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개막이 미뤄졌던 KBO 리그가 5월5일 개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2020시즌 역시 팀 당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기로 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BO는 21일 오전 서울 도곡동에서 2020년 제4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규리그 개막일을 5월5일로 확정했다.
당초 KBO 리그는 3월28일 2020시즌의 막을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빠른 속도로 확산되자 개막을 연기했고, 이후 사태가 가라앉길 기다리며 개막 시기를 저울질했다.
이러한 가운데 4월 중순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난 19일 정부가 "야외 스포츠의 경우 무관중 경기와 같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2020시즌을 개막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5월초 개막을 저울질하던 KBO는 이날 이사회를 5월5일로 개막일을 확정지었다. 다만 만약을 대비해 개막 초반에는 무관중 경기를 실시하고, 이후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보며 관중 입장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전보다 늦은 개막인 만큼 KBO는 시즌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올스타전을 취소했고,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는 2선승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시즌 중 우천 취소 시에는 더블헤더(7, 8월 제외)와 월요일 경기를 실시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경기수를 팀 당 144경기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수 축소는 KBO 리그 개막이 연기된 이후 계속해서 제기됐던 주장이다. 강행군으로 인한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와 경기의 퀄리티 유지, 가을야구가 겨울야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기수 축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었다.
현장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몇몇 사령탑들은 공개적으로 경기수 단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혹독한 일정으로 인한 강행군, 늦은 시즌 종료로 인한 추위와 부상 위험은 선수들에게 코로나19만큼이나 위험한 문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사회에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최소 10월 중순까지는 정규시즌이 진행되며,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하면 빨라야 11월 중순, 늦으면 12월에야 모든 일정이 종료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10월26일 끝난 것을 고려하면 한 달 가량 시즌 종료가 늦어지는 셈이다.
KBO가 무조건적으로 팀 당 144경기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시즌 중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경기수를 단계 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정 변경 문제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될 것은 뻔하다. 갑작스러운 경기수 축소로 인해 각 구단에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도 있다. 이럴바엔 처음부터 경기수를 줄이는 것이 낫다.
한 달 이상의 개막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KBO 리그를 운영하는 KBO에게는 누구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144경기 체제 유지를 결정한 것을 보면 KBO가 지나치게 안일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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