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신선해서 더 강렬한 '인간수업'이 일을 냈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 국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무법 변호사'와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신예 진한새 작가가 집필했다.
'인간수업'은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기존의 학원물 또는 하이틴 장르의 클리셰나 한계를 완벽하게 탈피한 작품이다. 휴대전화 앱을 통해 조건만남 중계를 하는 '성매매 포주'인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심리를 섬뜩하고 강렬하게 표현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연출은 보는 이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부모님과 식사를 하다가 그들의 머리에 총알이 박히기를 바라는 규리(박주현)의 모습이나 범죄자인 자신이 스스로 땅에 파묻히는 꿈을 꾸며 고통스러워하는 지수(김동희)의 모습 등을 표현한 연출은 인물들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인간수업'은 성매매 범죄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자극적인 노출이나 성적 묘사, 적나라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가 날 것 그대로 표현됐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터. 그러나 '인간수업'의 연출은 자극성을 덜고, 최대한 정제해서 풀어내며 캐릭터의 행동과 감정이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러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가 '인간수업'의 생생하고 독특한 캐릭터에 선입견으로 작용할까 우려했다"며 주인공 전원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그리고 제작진의 선택은 틀리지 않은 듯 보인다. 전작의 캐릭터가 대중에게 각인되지 않은 배우들은 평범한 고등학생의 얼굴 뒤에 감춰진 위험한 민낯을 신인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배우로서 구체화된 이미지가 없는 배우들이 제 옷을 입은 듯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니 신선하고, 또 강렬했다.
아무 생각 없이 '킬링 타임' 용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인간수업'은 부인하고 싶지만 이미 벌어지고 있는 '불편한 세계'를 그대로 꺼내놓고, 과감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죄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다루면서 범죄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나이에 상관 없이 결국 '책임'이 따른다는 것. 10대 아이들을 범죄자가 되게 한 책임이 사회적 제도와 어른들에게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수업'은 불편한 현실을 정조준해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2020년 상반기 최고의 '문제작'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가해자, 범죄자가 주인공인 만큼 '범죄 미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인간수업'은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알고 계신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사이버 1388 청소년 상담센터 안내 문구가 등장한다.
최근 'N번방 사건'을 시작으로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인간수업'은 자칫 범죄자에게 범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수업'을 제작한 윤신애 대표는 "10대들이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선택을 하고, 파멸로 가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불편하지만 나쁜 현실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이 캐릭터들이 다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캐릭터다. 드라마 안에서 극단적으로 이면이 있는 걸로 몰아갔다. 범죄를 선택하는 순간, 얼마나 끔찍한 일이 기다리는지 보여준다"며 "10대들이 죄, 인간의 본능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주인공은 10대지만 어른들도 이 드라마를 통해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으면 한다"고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김진민 감독 또한 "(범죄자) 미화가 이뤄지면 안된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 피해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다루다 보니, 왜곡된 시선을 다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성매매에 관련한 내용이 나오니, 그 부분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논문과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면서 그 기준이 정확한지 가늠을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인간수업'은 공개된 첫날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5위를 기록, 공개 일주일 만에 입소문을 타더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SBS '더킹-영원의 군주' 등을 꺾고 한국 콘텐츠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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