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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숭아학당' 논란, '트롯신이 떴다'가 놓친 대승적 문제 [ST포커스]
작성 : 2020년 05월 13일(수) 20:00

사진=뽕숭아학당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트로트 광풍 속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결국 논란이 터졌다. 소위 '겹치기' 출연으로 인한 방송국 간의 상도덕 문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TV조선은 13일을 첫 방송으로 매주 수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새 예능프로그램 '뽕숭아학당'을 론칭했다.

'뽕숭아학당'은 '미스터트롯'이 탄생시킨 '트롯맨 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초심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최고의 트롯 가수로 거듭나기 위해 배움을 이어가는 프로그램. '트롯맨 F4'를 비롯해 주현미, 설운도, 김연자, 장윤정, 그리고 방송인 붐이 MC로 출연한다.

그러나 뜻밖에 겹치기 논란이 일었다. 수요일 밤 10시는 SBS '트롯신이 떴다'가 방송하는 시간대인 데다 해당 프로그램에 주현미, 설운도, 김연자, 장윤정, 붐이 고정 멤버로 출연 중이기 때문.

이에 TV조선은 "레전드들의 출연 분량이 '트롯신이 떴다'와 동시간대 송출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SBS는 출연진들의 피해를 강조하며 "TV조선 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물론 '상도덕' 측면으로 봤을 때 이번 사태는 같은 시간대에, 같은 출연자를 데리고 후발 주자로 들어온 TV조선이 촉발한 논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SBS의 말처럼 "대승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SBS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가 흥행하기 전까지 트로트는 줄곧 낮은 위상에 시달리며 홀대받아왔다. 방송사들 역시 마찬가지. 지상파 내 트로트 편성 프로그램은 KBS1 '가요무대' 정도였다.

사실상 '미스, 미스터트롯' 시리즈가 트로트의 판도를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모지에 가까웠던 트로트를 새 트렌드로 발굴한 셈.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TV조선이 핫한 종편 채널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미스, 미스터트롯' 시리즈의 공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 이후다. 방송사들은 집착하다시피 트로트를 끼얹었다.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을 쏟아냈고, 관련이 전혀 없는 프로그램에도 트로트 가수를 대거 출연시키며 가능한한 모든 곳에 트로트를 끼워 넣었다.

SBS는 그 선도주자였다. 가장 먼저 트로트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를 만들었다. 심지어 '미스터트롯'이 끝나기도 전,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론칭하며 부수효과를 톡톡히 봤다. 트로트에 JTBC '비긴어게인'이 성공시킨 해외 버스킹을 조합한 포맷. '미스, 미스터트롯' 시리즈 출연진도 적잖이 데려왔다.

다른 방송사들도 트로트 열기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KBS는 가수 송가인의 소속사와 함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 전국체전'을 제작한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 MBN은 '보이스트롯'을 내놓는다.

기시감이 드는 풍경이다. 어느 하나의 성공 모델에 기대 비슷한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과정들은 이미 너무도 자주 목도해온 바다. Mnet '슈퍼스타K' 시리즈의 성공 이후 여기저기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MBC '아빠! 어디가?'의 성공 이후 육아, 가족 예능이 성행했다. 심지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원조보다 더 오래 가는 저력을 보여주는 중이다. 채널A '하트시그널' 이후엔 갖은 '썸' 예능이 대홍수를 이뤘다.

이렇듯 새로운 포맷이 아닌 누군가 성공시킨 포맷에 숟가락을 얹어 폭발적인 소비를 유도한 뒤 급격한 소모 후 사라지는 형국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그나마 앞선 사례들에서는 출연진이라도 다르게 배치하며 다양성을 꾀했으나 트로트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살 만한 가수의 수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 그 소비 속도가 훨씬 더 빠른 상황이다.

이번 겹치기 문제는 이미 예견된 논란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승적으로 볼 때 근본적인 문제는 고민 없이 너도나도 성공 모델에만 매달리는 방송국과 제작진에 있다.

최근 중국의 국내 예능 프로그램 표절이 이슈에 올랐다. 당연하게도 '창조'는 어렵지만 '베끼기'는 쉽다. 그리고 이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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