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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 꿈꾼 건물주 연예인, 상대적 박탈감은 대중 '몫' [ST이슈]
작성 : 2020년 04월 22일(수) 17:18

PD수첩 / 사진=MBC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연일 건물주에 등극한 연예인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기까지 눈이 휘둥그레지는 액수다. 이에 'PD수첩'은 연예인들의 건물 매입 방식에 대해 다뤘다. 방송 직후 불로소득(노동의 대가로 얻는 임금이나 보수 이외의 소득)에 한 발짝 다가간 연예인들은 화제가 됐고, 대중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늘어가고 있다.

21일 방송된 MBC 교양프로그램 'PD수첩'은 '연예인과 갓물주' 편으로 꾸며져 건물주 연예인들의 투자 방법을 공개했다.

지난 5년간 건물을 매입한 55명의 연예인은 건물 63채를 매입했고, 매매가는 총 4730억 원에 달했다. 아무리 연예인이 고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대에 이르는 매매가를 마련하기 어려웠을 터. 그들이 건물을 매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표적인 방법은 고액의 은행 대출과 법인 명의의 건물 매입이었다. 방송에 따르면 연예인들은 은행 대출을 이용해 건물을 매입한 후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을 이용하거나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해 절세 혜택을 얻었다.

공효진은 서울 한남동의 빌딩을 37억 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중 26억 원은 은행 대출이었다. 자기 자본은 약 8억 원만 들어간 셈이다. 이후 그는 4년 뒤 60억 원에 해당 건물을 팔아 23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배우 권상우는 경기도 분당, 서울 청담동, 성수동에 이어 등촌동에 위치한 지상 10층짜리 대형 빌딩을 매입했다. 그는 빌딩 매매가 280억 원 중 86%에 해당하는 240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자기 자본은 21억 원에 불과했다. 하정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8년 12월 서울 종로의 건물을 81억 원에 매입할 당시 70%에 해당하는 57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서울 방이동의 건물을 추가로 매입했고, 방이동 건물 역시 매매가의 80%에 달하는 99억 원을 대출받았다.

연예인들이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과 달리 법인은 법인세가 적용되기에 약 2배 정도 절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효주는 아버지가 대표로 이름을 올린 가족 법인으로 은평구 건물을 매입했다.

이병헌은 역시 어머니를 대표로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건물을 사들였다. 법인 사업자의 주소지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 안성의 한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김태희도 강남의 132억 원의 건물을 매입했는데 해당 건물 역시 법인의 소유였다. 법인 주소지는 경기도 용인이다.

PD수첩 / 사진=MBC


이를 두고 전문가는 "서울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이유는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다. 법인이 서울에 있으면 약 2배가량의 취득세가 부과된다"며 "구입한 건물이 서울에 있더라도 법인 사무실이 경기도에 있을 경우 취득세 중과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PD수첩' 측은 "취재한 연예인 측 대부분에서는 문제가 될 줄 몰랐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연예인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공인이기에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소외받지 않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건물 매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십, 수백 억대의 건물 매입 소식은 물론이고 어떻게 건물로 재태크를 했는지도 고스란히 방송된다. 심지어 '현명한' 재태크라고 소개되기까지 한다.

이는 연예인들이 건물 매매를 두고 고액의 대출을 받거나 법인 명의로 절세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거리낄 게 없다는 의미다. 'PD수첩' 임채원 PD가 연예인과 건물 매입에 대한 취재 과정에서 오히려 연예인 측이 협조적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임 PD는 스포츠투데이에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연예인 측에서 협조적이라 의외였고 놀랐다. 불법적인 부분이 아니고 사실로만 다뤘기 때문에 기획사들 쪽에도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협조적인 연예인 측의 태도 덕인지 임 PD는 현재 후속 보도도 생각하고 있다. 그는 "다른 연예인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가능하다면 계속해서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임 PD의 말대로 불법이 아니니 문제 될 건 없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입장은 다르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최저 연봉은 약 2150만 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건물 마련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건물주를 두고 일명 '갓물주'라고 부른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에겐 평생에 걸쳐도 어려운 일을 연예인들은 쉽사리 해내고, 또 이를 방송에서 쉽게 얘기한다. 이쯤 되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목표는 소박해 보인다.

누구나 불로소득을 꿈꾼다. 일부 연예인들에겐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영향력이 센 연예인들의 건물 매입 소식에 대중들은 허망하다. 'PD수첩'의 취지에 따라 노동이 부끄럽고 소외받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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