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퀸의 아들' 김명운이 완성형 저그로 거듭났다.
김명운은 2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된 아프리카TV 스타리그(ASL) 시즌9 결승전(7전4선승제)에서 이재호를 세트스코어 4-1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명운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현역 시절 웅진 스타즈 저그 라인의 대들보로 활약했던 김명운은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유독 개인리그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김명운은 이번 ASL 시즌9에서 각 종족의 강자들을 모두 제압하며 현 최고의 저그임을 증명했다.
김명운에게 이번 ASL 시즌9은 극복의 무대였다. 군복무를 마친 김명운은 KSL에서 4강에 진출하며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지만, ASL 시즌8에서는 예선도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을 샀다. 온라인에서의 경기력에 비해 오프라인에서의 성과가 부족하다보니 '집명운'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었다. 운영은 뛰어나지만 승부수를 던질 줄 모른다는 평가도 나왔다. 꼬리표를 없애기 위해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때문에 ASL 시즌9는 김명운에게 증명의 무대였다. 하지만 ASL 시즌9도 쉽지 않았다. 24강에서 유영진에게 패해 패자전으로 몰렸고, 패자전에서는 변현제의 전진 센터 게이트 전략에 당해 탈락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김명운은 흔들리지 않고 저글링을 통해 변수를 만든 뒤 가까스로 변현제를 격파했고, 이어 최종전에서 유영진을 상대로 설욕하며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경험이 약이 됐을까? 김명운은 16강 이후 자신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6강에서 프로토스의 강자 김택용과 도재욱을 연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이어 8강에서 임홍규를 상대로 약점으로 꼽힌 오프라인 저그-저그전을 극복하며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힘겹게 오른 4강에서 만난 상대는 '최종병기' 이영호였다. 김명운은 이영호를 상대로 1-2로 끌려가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명운은 또 다시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4세트 네오 실피드에서 과감한 저글링-러커 올인 전략으로 이영호의 허를 찔렀고, 기세를 몰아 5세트 히치하이커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승부수를 던질 줄 모르는 선수라는 세간의 혹평을 완전히 떨쳐낸 경기였다.
결승전에 오른 김명운은 이미 완성형 저그였다. 대 저그전 스페셜리스트이자 절친한 동료 이재호를 맞아 김명운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특유의 물흐르는 듯한 운영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자 이재호도 힘을 쓰지 못했다. 2세트 네오 실피드 발업 저글링 올인, 5세트 매치 포인트 저글링-러커 올인은 달라진 김명운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명운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평소에는 운영 스타일로 경기를 했는데, 4강과 결승에서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ASL 시즌9을 통해 완성형 저그로 거듭난 김명운이 다음 시즌에도 저그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