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슬픔이 아닌 한껏 웃으며 마음 한구석이 따듯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는 휴먼, 코미디이니까!"
'하이바이마마'가 초반 기획 의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죽음'을 다루면서 시청자들에게 슬픔보다는 따뜻함을 안기겠다며 휴먼 코미디를 내세웠지만, 중간부터 산을 타기 시작한 '하이바이마마'에게 돌파구란 없었다.
19일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마마'(극본 권혜주·연출 유제원)이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하이바이마마'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딸아이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고스트 엄마의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하이바이마마'는 배우 김태희의 5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김태희는 절절한 모성애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고, 드라마 또한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듯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시청자들은 초반 만삭의 몸으로 사고를 당한 뒤 가까스로 아이를 살렸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 엄마 차유리의 감정에 한껏 녹아들었다. 그에게 주어진 '49일' 동안 어떤 방식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가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조강화와 재혼한 오민정(고보결)을 중심으로 전개가 흘러가면서 초반 설정은 완전히 무너졌다. 돌아온 차유리를 마주한 뒤 없어질까 전전긍긍하던 조강화는 오민정을 사랑하는 '반쪽짜리 남자 주인공'이 됐고, 딸 조서우와 별다른 애정이 없어 보이던 오민정은 강한 모성애를 지닌 '진짜 엄마'가 되는 갑작스러운 전개가 펼쳐졌다.
극중 흉부외과 의사인 조강화는 차유리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수술실도 들어가지 못하는 설정. 그러나 차유리가 죽은 지 2년 만에 오민정과 연애 결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차유리를 향한 조강화의 '절절함'은 단박에 우스워졌다.
힘들게 환생한 차유리는 자신 때문에 혼란해진 주변의 상황에 한없이 미안해했고, 죄책감을 가졌다. 소중한 49일이라는 시간 동안 차유리의 감정은 미안함과 죄책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여자 주인공의 존재가 마치 '방해꾼' 모양새가 되니 차유리에게 감정 이입한 시청자들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조강화의 아내 자리, 딸 조서우의 엄마 자리를 되찾으면 49일 안에 환생할 수 있었던 차유리가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승천한 이유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신이 살게 된다면 딸 조서우가 사는 내내 귀신을 보는 상황이라지만, 이는 다시 주어진 삶을 포기할 만한 타당한 명분이 되지 않는다.
재혼했던 조강화와 오민정은 이혼하지 않고 조서우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결말이 그려졌고, 결국 차유리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비켜준 모양새가 됐다.
주인공들뿐만이 아니다. 납골당 귀신들의 이야기도 성의 없게 전개됐다. 귀신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모인 탓에 사람이 된 차유리가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 기대는 전혀 충족되지 못했다.
사람이 된 후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속한 차유리는 떠나기 전 귀신들에게 삼겹살을 사주고, 자신의 딸을 위해 희생한 가족 귀신의 아들 장필승(이시우)에게는 밥한끼를 먹이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모든 에피소드가 마무리됐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큰 줄기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작은 줄기의 이야기들까지. 벌려 놓은 일들은 많은데, 단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하이바이마마'는 결국 시청자들의 혹평을 넘어선 조롱 속에 '졸작'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
재미도, 감동도 없었던 '하이바이마마'는 좋지 않은 의미로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 듯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