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KBO 리그가 드디어 개막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뜻밖의 변수를 만나 예년과는 다르게 늦은 출발을 하게 된 올시즌 KBO 리그를 이끌 팀은 어디일까.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개막을 알리는 경기가 5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다. LG-두산(잠실), SK-한화(인천), KT-롯데(수원), 삼성-NC(대구), KIA-키움(광주)이 '마수걸이' 승리 사냥에 나선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초반 어수선함이 예상되는 올 시즌 리그에서 어느 팀이 '빠른 적응력'을 갖출지가 초반 순위 싸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된다.
작년 시즌 프로야구 개막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팬들로 야구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 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올해에도 그 광경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가 전국을 공포 속에 몰아넣으면서 프로야구 개막이 미뤄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다행히 최근 그 기세가 한풀 꺾여 5일 프로야구를 개막하지만, '무관중 경기'라는 낯선 환경에서 각 구단들은 첫 경기를 치른다.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큰 변화를 실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직접 야구 배트를 잡고, 글러브를 끼는 선수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팬들의 함성과 응원 소리로 힘을 얻고 긴장을 완화시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각 구단 감독들도 머리 아플 일이다. 최근 구단 간 무관중 연습경기를 제외하고는 과거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 바짝 긴장해야 한다. 결국 초반 순위 싸움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려면 '빠른 적응력'과 함께 '팀 응집력'이 크게 요구되는 셈이다. 베테랑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할 선수들을 이끌고, 감독이 앞장서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두 요소를 두루 갖춘 팀이 초반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팀 전력에도 빈틈이 없다면 우승까지 노릴 수 있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왕조' 두산과 5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 두산에 대항했던 키움이 이번 시즌에도 '양강구도'를 구축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먼저 두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납득할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다가오는 시즌을 끝으로 두산에서는 9명의 선수(유희관, 김재호 권혁, 이현승,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이용찬, 정수빈)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FA 직전 시즌이 선수들의 몸값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두산의 올 시즌 전력은 최상을 찍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지난시즌 MVP 투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재작년 다승왕인 세스 후랭코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두산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투수진에 구멍이 생겼지만,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두산이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 '듀오 카드'로 올 시즌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플렉센은 자체 청백전에서 6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1.59(17이닝 3자책)를 기록했고, SK 와이번스와 팀 간 연습경기에도 나서 5이닝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두산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시즌 kt wiz에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던 알칸타라는 장점인 강속구로 두산 마운드를 지킬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토종' 선발진도 강세다. 지난해 17승, 평균자책점 3.64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던 이영하는 올해 자신의 기록을 뛰어 넘겠다는 각오다.
지난 시즌 두산에 무릎을 꿇으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던 키움도 여전히 우승 후보다. 타선을 보면 수긍이 간다. 올 시즌 손 혁 감독 체제에 있는 키움은 비록 작년 타점왕 제리 샌즈(한신 타이거즈)를 일본으로 보내며 전력 누수가 있었지만 '서건창-김하성-이정후-박병호' 내로라하는 타자들로 타선을 꾸려 우승을 넘본다.
여기에 지난 시즌 나란히 13승을 거둔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 '투수 콤비'가 키움에 힘을 실어준다. 유망주 투수들도 키움 전력을 상승 시켜준다. 2번의 팀 간 연습경기에서 총 5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영건' 이승호지만, 지난 시즌 좌완 선발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에 믿음을 한 번 더 가져볼 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현희는 두 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기에 키움의 마운드를 단단히 지킬 능력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는 투수다. 작년 가을야구에서 강팀을 상대로 9.1이닝 무실점으로 뒷문을 잘 봉쇄했던 조상우까지 쾌조의 컨디션으로 팀에 가세한다면 키움의 질주 본능은 올 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다.
지난 시즌 3위팀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김광현을 메이저리그로 보냈고,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헨리 소사(푸방 가디언스)도 떠나보냈다. 이들의 빈자리를 닉 킹엄-리카르도 핀토-박종훈-문승원-김태훈이 메울 계획이다. 1선발 킹엄이 얼마나 중심을 잘 잡아주느냐가 SK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비교적 마운드가 단단한 LG는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에 새롭게 투입된 외국인 타자 라모스가 제 역할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NC는 불펜 문제를 올 시즌에는 수습해야 한다. 양의지와 나성범이 지키고 있는 야수진은 리그 정상급이지만, 경기 후반 상대 타자들을 휘어잡아야 할 불펜진이 약하다. 임창민, 박진우, 임정호 등이 마운드를 단단히 지켜 팀에 도움을 줘야 한다.
KT는 '괴물 신인 투수' 소형준이 정규 시즌에서 제 몫을 한다면 상위권 싸움에 힘을 얻을 수 있다. KIA는 '명불허전' 양현종이 지난해 기록한 16승 8패 평균자책점 2.29를 재현하고 타선이 터진다면 올시즌 높은 순위를 기대해볼만 하다. 삼성은 꾸준히 타선에서 활약할 선수가 나타나야 하고, 한화는 '베테랑 선수' 김태균과 이용규가 제 몫 이상을 해줘야 한다. 특히 지난 시즌 홈런 6개에 그쳤던 김태균은 장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롯데에서는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이대호가 살아나야 '꼴찌' 수모를 다시 겪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시나리오는 구단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윤곽이 나올 수 있다. 10개 구단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당초 개막 예정일보다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개막 경기를 갖는 구단들은 11월 말까지 144경기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선수들은 더위와 추위를 모두 겪으면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통상적으로 개막전에 열리는 시범경기가 취소돼 선수들이 완벽하게 몸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팀 간 연습 경기가 존재했지만, 개막을 철저히 준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례 없는 시기 한가운데 있는 선수들의 몸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야구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프로야구가 드디어 개막을 알린다. 코로나19로 인해 KBO리그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건강'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없다는 큰 교훈도 얻었다. 안전함 속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가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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