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두산 베어스의 불펜진이 2020시즌 초반 흔들리고 있다.
두산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3-12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올 시즌 3승2패로 단독 4위를 마크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를 승리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기 초반 KT의 장성우에게 3점포를 허용해 끌려가던 두산은 3회말 김재환의 만루 홈런, 4회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3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5회말에도 3점을 추가 득점해 10-3으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장성우의 홈런 이후 10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했던 선발투수 이용찬이 6회초 1실점한 데 이어 7회초에도 무사 만루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가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팀 내 2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치국은 주자 2명을 불러들여 리드 폭이 10-6으로 줄어들었다.
4점 차로 격차가 좁혀졌지만 8,9회 2이닝을 남겨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의 승리가 유력했다. 그러나 두산의 필승조에게는 충분하지 않은 점수 차였다.
박치국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윤명준은 8회초 첫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이후 연속 4안타를 맞아 1점을 내준 뒤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구원 등판한 이형범이 2타점 적시타를 맞아 9-10까지 KT에게 쫓겼다.
그러자 두산의 야수진은 8회말 허경민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로 뽑아내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두산의 마무리투수 이형범은 9회말 선두타자 강백호, 2사 후 황재균에게 솔로포를 허용해 2점 차의 리드를 날려버렸다. 이어 연장 10회초에도 추가 1실점을 기록해 11-12로 리드를 빼앗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오재원의 10회말 동점 1점 홈런과 11회말 상대 2루수 박재욱의 끝내기 실책으로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KT의 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던 두산의 필승조는 물음표를 남기게 됐다.
디펜딩챔피언인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이영하-크리스 플렉센-유희관-이용찬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타선을 더해 올 시즌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불펜진은 두산의 유일한 약점이다. 특히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이후 150km를 넘나드는 구위로 상대 타선을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구위를 가진 자원이 없어졌다.
지난해 마무리투수 이형범이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140km 초반대의 구속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지닌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좌완 불펜 에이스인 함덕주도 140km 초반대의 패스트볼에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 유형의 투수다.
2020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 150km 중반대의 구속을 자랑하는 이동원이 호투를 펼쳤지만 개막전에서 제구 불안을 드러낸 뒤 2군으로 내려갔다.
또한 두산은 2019시즌 불펜진의 중심을 잡아주던 베테랑 배영수, 권혁, 김승회 등이 자취를 감췄다. 배영수는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새활을 마감했고 권혁과 김승회는 2020시즌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2군에 머물러있다.
베테랑 투수는 팀의 불펜진이 흔들렸을 때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1군 불펜진에 남아 있었던 베테랑 좌완 투수 이현승이 연장전에서 1.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이현승 혼자만으로는 두산 불펜진의 누수를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다.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의 불펜 에이스, 베테랑 불펜투수의 이탈로 두산의 불펜진은 올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올 시즌에도 정상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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