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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타율 꼴찌'의 반란, 삼성…허 감독의 기다림 통했다 [ST스페셜]
작성 : 2020년 05월 15일(금) 07:00

허삼영 감독 / 사진=DB

[고척=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제가 조급하면 선수들이 더 급해진다. 최대한 침착하게 기다리겠다"

허삼영 감독이 키움 히어로즈와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한 말이다.

삼성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주중 3연전에서 2승1패를 기록,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해당 시리즈에 앞서 삼성 팀 타율은 0.198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이었다. 이 부분 선두 두산 베어스(0.341)와도 확연히 차이를 보일 정도로 녹록치 않았다. 키움과 첫 경기에서도 타선은 빈공을 치며 2-3으로 졌다. 2연패에 빠진 것도 문제지만, 팀 타선의 집단 부진이 더 컸다.

그럼에도 허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운이 없었다는 말뿐이었다.

"타선 자체가 예상보다 저조한 지표를 보이고 있어 타자들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지표가 문제가 아니다. 타석에서 자신감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김헌곤의 경우 좋은 타구가 나왔는데 호수비에 걸렸다. 조금 막힌 느낌이 든다. 하지만 선수들이 각자 많은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 내가 조급하면 선수들도 더 급해진다. 최대한 침착하게 풀어가야 한다"고 차분히 말했다.

중심 타선에서는 2홈런 6타점 타율 0.310을 기록 중인 김동엽만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이름이 빠진 이학주가 1군 엔트리에 콜업되고 외국인 타자 살라디노를 대신해 이성규가 라인업에 포함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3연전 중 두 번째 경기에서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의 호투로 7회까지 1-0으로 앞선 상황, 이학주가 8회초 1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내 달아나는 점수를 만든 뒤 도루와 상대 실책을 묶어 3루를 밟았다. 이어 박찬도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고 결국 팀은 5-0으로 승리했다.

허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14일 경기에서는 타자의 응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김상수와 김동엽을 테이블세터로 배치했고, 이성규-이원석-이학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꾸렸다.

왼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를 과감히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이성규를 3번 타자 겸 1루수로 기용했다.

허 감독은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앞서 "부상 정도가 심한 건 아니다. 선수가 불안감을 안고 뛰는 것보다 한 박자 쉬어가는 게 선수나 팀이 좋을 것 같다. 살라디노에게 여유를 갖자고 했다"며 "살라디노는 가족과 같다. 퓨처스로 보내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동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컨디션이다. 철저히 타자 컨디션을 보고 라인업을 짰다"며 "김용달 타격코치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타선도 언젠가 반등하고 터질 날이 올 것"이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허 감독의 타선을 향한 믿음은 경기 시작과 함께 나타났다.

삼성은 1회초 선두타자 김상수의 좌전 2루타와 김동엽의 중전 안타를 묶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후속 이원석의 솔로 홈런으로 또 1점 추가했다. 이어 2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김상수의 적시타로 1점, 다음 타자 김동엽의 1타점 중전 안타로 4-0 리드를 잡았다.

이후 4-4로 맞선 7회초에는 중심 타선이 해결사로 나섰다. 박찬도와 김상수가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김동엽이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지만, 2사 3루 상황에서 이성규가 앞서가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어진 2사 1,2루에서 이학주가 2타점 싹쓸이 2루타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9회초 김상수의 2루타와 이성규의 몸에 맞는 볼로 맞이한 1,2루 찬스서 이원석의 1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이날 삼성 타선은 장단 14안타를 터뜨리며 8득점을 뽑아냈다. 이로써 삼성은 2연승과 함께 2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허 감독이 말한 대로 침체됐던 타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나 맹타를 휘둘렀다.

이학주 / 사진=DB


특히 2경기 타율 0.250(8타수 3안타) 2타점을 쌓은 이성규와 1군에 콜업돼 3경기 타율 0.273(11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한 이학주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학주는 "팀이 이겨서 좋다. 코치님과 감독님께서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자신감 있게 타격에 임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작년 성적이 좋지 않아 부진했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1군 합류가 늦어 적응이 어렵지만, 이겨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살아난 타선과 굳건한 투수진의 조화를 이루게 된 삼성은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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