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이민호, 김고은, 김은숙 작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조합이 찾아왔다. '스타 작가' 김은숙 작가는 평행세계라는 확장된 세계관을 들고 나왔고, 3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이민호와 어색함 없이 극에 녹아들었다. 풍성한 볼거리와 신선한 소재를 지닌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의 탄생이다.
17일 SBS 새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이하 '더킹')가 첫 방송됐다.
'더킹'은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과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김고은)이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공조를 통해 그리는 판타지 로맨스다.
이날 방송에서 대한제국 금친왕 이림(이정재)은 두 개의 세계를 뜻하는 '만파식적'과 황위를 차지하기 위해 황제 이호(권율)를 죽였다. 이를 어린 이곤(정현준)이 지켜봤고, 이림은 이곤 역시 죽이려고 했다. 이때 의문의 인물이 등장해 이림 일당을 처치했고, 이림은 만파식적 반쪽을 들고 평행세계인 대한민국으로 넘어갔다. 이림은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비롯해 이호, 이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을 발견하고 차례로 죽였다.
이곤은 이호의 뒤를 이어 대한제국 황위에 올랐다. 외로운 그의 곁을 지킨 건 조영(우도환)이었다. 조영은 황실 근위대 대장으로 묵묵히 이곤 옆을 지켰다. 이곤은 25년 동안 자신을 살려준 의문의 인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남긴 건 신분증 하나였다. 신분증에는 정태을 경위라는 직함과 함께 증명사진이 담겨 있었다.
이후 이곤은 우연히 정태을과 닮은 여성을 보고 뒤를 쫓았다. 그러던 중 평행세계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광화문 한복판에 백마를 탄 채 떨어진 이곤은 드디어 정태을과 만났다. 드디어 생명의 은인을 만난 이곤은 정태을을 끌어안았다.
앞서 '더킹'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집필한 '히트작 메이커' 김은숙 작가와 군 복무 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이민호, 그리고 김고은이 의기투합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민호와 김고은은 각각 '상속자들'과 '도깨비'로 김은숙 작가와 호흡을 맞춘 바 있어 '더킹'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를 더했다.
뚜껑을 연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3년의 공백기는 이민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마치 공백기란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오히려 한층 성숙해지기까지 했다. 깊어진 눈빛과 단단해진 분위기, 그리고 묵직한 톤으로 극의 중심을 탄탄히 잡았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황제의 대사 역시 특유의 연기력으로 소화했다는 평이다. 황제 역에 걸맞게 비주얼은 물론 아우라까지 압도했다. 곤룡포부터 황제복까지 소화하며 화면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처럼 이민호는 외적, 내적인 표현으로 평행세계와 대한제국이라는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적 요소에 설득력을 더했다.
또 이민호는 황제 이곤과 인간 이곤과의 간극을 그만의 재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배신으로 아버지를 잃고 홀로 왕좌에 오른 황제 이곤과 실제 삶을 사는 인간 이곤의 자아 사이엔 차이가 있을 터. 이민호는 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였다.
김고은의 연기 변신 또한 눈여겨볼 만했다. '도깨비'에서 "아저씨 사랑해요"를 외치던 고등학생에서 거침없는 액션도 불사하는 형사로 변신한 것이다. 그의 연기 변신은 대한제국와 대한민국을 넘나드는 평행세계를 확실히 보여주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차분한 이곤의 대한제국과 달리 활기찬 대한민국을 그리며 두 세계 간의 차이점을 전달했다.
방송 말미 드디어 만난 김고은과 이민호의 '케미'도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표 로맨스가 더해져 두 사람이 어떤 그림을 완성할지 관심을 모았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김은숙 작가의 힘도 컸다. 평행세계는 신선한 소재임과 동시에 어려운 소재다. 여느 작품보다 큰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확실한 캐릭터의 개성과 배경을 아울러야 한다. 김은숙 작가는 첫 방송부터 웅장한 세계관을 보여줬다. '스타 작가'라는 타이틀을 지닌 김은숙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도전이었다. 그는 거대한 세계관과 더불어 적재적소에 '떡밥'을 뿌려둬 앞으로 그려질 전개에 기대를 높였다.
극에 동화적 요소를 적절히 배치한 점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가 시계토끼를 따라가듯 토끼옷을 입은 루나(김고은)를 쫓는 이곤과 그 끝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신선했다. 앞서 김은숙 작가는 '시크릿 가든'에서 '인어공주'의 내용을 빌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동화와 판타지가 결합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김은숙 작가의 상상은 세련된 연출로 화면에 담겼다. 평행세계를 암시하듯 반전되는 하늘과 땅은 작품이 가진 정체성을 극대화했다. 다소 헷갈릴 수 있는 평행세계를 영상으로 표현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만든 것이다.
'더킹'은 이민호, 김고은, 김은숙 작가를 앞세워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앞으로 보여줄 게 무궁무진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