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악성림프종을 이겨내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 자신의 칼럼 일부가 자극적 기사로 재생산돼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팬들 역시 동조하며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허지웅은 자신의 SNS를 통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제 글의 일부만 가져다가 이렇게 제목과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벌써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라는 제 글의 중반에 나오는 대목을 이용한 저 기사는 칼럼의 중반에 나오는 것이고 주요 내용은 그렇게 힘들 때 니체 철학의 핵심 주제가 어떻게 개별의 삶에 적용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작 4000자가 읽기 싫냐. 니체에 관심이 없어도 첫 문장 읽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썼다. 저 제목을 보고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된다"며 "심지어 어떤 기사는 저 부분만 빼서 올려놓고 무려 '전문'이라고 표기해뒀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 삶의 비극을 조장하는 것 같은 이런 기사는 옳지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앞서 허지웅은 자신의 SNS 스토리를 통해 "나는 솔직히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 재발을 두려워하는 건지 기다리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환멸이 느껴지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며 "세상의 추악한 것들로부터 가장자리로 밀려나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살 가치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루에 수십 개씩 받으면서 거기에 대고 '가치가 있다'라고 답하는 내가 역겹다"며 "그래서 나는 니체를 다시 읽기로 했다"는 자신의 칼럼 일부를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 내용만으로 이뤄진 자극적 제목을 단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고 허지웅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또 이를 접한 팬들 역시 분노했다. '왜곡된 말과 그로 많은 사람들을 잃었는데 여전히 자극적임만으로 시선을 끌려고 한다' '칼럼을 끝까지 읽기는 했을까' '쓴 사람도 억울하고, 듣는 사람도 오해하고, 답답하고 안쓰럽다"며 허지웅의 입장을 동조하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혈액암 중 하나인 악성림프종 판정을 받고 힘겨운 항암 치료 끝 지난해 8월 완치 소식을 전한 그였기에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삶을 비관하는 듯한 제목을 달아 그런 이미지를 조장하는 사람들에 더욱 크게 분노했다.
이하 허지웅 SNS 글 전문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제 글의 일부만 가져다가 이렇게 제목과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군요. 저 기사가 인용한 것은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라는 오늘자 한겨레 칼럼의 중반에 나오는 대목이고, 주요 내용은 그렇게 힘들 때 니체 철학의 핵심 주제가 어떻게 개별의 삶에 적용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 인스타에도 전문을 올려둔 바 있고요. 한겨레 홈페이지나 네이버에도 버젓이 칼럼 전문이 있습니다. 고작 4천 자가 읽기 싫습니까? 아무리 니체에 관심이 없어도 첫 문장 읽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썼어요. 그런데 싫어요? 저 제목을 보고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이 됩니다. 심지어 어떤 기사는 딱 저 부분만 빼서 올려놓고 무려 '전문'이라고 표기해두었군요.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이래 놓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겠지요. 내 삶은 가십의 영역이 될 만큼 그리 위태롭지 않고 아직은 도움을 받기보다 훨씬 더 많이 베풀 수 있습니다. 삶의 비극을 조장하는 것 같은 이런 기사는 옳지 않습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