류 스타 이민호가 의기투합한 '더 킹'이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며 SBS 금토극의 명성을 무너트렸다. '열혈사제'로 시작해 '스토브리그', '하이에나'로 이어진 프라임 시간대가 깨진 것이다. 김은숙의 대본은 서사 없이 흘러갔고, 그 안에서 이민호는 연기 대신 화보집만 찍고 있다. 안일한 기획이 부른 볼품없는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더 킹: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이하 '더 킹')가 야심 차게 첫 방송됐다.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와 누군가의 삶·사람·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의 공조를 통해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스타 작가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그와 작품으로 호흡을 맞췄던 '상속자들' 이민호와 '도깨비' 김고은이 주연을 맡아 첫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 시청률은 11.4%로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더니 8.1%로 최저치를 찍었다.

같은 SBS 금토극이었던 '스토브리그'는 5.5%로 시작해 19.1%로 마무리했다. 입소문을 제대로 탄 것이다. 그러나 '더 킹'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이 외면했다는 의미다. 시청 고정층이 탄탄해 프라임 시간대라 불리는 SBS 금토극에서 보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더 킹'은 보기 불편한 요소들이 많았을 터. 시청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더 킹'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대본의 문제가 가장 크다. 김은숙 작가는 명실상부 시청률의 여왕인 스타 작가다. 그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에 이르기까지 숱한 화제작을 탄생시켰다. 그간 김은숙 작가는 대사의 '맛'을 살리는 대본으로 사랑받아 왔다. 또 운명적 사랑과 그에 따른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더 킹'에서는 김은숙 작가의 장점으로 꼽히는 대사의 '맛'과 사랑에 대한 서사가 허술하다. 대사의 '맛'은커녕 시대착오적 대사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극 중 여성 총리 구서령(정은채)이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 준다"는 대사와, 여성 관객이 남성의 조정 경기를 보며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언급하는 부분은 양성평등 저해, 성 인지 감수성 미비 등의 논란을 샀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3일 해당 대사를 문제로 '더 킹'에 권고 결정을 내렸다.

또 허술한 서사 역시 극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첫눈에 반한다는 설정은 그간 드라마에서 많이 다뤄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 요즘, 첫눈에 반해 상대방에게 무작정 호감을 표시하는 일은 다소 위험의 소지가 있다. 과거에는 설렐 수 있는 일이 이제는 불편한 소재가 된 것이다. 이는 김은숙 작가의 오만한 계산이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신의 틀만 고집했다.

더킹 / 사진=SBS


허술한 대본에 민망한 연출까지 더해졌다. '더 킹'은 판타지적 소재인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CG의 힘이 중요하다. 수준 낮은 CG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터. '더 킹'은 안 그래도 몰입이 어려운 대본에 웃음만 나오는 CG로 시청자들을 떠나보냈다.

배우들의 연기도 문제다. '더 킹'은 이민호가 군 복무 후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인 상황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무르익은 연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이민호가 연기보다 외모를 보여주기 위해 '더 킹'을 선택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영상 화보집 수준이었다. 배우로서 고뇌와 30대 중반에 접어든 이민호의 묵직한 연기를 기대한 이들에게 여간 실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톤을 살리는데도 이민호는 어색한 모습이었다. 앞서 '상속자들'로 한 번 김은숙과 호흡을 맞췄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상대역인 김고은과의 '케미'도 '글쎄'였다.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가장 중요한 멜로임에도 두 사람에게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해석한 사랑이 다르다는 것만 느껴진다.

설상가상으로 과도한 PPL(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기법)까지 등장해 몰입을 깨버린다. PPL도 잘만 이용하면 광고 효과와 서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더 킹' 속 PPL은 홈쇼핑 수준이다. 카메라 포커스가 제품에 맞춰져 있어 대놓고 광고하는 수준이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고, 해당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더 킹'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염두에 뒀는지 의심되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왜색 논란이 불거진 '더 킹'은 바람 잘 날 없다. '더 킹' 6회 방송에서 대한제국과 일본의 해상 전투가 전파를 탔다. 당시 일본의 함선이 광개토대앙급과 세종대왕급, 이순신급 등 우리나라 군함과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했고, 여기에 일장기를 단 모습으로 비춰져 논란이 됐다. 이에 백상훈 PD는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맨눈으로 보기에 비슷비슷해 보이는 각국 군함의 특징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고, 또한 실사 자료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콘티 중심으로 자료를 선택하는 우를 범했다"고 사과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대본, 연출, 연기 등 제대로 된 요소가 없다. 김은숙 작가는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혔고, 배우들은 이에 발맞추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더 킹'이 남은 회차에선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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