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안재홍이 익숙했던 이미지를 벗고 날것을 담았다. 로맨스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며 훈훈한 매력으로 사랑 받았던 그가 이제는 삭발 투혼까지 선보이며 캐릭터에 녹아들며 명연기를 뽐낸다.
안재홍이 출연하는‘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작품은 데뷔작 '파수꾼'으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던 윤성현 감독, 그리고 충무로 젊은 피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의 만남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특히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극찬을 받은 만큼 영화계의 이목이 거듭 집중됐다.
각고의 긴 시간을 거쳐 공개하게 된 ‘사냥의 시간’. 이에 안재홍은 제78회 국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작품을 처음 본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공개하게 돼 너무 기쁘고 설렌다”면서 “너무 긴장을 한 상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에게 쫓기는 긴박함이 많이 떠오른다. 1600석이 넘는 극장이 매진이 됐다. 극장에서 굉장히 집중해하는 관객들의 숨소리가 다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안재홍 사냥의 시간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안재홍은 극 중 친구들만이 세상 전부라고 믿으며 네 친구의 계획이 성공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 메이커 장호 역을 맡았다. 극 중 장호는 준석(이제훈)의 무모한 제안에도 선뜻 나설 만큼 정이 많고 유약한 인물이다. 거친 비주얼 속 여린 내면으로 보는 이들의 짠함을 유발하기도. 이처럼 제법 확고한 캐릭터성을 가진 장호. 안재홍은 장호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탈색은 물론 머리와 눈썹을 밀고 타투까지 도전하는 등 기존의 모습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거친 이미지가 유독 시선을 끈다.
“삭발과 탈색, 타투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외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가면이나 탈을 쓴 것처럼 도움을 받았지만 쉽지 않았다. 탈색이 애쉬 컬러인데, 동양인이 구현하기 쉽지 않은 색깔이라더라. 탈색을 3번 해 색을 완전히 빼야 했다. 또 피부를 거칠게 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거의 안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게 없는 거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투박한 외투를 입은 채 거친 욕설과 담배를 달고 사는 장호를 표현하기 위해 안재홍은 헐리우드 영화들을 참고하며 캐릭터들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유독 흡연을 많이 하는 장호인 만큼 개인적인 디테일을 살렸고 이에 안재홍 만의 장호가 완성됐다. 또 거칠지만 유독 소년처럼 유약한 면을 섬세히 표현했다.
이를 두고 안재홍은 “장호와 달리 실제로 외로움을 많이 타지 않는다”면서 “시나리오를 읽으며 장호가 상처가 깊고, 버림받았다는 게 큰 트라우마로 남은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벼랑 끝 청춘이기에 처절하고 분노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외형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일부러 힙합 음악을 들으며 저항 정신을 경험했다. 평소 발라드를 많이 듣는 편이지만 힙합 음악을 들으며 내면을 잘 채웠다. 극 중 사람답게 산다는 대사를 통해 장호의 속 마음이 잘 드러나길 바랐다. 자신의 상처, 진심을 드러내는 것에 낯선 인물이 마음을 비쳤을 때 정서적으로 연민이 전해지길 원했다. 마지막까지 성장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캐릭터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했다.
그동안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쌈, 마이웨이’, ‘멜로가 체질’, 영화 ‘족구왕’, ‘쎄시봉’, ‘널 기다리며’, ‘소공녀’, ‘해치지않아’ 등에 출연하며 부드러운 매력으로 각인된 안재홍. 그간의 작품들과 달리 거칠고 투박한 인물을 소화함에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에 안재홍은 “인물을 준비할 때 우려를 갖진 않는다. 오히려 기대가 된다. 다른 면모를 보인다는 건 연기자로서 굉장히 기쁘고 기대되는 점이다. 이 도전은 확장된 모습일 수도, 변주된 모습일수도 있다.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것이 소중하다. 그 소중한 기회를 정확하게 살리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순한 맛의 캐릭터를 보여줬다. 이번에는 매운맛을 첨가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인물에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제게 쉽진 않았다. 재밌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연기자로서 길을 걷는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게 많이 도전하고 싶다”며 연기관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안재홍은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뿐만 아니라 단편 영화들도 모두 좋아한다며 감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냥의 시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이미 하고 싶었다고. 배우들에게 집요한 감독이라는 평을 듣곤 하는 윤성현 감독과 작업을 같이 한다는 것은 안재홍에게 너무나 감사한 기회로 남았다. 또 동년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한 현장이기에 즐거웠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졌다.
그는 “이제훈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워낙 좋아하는 연기자였다. 만나서 반갑다며 금세 친해졌다. 이제훈의 경우에는 정말 준석이 그 자체로 보이더라. 형으로서도 너무 좋아하게 됐다. 박정민도 처음 만났다. 저는 86년생이고 박정민이 빠른 87이지만 학번이 같다. 사실 박정민이 너무 늦은 빠른 년생이다. 87년생 3월생이더라. 그런 걸 제가 꼭 얘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극 중 박정민의 분량이 더 많았으면 좋겠더라. 박정민이 상수 역할을 해서 이야기에 임팩트가 남았던 것 같다”며 “최우식이도 너무 좋아한다. 비록 쫓기는 역할이지만 박해수와도 너무 친해졌다. 닮고 싶은 사람이다. 좋아하는 형이 됐다”며 연기 호흡 속 숨겨뒀던 애정을 꺼냈다.
안재홍의 말을 빌리자면 작품의 동력은 ‘궁지에 몰린 청춘의 발버둥’이다. 그런 만큼 인물들의 무모함과 절박함이 잘 전달돼야 했다. 극 중 보는 이들을 숨 막히게 하는 긴장감은 현장 속 배우들의 치열함에서 비롯됐다. 안재홍은 그 치열했던 현장을 두고 ‘도장깨기’ 같았노라 표현했다. 매 촬영장이 힘들었고 관문이었다고. 결코 쉽지 않았던 작품이기에 현장은 극한까지 배우를 몰아부쳤다. 특히 안재홍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그림을 지워내는 것이 그에게는 어쩌면 숙제 같이 남았을지도. 그렇기에 안재홍은 ‘사냥의 시간’을 발돋움대로 삼아 다음 세계로 넘어갈 확장성을 기대했다. 뜨겁게 연기했던 현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재홍은 ‘사냥의 시간’ 앵글에 잡히는 것조차 행복했다. 이처럼 그의 매순간 진심이 담긴 ‘사냥의 시간’. 그 다음 도전이 기다려지는 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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