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의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 세일즈 콘텐츠판다가 극적 합의를 이뤘다. 이로써 '사냥의 시간'의 상영금지가처분 처분이 취하되고 넷플릭스 단독 공개가 결정됐다. 2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가 드디어 관객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16일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제작 싸이더스) 개봉을 두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콘텐츠판다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콘텐츠판다의 정당한 권리와 의무 수행을 확인 받았다"며 "최선을 다해 해외 바이어들과의 재협상을 마친 후, 상영금지가처분을 취하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리틀빅픽처스와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콘텐츠판다에 대한 합당한 보상보다는 국제 분쟁을 예방하고 해외시장에 한국영화계가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존중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국제영화계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한국영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함은 물론, 계약 관계에서 서로가 지켜야 할 상식과 국제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리틀빅픽처스 역시 공식입장을 통해 콘텐츠판다와 관객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리틀빅픽처스는 "배급 과정의 혼선과 혼란에 대해 배급사로서 전하기 힘든 죄송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배급사의 역할이 무엇인가, 사냥의 시간'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널리 보다 안전하게 배급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넷플릭스행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와 제작진, 감독, 배우분들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무리한 진행으로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사로 1년여간 해외 판매에 크게 기여한 콘텐츠판다의 공로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했고, 그 결과 해외 상영 금지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콘텐츠판다에 사과를 구한다"며 "다수의 피해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취지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협상은 매끄럽지 못했고, 과정은 서툴렀다. 동의해 주고 이해해 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전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끝으로 "'사냥의 시간'이 다시 넷플릭스에 공개될 수 있도록 한국 영화산업을 위해 개별 바이어들과 신속하고 합리적인 협상은 물론, 최소한의 비용으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도록 배려한 콘텐츠판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당초 '사냥의 시간'은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일은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이후 리틀빅픽처스는 지난달 23일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결정했고, 마침내 관객들과 만나는 듯했다. 그러나 콘텐츠판다가 해외 선판매 계약 건을 이유로 법정 대응을 예고해 넷플릭스행에 제약이 걸렸다.
당시 콘텐츠판다는 "지난해부터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 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1년 이상 업무를 이행했다. 현재까지 30여개국에 선판매 했으며 70개국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며 "그러나 리틀빅픽쳐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 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콘텐츠판다는 금전적 손해도 주장했다. 콘텐츠판다는 "이는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단순히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으며, 당사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틀빅픽쳐스와의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틀빅픽처스 역시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양해를 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배급 '대행'사인 콘텐츠판다만 일관되게 넷플릭스와의 협상을 중지할 것만을 요구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법원은 4월 8일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사냥의 시간'의 해외 상영 및 배포, 판매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라 넷플릭스는 10일 공개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의 콘텐츠 및 관련 행사를 모두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처스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후 양사는 극적 합의를 이루며 드디어 '사냥의 시간'의 거취가 결정됐다. 예정대로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된 것. 이를 두고 넷플릭스 측은 스포츠투데이에 "언제 공개할지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나 관련 프로모션은 개봉일이 정해지는 대로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냥의 시간'이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의 성원에 응답할지 관심을 모은다.
이렇듯 '사냥의 시간'은 개봉일 잠정 연기부터 넷플릭스행, 그리고 법적 공방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사냥의 시간'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가 넷플릭스로 노선을 바꾼 최초의 사례인 만큼 이번 합의는 중요하다. 최초의 사례가 최악의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씻고 넷플릭스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관객들의 평가만 남았다. 원만한 합의를 이룬 '사냥의 시간'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