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지현 기자] 손해액 380억원. 야욕을 드러내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입한 차이나머니의 말로는 초라했다.
매니지먼트사 판타지오가 150억원, 사실상 헐값에 매각됐다. 판타지오의 최대 주주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는 지난 20일 주식 2277만 5800주(31.33%)와 경영권을 광고 및 마케팅 업체인 지엔씨파트너스에 150억 3200만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가액 660원이다.
판타지오는 2016년 재정 확보를 위해 중국 투자사 JC그룹을 최대 주주로 맞이했다. 골드파이낸스코리아는 JC그룹의 한국 지사다. 한류를 주도하는 한국 매니지먼트사와 30조 자본을 소유한 중국 투자사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차이나머니와의 만남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꼴만 낳았다.
JC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판타지오의 경영권을 절반 이상 확보하기가 무섭게 창업주인 나병준 대표를 해임했다. 또 매니저들의 법인 카드를 압수하는 등 기존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바꿔 나갔다. 이에 일부 사측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발하는 등 내부적 몸살을 겪었다. 배우 강한나 등과 전속계약 분쟁이 불거진 것도 이 시점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판타지오도 JC그룹도 웃지 못했다. 외형 확장을 위해 JC그룹과 손을 잡은 판타지오는 차아니머니의 특수를 누리기는 커녕 경영난에 시달렸고, 특히 JC그룹의 중국 현지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해 JC그룹 웨이제 회장이 불법 자금 조달과 사기 스캔들로 정부에 체포되면서 파산 위기에 놓인 것이다. JC그룹 내 자금 유통이 절실해지자 결국 판타지오는 급매물 대상이 됐다.
JC그룹은 4년 간 운영한 판타지오를 150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380억원 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까지 300억원 안팎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투자사들의 평가액은 달랐다. 여기에 사내 간부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각자 투자사를 찾기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판타지오의 몸 값은 더욱 떨어졌다.
스포츠투데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번 매각은 현 판타지오 박해선 대표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그간 여러 M&A 투자사가 180~200억원선에서 판타지오를 매각할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박해선 대표가 거래를 주도한 지엔씨파트너스와 150억원대로 매각이 성사됐다.
판타지오를 둘러싼 투자와 매각은 한국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경영권이 중국 자본에 넘겨진 첫 사례이기에 중요하다. 중국 본사가 붕괴되면서 야기된 외부적 문제를 차치하고 경영진이 내부 경쟁에 매몰돼 힘을 합치지 못하고 헐값에 처분된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2017년 주당 1900원 가량에 거래된 판타지오는 차이나머니를 받아들인 후 급격히 하향세를 그리더니 현재 847원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티스트들의 내분이다. 강한나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또 다시 주인이 바뀐 탓에 아티스트들의 혼동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일찌감치 짐작한 것일까. 판타지오를 대표했던 서강준, 강태오가 이미 회사를 떠났다.
[스포츠투데이 김지현 기자 ent@stoo.com/사진=판타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