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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최우식, 날 것 그대로의 모습 [인터뷰]
작성 : 2020년 05월 06일(수) 23:19

사냥의 시간 최우식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최우식이 소년의 얼굴 속 불량함을 집어넣은, 날 것 그대로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여태까지 보여주지 못한 거친 모습에 대한 욕심이었다. 타투, 담배, 욕설로 점철된 옷도 그가 입으니 최우식이라는 배우 그 자체였다.

최우식은 2014년 영화 '거인'으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영화 '부산행' '옥자' '마녀' '물괴'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부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쓸며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런 최우식이 이번에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제작 싸이더스)으로 돌아왔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 추격자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극 중 최우식은 준석(이제훈)의 무모한 계획에 동참하는 기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냥의 시간'에서는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최우식의 특별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거친 욕설, 문신, 담배 등이 어우러진 그의 모습은 낯선 향기를 풍겼다. 다소 강렬한 캐릭터를 선택하긴 쉽지 않았을 테지만 최우식은 오히려 이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단다.

최우식은 "여태까지 보여주지 못한, 나만의 날 것 같고 거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이 났다. 내가 작품 안에 들어가 재밌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는 "내가 작품을 제안받았을 땐 이미 다른 배역들이 정해진 상태였다"며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등과 함께 연기를 하고 싶었다. 이들과 같이 연기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던 만큼 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텐'을 했던 것처럼 장르물을 좋아하는 개인적은 취향도 반영됐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계속 상상을 하면서 읽었는데 살 떨리고, 한 사람에 쫓기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에겐 재밌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사냥의 시간 최우식 / 사진=넷플릭스 제공


원하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최우식은 치열한 현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좋은 쪽으로 치열했다. 다른 배우의 선을 넘어가지 않되 그 캐릭터 위치에서 치열하게 연기했다. 배우로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함께 호흡해 보고 싶었던 배우들이라 대사를 주고받을 때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났다. 더 잘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튀기를 원했던 건 아니다. 말 그대로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는 걸 느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우식은 자유롭고, 어딘가 불량해 보이는 기훈을 완성하기 위해 외적으로 변신을 꾀했다. 그는 "누구나 기훈을 처음 봤을 때 껄렁껄렁하고 자유로움을 느끼길 원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직접 타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보다 감독님이 타투를 먼저 생각하셨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에서 잘 통했다. 실제로 타투를 못하니 한 번 해보고, 그냥 막 담배도 피우는 이미지를 만들어 갔다"고 전했다.

반면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하는 과정은 다소 달랐다. 최우식은 실제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함과 동시에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성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나는 모든 역할을 연기할 때 원래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을 많이 반영한다. 다른 배우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나는 아직까지 그릇이 깊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또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갖고 있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훈은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친구들을 떠날 때였다. 가족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친구들을 떠나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안 좋은 상황에 살고 있기에 겁도 많다. 때문에 연기할 때도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우식이 캐릭터와 디테일을 만들었다면, 윤성현 감독은 작품 전체의 방향성을 잡아줬다. 최우식은 윤 감독의 연출이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은 배우로 같이 작업할 때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꾸며내지 않은 진짜 감정을 원하더라. 그래서 정말 기훈이 느끼고 본 것을 실제 느끼려고 노력했다. '이 상황에 진짜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해줘서 더 진실되게 다가왔다"고 감사를 표했다.

사냥의 시간 최우식 /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냥의 시간'은 최우식이 '기생충' 이후 전세계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2019년은 '기생충'으로 뜨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는 "'기생충' 다음으로 내 얼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긴장이 됐다. 아무래도 '기생충' 덕분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하루빨리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돼 전세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 최우식은 '기생충'으로 주목받은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SNS를 꼽았다. 그는 "솔직하게 내 눈으로 보고 피부로 와닿는 건 SNS 팔로우 수가 많이 늘었다는 거다. 숫자로 보이니까 '내가 진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구나. 내가 누군지 궁금해서 많이들 찾아보시는구나' 싶었다. 팔로우 수가 원래는 38만 명정도였는데, '기생충' 이후 130만 명으로 늘었다. 항상 팔로우에 M이 붙은 것을 부러워했는데, 내가 이렇게 되니까 기분이 좋았다"며 "부모님에게도 엄청난 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의 1년 동안 부모님이 행복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가짐 역시 달라졌다. 최우식은 "'기생충'으로 받은 상 중에 SAG(미국 배우 조합상)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건 배우가 배우에게 주는 상이다. 우리가 그 배우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상을 받았고, 내가 그 상을 번쩍 드는 사진도 있다. 받은 상 중에 그 상이 제일 무겁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기생충'으로 사랑과 관심을 받은 무게지 않을까 싶다. 이 무게를 기억하자고 다짐했다"며 "실제로 지금도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 어떻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고민된다. 앞으로 나태해지지 말고, 게으르게 생각하지 못하게끔 나를 채찍질한다"고 털어놨다.

'기생충'으로 전세계를 휩쓸고 '사냥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최우식은 미래를 꿈꾼다. 그는 "국제무대를 다니며 시야도 넓어졌고, 동시에 현실적인 생각도 많이 들었다. 칸에 가서 파티를 즐겼지만 이 세상엔 좋은 영화, 배우, 현장이 얼마나 많은지 직접 보고 기대도 커졌다. 욕심일 수 있는데 언젠간 그곳에서 만난 배우와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또 한국 영화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우식은 "이제는 내 얼굴과 연기를 세상에 더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예전에는 영화가 개봉된 나라에서만 봤다면 이제는 넷플릭스 등 OTT(동영상 플랫폼)가 많이 활성화됐다. 범위가 많이 커졌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제 한국 영화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와서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우식은 '기생충'이라는 영광을 겸손한 자세로 짊어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조차 자신의 색깔로 만드는 최우식이 함께할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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